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자동차
신진자동차(현 자일 대우버스 전신)는 1955년 2월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출범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회사다.
6·25 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충남 공주 출신 김창원 형제가 육군 정비창 부지를 불하받은 자리에
폐차 조립 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렇게 출발한 신진자동차는 1962년 국내 최초로 25인승 버스를 생산하면서
본격적으로 신차 생산에 시동을 걸었다.
1965년 새나라자동차(현 GM대우 부천공장)를 인수한 데 이어
1966년에 선보인 코로나 승용차가 히트를 치면서 고도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부산서 출범한 '국내 자동차 1 번지'
본사 이어 공장마저 떠나고 옛 명성만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신진자동차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은
1972년 기술제휴사인 일본 토요타가 갑자기 철수를 선언하면서부터였다.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토요타가 '한국 및 대만에 투자한 회사와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저우언라이 4원칙이 발표되자 부품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그런 위기 국면을 극복하는 방식에서 신진자동차와 후발 주자였던 현대자동차의 운명이 갈렸다.
신진자동차가 새로운 부품 공급사로 GM사를 선택한 데 반해
현대자동차는 기존 포드사와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 모델 개발에 착수했던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자체 기술로 '포니'를 출시하는 등 국산화에 성공하는 동안
신진자동차는 GM에 거액의 로열티를 제공해야 하는 등 원가 경쟁에서 뒤처졌다.
그 결과 1978년 대우그룹에 인수되었고 전포동 공장에는 '대우자동차 부산공장'이라는 새로운 간판이 걸렸다.
그런 대우자동차 역시 지난 2000년 IMF 사태로 도산하면서
부산공장은 '대우버스'라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가 2003년, 영안모자 그룹의 계열사로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새 출발을 선언한 대우버스는 회사 이름을 '자동차 1번지'라는 뜻을 담은
'자일 대우버스'로 바꾸고 본사까지 부산으로 옮겨왔다.
과거 신진자동차가 누렸던 영화를 재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런 자일 대우버스 역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2008년 본사를 부천시로 옮겨갔다.
그 이듬해엔 부산공장마저 울산으로 이전해 가면서
옛 전포동 공장 부지는 몇 년째 텅 빈 공터로 방치된 상태다.
'우리나라 자동차 1 번지'라는 옛 명성만 간직한 채......
정순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