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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시집 [☆꽃 아닌 것 없다☆]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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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닌 것 없다]
복효근 시집 / 시작시인선 0237 / 천년의 시작(2017.08.10) / 값 9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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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닌 것 없다
복효근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픔이 아닌 꽃은 없다
그러니
꽃이 아닌 슬픔은 없다
눈물 닦고 보라
꽃 아닌 것은 없다
별똥별
복효근
생生과 사死를 한 줄기 빛으로 용약해버리는
어느 별의 자서전
무에 대하여
복효근
잘라 쓰고 남은 무 대가리
물 접시에 올려놨더니
움이 트고 장다리가 올라와 꽃이 핀다
한낱 무일 뿐인 것이
무밖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말
복효근
너를 만나
꽃을 보았다 말하는 순간
모든 꽃들은 죽어가기 시작했다
사랑이라 말하는 순간
지상의 모든 보석은 돌이 되었다
다시
어느 우주의 모퉁이를 돌다가
너를 마주치더라고
사랑한다 말하지 않으리
어머니의 힘
복효근
어머니 비가 억수로 내려요
냅둬라
냅뒀다
비가 그쳤다
꽃가지
복효근
‘꽃가지’ 발음 하다가
때 아니게 눈시울이 시큰거린다
‘꽃’과 함께 발음하다가 ‘가지’는 ‘까지’가 된다
꽃가지도 예쁜데
꽃까지는 얼마나 지극한 경지냐
내 가지는
내 손과 발, 내 자지는
꽃까지 얼마나 멀었느냐
촛불
복효근
누구의 무슨 죄를 그리
대속하시려는지
눈물 치렁치렁
제 한 몸 다 타도록
상기도 소신공양 중이시다
이 깊은 밤의
촛불佛
연
복효근
갓 낳은 제 새끼를 지극 정성 핥는 어미 소 큰 눈 가득 눈물 흉그렁하다
축생이어서 미안하다고 어미를 닮게 해서 미안하다고
언뜻 신을 보다
복효근
이 도토리 한 알이 저 참나무 숲의 자궁이었다니
가훈
복효근
쓰레기 분리수거장 벽에 누군가
가훈 액자를 버렸다
“서로 사랑하자”
사해일가四海一家라 했으니
집 밖에 내다 건 것일지도 모른다
참새 한 마리 그 위에 앉아 번역에 바쁘다
기도
복효근
며칠 내려주신 비에
꽃밭엔 화초만 자라는 게 아니다
꽃 몇 송이 떠 있는 잡초밭이다
그렇다면 천국의 꽃밭에도
화초만 있는 것은 아닐러라
내 안의 꽃밭도
다만 전부가 잡초만은 아니기를
다시詩
복효근
마른 만년필촉을 눈물에 적셔서
봄
복효근
원수처럼 지내던 고양이 두 마리 양지쪽에서 서로의 살을 핥아주고 있다
낮은 것들의 힘
복효근
지난밤
천둥 번개 집중호우에
우지끈 거목이 눕고
도로 한 귀퉁이가 주저 앉았는데
낮은 언덕 키 작은 풀잎들
다친 데 하나 없다
풀뿌리가 거머쥐고 있는 언덕도
푸르게 제자리에 버티고 있다
시집의 쓸모
복효근
그의 비닐하우스 창고에서 삼겹살을 구는데
그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한쪽 귀퉁이에 얇은 시집 한 권을 가져와 고였다
기름기가 한쪽으로 흘러 빠져서
삼겹살이 노릇노릇 구워진다
그래서, 그러므로
나는 또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물구나무
복효근
물구나무를 선다 잠시
내가 나무가 된다
팔이 부러질 것 같고 눈이 빠질 것 같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평생을 나무인 나무는 오죽하랴
하늘 우러러 꽃 피는 나무 아래서
가끔은 부끄러울 때가 있다
족적
복효근
마을 어귀 시멘트 포장길에
개 발자국 몇 개 깊숙이 찍혀 있다
개는 덜 마른 시멘트 반죽 위를
무심코 지나갔겠으나 오래도록
‘개새끼’ 소리에 귀가 가려웠겠다
선승이나 개나 발자국 함부로 남길 일 아니다
시인처럼
복효근
화장실 가는 척하면서
술값 계산하고 왔다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고 한 시인처럼
술 몇 잔 받아준 것으로
시인인 척해 보는 일이 있었다
무언경無言經
복효근
빈 하늘에 비행기 한 대
백묵으로 길게 밑줄을 긋고 지나간다
답을 일러주시는 것 같은데
이윽고 다시 빈 하늘이다
자서전
복효근
한 마리 새를 얻기 위해선
한 무리 새 떼를 날려 보내야 한다
그런 것쯤은 나도 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변명하나
새 한 마리도 얻지 못하고
새 떼를 다 날려버린
결근사유
복효근
목련꽃 터지는 소리에
아아,
나는 아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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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크고 화려한 꽃만이 꽃이랴.
작은 풀꽃들도 제 나름의 빛깔과 향기가 있다.
때론 돌 틈에 핀 봄맞이꽃 하나가 봄을 불러오고
주저앉은 사람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 내 안에 피었다가 지는 사유의 작은 풀꽃들을 모아 놓았다.
잡초가 적지 않을 것이다.
모두 1행에서부터 10행 이내의 조그만 시편들이다.
높고 크고 화려하고 힘센 것들 앞에
조브장해진 내 어깨를 닮았다.
혀짤배기소리에도 귀를 빌려주는 따뜻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2017년 범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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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詩集 [※꽃 아닌 것은 없다※]
[ 해설 ] -
간절함의 미학
이경호. 문학평론가
서로 대비되는 시적 상상력의 운용 방식이 있다. 하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상상력 운용 방식이다. 대체로 젊은 시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판단이 드는데 이런 운용법의 핵심은 수다와 속도감이다. 요즘의 세태와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다. 수많은 정보를 스치듯 취합하여 부려내는 네티즌의 일상이 시적 상상력으로 적용되었다는 느낌도 든다. 가벼우면서 발랄하게 부려내는 이런 상상력이 빚어내는 언어의 특징은 산만한 편이다.
이런 상상력의 반대편에 이번에 복효근이 펴내는 시집이 놓여 있다. 고전적인 풍모를 풍기는 시집의 속성은 무엇보다도 언어를 소중하게 벼려내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대체로 10행 미만의 짧은 시들은 그런 특징과 수미상응하도록 압축된 사유와 정서를 담아낸다. 짧으면서 압축된 시편들의 성격은 “사리 몇 과로 생을 간추리는/선승”(「악력에 대하여」)의 시행들 속에 적실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복효근의 단시가 제시하는 압축의 특징은 보다 중요한 속성들을 밝혀내는 작업에 긴요하게 동원된다. 그 첫 번째 속성은 ‘불립문자’의 마음가짐이다. 언어로 삶의 이치를 온전히 밝히고 누릴 수 없다는 믿음, 그것은 이를테면 묵언수행의 자세와 유사하다. “사랑이라 말하는 순간/지상의 모든 보석은 돌이 되었다”(「말」)는 전언은 언어행위의 부질없음을 토로한다. 하지만 불가의 선시禪詩조차 불립문자의 한계를 껴안고 존재하듯이 모든 시는 무망한 언어를 동력으로 삼아 운용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자각하기에 훼손된 언어의 체적을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는 시의 표현법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언어의 체적을 줄이기 위해 복효근이 동원하는 두 번째 시의 속성은 정서와 사유의 도끼질이다. 동양화의 필법 중에 ‘부벽준斧壁皴’이라는 것이 있다. 도끼로 나무를 찍었을 때의 자국으로 바위나 절벽을 그려내는 붓질을 일컫는데 사소하거나 장식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골격을 힘차게 그려내는 느낌을 안겨준다.
어둠 이쪽으로
빛나는 쇠뿔 하나 불쑥 비쳐 있다
저 뿔 따라 어둠 저편 헤치고 가면
잃었던 소 찾겠다
-「초승달」전문
“빛나는 쇠뿔”이라고 묘사된 달의 형상이 부벽준의 필법을 연상시킨다. 그저 초승달이 아니라 보름달을 벼려낸 달의 척추로 초승달이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효과는 척추에 머무르지 않는다. 척추가 본질을 찾는 여정으로 인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의 도를 깨우치는 과정을 소 그림으로 비유한 ‘심우도尋牛圖’의 이치도 그 때문에 끌어들였다.(“잃었던 소 찾겠다”). 본질의 가치는 “불에도 씨가 있어/불씨 하나로 온 세상을 다 태울 수도 있지”(「불씨」)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본래 언어의 체적을 줄이고 압축하려는 뜻도 생의 본질을 거머쥐려는 의욕에서 비롯되었을 듯하다.
복효근의 이번 시집에서 생의 본질을 간파하려는 여정은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들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요소가 ‘찰나’의 시간성이다.
저 다리 건너
그리던 그 세상 분명 있을 거라고
하늘이 잠시 잠깐 보여주는
-「무지개」전문
무지개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비밀을 “잠시 잠깐”의 시간성에서 찾아내는 시선은 짧은 시의 존재 근거를 돌아보는 시선과도 연루되어 있다. 찰나로 존재하는 진실을 거머잡기에 맞춤한 표현법은 압축된 시행이어야 하리라는 것이다. 산만한 시행으로 부여잡기에 찰나의 진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도 같다는 실감이 짧은 시행과의 만남을 도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찰나의 진실은 지속될 수 없는 시간성으로 간절함을 획득하는데 간절함이야말로 복효근 시인이 만끽하고 싶어 하는 생의 가장 핵심적 요소이다. 그런데 간절함은 무지개의 단속적인 시간성으로도 성립하지만 아득한 공간성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 수월하게 도달할 수 없는 거리에 존재한다는 것이 간절함의 성립조건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간절함의 공간성을 보다 절실하게 부각시켜주는 사례를 다음의 시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 몸에서 가장 먼 곳까지
그러니까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까지
꽃을 쥔 손을 뻗었다가
가만 펼쳐 보이는
꽃나무처럼
-「간절하게 참 아득하게」전문
이 시편에서 드러나는 아득함의 공간성은 상대적인 절실함의 묘미를 부각시켜준다. 나무의 가장 끝가지에서 피어나는 꽃은 아득한 공간적 거리감으로 절실한 아름다움을 과시하는데 그때의 아득한 공간적 거리감이란 보편적인 속성이 아니라 상대적인 속성으로 성립하는 효과를 창출해낸다. 그때의 상대적인 속성이란 나무의 생명력이 도달하기에 가장 먼 곳, 나무의 수액이 안간힘으로 도달한 자리에서 피어난 보람을 일컫는다. 나무의 생명력이 지켜낸 안간힘 속에서 아득함의 거리가 간절함의 미학을 성취해낸 것이 바로 상대적 공간성의 비밀이다.
그런데 이런 간절함의 미학을 성취해내는 데 기여한 또 하나의 비밀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만 펼쳐 보이는” 몸짓의 비밀이다. 이 몸짓은 고여하면서 은밀한 몸짓의 속성을 일컫는다. 그런 비밀을 찾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음미해보면 된다.
내리는 서설을 받으려 마른 부추꽃대궁이 가만 손을 뻗자 바람이 잠시 숨을 멈추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 「겨울 이야기」전문
간절함의 미학을 자연의 교감으로 음미해보는 복효근의 시선은 무엇보다도 “바람이 잠시 숨을 멈추는 순간”을 간파해낸다. 바람이 멈추는 순간이란 고요한 상태를 이르는 바, 바로 그런 순간에 자연은, “서설”과 “마른 부추꽃대궁”의 간절한 교감을 마련해줄 수가 있다. 이렇게 고요함 속에서 은밀한 교감을 나누는 자연의 풍경을 간파해내는 시인의 시선은 인간세계로 확장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자연끼리의 간절한 교감은 인간끼리의 교감을 위한 ‘투사投射’로 읽히기도 한다. 자연끼리의 교감이 인간끼리의 교감을 위한 전도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이 바로 다음 시편에 등장하는 ‘풍경風磬’이다.
온통 울리고 가는 대신
풍경 그 청동의 표면에 살짝 입만 맞추고 지나간 바람처럼
아는가, 네가
아주, 잠깐, 설핏, 준 눈길에
안으로 안으로 동그랗게 밀물지는 설렘의 잔물결
고요히 한생을 두고 일렁이는
-「안으로 우는 풍경風磬」전문
풍경風磬은 전도체와 같이 풍경 안의 세계와 풍경 밖의 세계를 소통하게 해준다. 소통은 먼저 자연의 바람과 풍경의 표면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때의 소통 또한 은밀함의 방법으로 간절함을 획득한다. 바람은 풍경의 “표면에 살짝 입만 맞추고 지나”가는 은밀한 스킨십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효과는 놀랍게도 풍경 밖으로 새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풍경 안에서 오래 지속되는 잔향을 남긴다. 이것을 복효근은 “설렘의 잔물결”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설렘의 잔물결”은 또 다른 소통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그리움의 대상과 시적 화자 사이의 소통인 바, 이 소통이 바람과 풍경의 소통으로 투사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설렘의 잔물결”은 또 하나의 중요한 속성을 간질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안으로 안으로” 나아가는 내성화의 속성이다. “고요히 한생을 두고 일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생의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에서 솟아나지 않고 대상으로 말리암기는 했으나 삶의 내면에서 스스로 생성되고 깊어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복효근은 이렇듯 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에서 간절함의 미학을 성취하는 핵심적 요소로 내성화를 찾아내고 있다. 고요함이나 은밀함이 전제조건으로 표현되었던 까닭도 이런 내성화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간절함의 미학은 다음과 같이 고요함과 은밀함의 조건을 거스르는 상황에서 성취될 수도 있다.
내 몸의 통점을 이어놓고 나면
나의 형상이 되리라
그렇듯 나무는 나무의 통점의 총합이다
아픔이 사라진 나무는 장작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 생이 아픔과 동의어라니
아프지 않으면 노래가 떠오르지 않듯이
다리가 아프지 않을 땐 다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무의 통점에서 꺼낸 잎이 푸르다
꽃은 통증의 역설이다
-「꽃」전문
이 작품에서 “꽃”은 “설렘의 잔물결”이 아니라 고통의 격랑을 관통하는 생의 체험을 밑거름으로 삼아 피어난다. 고통의 결실보다 고통의 과정이 중요하기에 제목은 “꽃”이지만 내용은 “나무”가 장악하고 있다. 꽃을 피워낸 생장의 과정이 나무의 줄기와 가지로 형상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통의 과정을 입증해줄 만한 것이 나무 둥치와 가지에 자리 잡은 옹이들이다. 생의 고통만 조명할 생각이었다면 제목을 “옹이”로 삼아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복효근은 이 시집에서 생의 본질을 간절함의 미학으로 표현해내고 싶어 한다. 생의 간절함은 고통의 과정을 기반으로 삼아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간절함이 성취되지는 않는다. 간절함의 미학은 서로 상반되는 요소들, 서로 어긋나는 것들을 품어내는 과정에서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절함의 미학을 성취하기 위하여 복효근은 “나무의 통점에서 꺼낸 잎이 푸르다”는 전언을 들려준다. 이런 맥락의 푸른 잎이라면 꽃과 다를 바가 없는 미학의 구현체로서 자격을 인정해줄 수 있다. 고통을 밑거름으로 삼아 고통을 견뎌내고 보람을 일구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보람을 복효근은 “통증의 역설”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표현하고 싶은 생의 본질이면서 간절함의 미학이기도 하다. 생의 본질이면서 간절함의 미학이기도 한 것을 그는 “칠흑 어둠에 몸을 씻은 별”(「시」)이라고 규정해보기도 한다. 이런 규정이, 이런 표현이 “시”라는 제목으로 사용되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그가 추구하는 생의 본질이나 시세계의 요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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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4의 글 ◆
요 몇 년 발길을 뚝 끊었던 장마가 올여름에 찾아왔다. 천둥과 번개도 우지끈, 다시 천지를 들었다 놓았다. 안반에 탁탁 쳐서 사개가 가지런해진 메줏덩이처럼 천지의 운행이 한동안은 또 순조롭겠다. 그렇다. 일순 천지를 들었다 놓는 천둥과 번개, 이것이 시다. 장마의 전 과정을 미주알고주알 뇌까릴 일이 아니다. 천둥과 번개의 순도만을 떨어뜨릴 뿐이다. 다만 몇 줄 문장에 담을 일이다. 인간사 갈피마다 켜켜이 쌓이는 파란 곡절을 고도의 집중과 함축을 통해 그렇게 담아낼 일이다. 지리산 자락 남원 범실에서 별과 달과 나무와 풀꽃과 새와 한 식구로 살고 있는 시인이 천지 만물을 한순간에 조율하고는 짐짓 사라지는 그 천둥과 그 번개를 한 땀 한 땀 모국어로 번역했다. 감전에 주의하며 읽을 일이다. 몇 마디 말 속에 우주와 생의 비의를 오롯이 담아냈으니! ― 윤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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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효근 시인∥
∙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 시집으로『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마늘촛불』『따뜻한 외면』등이 있으며,
∙ 청소년 시집으로『운동장 편지』를 펴낸 바 있다.
∙ 최근에 네 번째 시집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을 재출간하였다.
∙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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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
1991년『시와시학』으로 등단한 이래 정갈한 서정의 깊이를 보여준 복효근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꽃 아닌 것 없다』가 시작시인선 0237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고도의 집중과 함축을 통해 생의 본질을 간절함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77편의 짧은 시들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시의 부피는 덜어내고 압축된 문장을 통해 말하는 이의 시선은 웅숭깊고 따뜻하다. 10행 미만의 짧은 시행은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들며 그 여운은 어떤 시보다 길고 간절하고 아득하다. 이에 해설은 쓴 이경호 평론가는 이번 시집을 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에서 간절함의 미학을 성취하는 핵심적 요소로 내성화를 찾아내고 있다고 했으며 이 여정에서 시인은 우주와 생의 비의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고 했다. 복효근 시인은 첫 시집『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이후,『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마늘촛대』『따뜻한 외면』 등과 청소년 시집『운동장 편지』를 펴냈으며 편운문학상과 시와시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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