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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의 위기
돌이켜보건대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었다. 인류사
가 시작된 이후 단 한 해도 전쟁과 기근과 질병의 위협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전쟁과 질병이 창궐할 때에는 예외 없이 종말론이 일
어나 문명의 전진을 방해했다. 구체적인 경우를 들면 중세기의 페
스트 창궐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창궐
하기 시작한 중국 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인류문명은 또다시 비상
한 도전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물론 종말론도 그 뒤를 이었다.
46억 년 전에 태어난 지구는 처음엔 생명체가 없는 행성이었다. 육
지는 뜨겁고 지각은 불안정했다. 산소가 아닌 질소, 이산화탄소, 유황
가스 등이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지각이 안
정되고 바다가 생겼다. 공기 중 산소가 적정한 농도를 유지하면서 생
명체가 태어났다. 수십억 년 동안 이어진 생명의 진화는 마침내 인류
를 낳았다.
현재의 이라크에 해당하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수메르문명이 비롯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6천여 년 전이었다. 이집트문명보다 약간
빠른 시기였다. 이 수메르문명이야 말로 ‘최초의’ 인류문명이었다.
이 문명은 인간이 수천 년의 세월을 두고 발전시킬 것을 경이적으로
짧은 기간에 이룩해 놓았다. 수메르문명은 오로지 수메르인의 힘으로
생겨나고 발전할 수 있었을까.
석기시대를 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여 야금술, 의학,
수학, 천문학과 달력, 수레바퀴, 고층건물, 악기와 음악, 조각, 보석가
공, 그리고 도시를 건설하고, 왕조를 개창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문
자까지. 이러한 100여 종에 이르는 수메르문명의 중요한 발명은 모두
가 인류최초였으며, 고등문명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들은
마법사였을까, 아니면 그들 자체가 <창세기>에서 말한 ‘신들의 아들
들’이었을까. 수메르문명에 이어 이집트문명, 인도문명, 황하문명, 그
리스문명, 로마문명 등이 일어났는데, 이는 인류의 진화속도에 비하면
참으로 기적 같고 경이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지구에 유인원(類人猿)이 생겨난 것은 2천500만 년 전이었다. 유인
원이 원인(猿人)으로 진화한 것은 1천400만 년 전이었다. 오스트랄
로피테쿠스가 등장한 것이 200만 년 전이었다. 여기까지 진화하는
데에 각각 1천만 년 이상이 걸렸다. 직립원인이 등장한 것이 100만
년 전이었다. 그리고 약 100만 년의 세월이 지난 10만 년 전에
원시인인 네안데르탈인이 등장했다. 크로마뇽인을 포함한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빙하시대였던 3만5천 년 전이었다.
그런데 불과 3만 년도 지나지 않은 6천여 년 전에 지구에 비약적
으로 발전한 문명이 나타났던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이나 석기를 쓰
고, 막대기를 무기로 사용하고, 짐승 가죽을 입고, 동굴이나 움막을
치고 살던 원시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평지에 건물을 짓고, 나라를
세우고, 왕을 떠받드는 현생인류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유인원에서 원인을 거쳐 원시인에 이르는 진화의 시계로 측정한다
면 현생인류는 앞으로 200만 ~ 300만 년이 더 지나서 출현해야 했
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의 돌연변이처럼 충격적이며 급격
한 문명이 돌출한 것이었다. 그 문명이 바로 수메르문명이었다.
제카리아 시친의 <지구연대기>에 따르면 우리 태양계는 지금으로
부터 40억 년 전에 마지막 형성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무한대의
우주공간 속에서 막 태어난 태양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그
리고 지구의 전신(前身)인 티아마트 등 9개의 행성과 그 위성들은
운행이 매우 불안정했다. 그렇게 10억 년이 흘렀다. 그때
우주공간을 떠돌던 새로운 행성 니비루가 태양계에 접근했다. 니비루
는 가장 바깥쪽을 운행하는 해왕성의 인력에 따라 태양계 안쪽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티아마트와 충돌했다. 그 결과 티아마트는 두 쪽으
로 분리되어 상반부는 지구가 되고, 하반부는 달과 소행성군으로 나
뉘어져 태양계 주변에 흩어졌다.
이렇게 지구와 달을 만든 제12행성 니비루는 다시 태양계 바깥으
로 사라졌다. 그러나 니비루가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니고 그대로 태양
계의 일원이 되었다. 다만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길고 먼 타원형의
궤도를 도는 행성이 되었을 뿐이다. 니비루의 공전주기는 3천600년.
그렇게 해서 다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니비루와 지구에서는 생명
체가 생겨나 진화하기 시작했다. 니비루에서는 지구에 비해 훨씬 고
도의 지능을 지닌 인류가 생겨나 급속도의 진화단계를 거쳤다. 25만
년 전, 초기의 호모사피엔스들이 급속도로 번창해 메소포타미아에서
아프리카로, 아시아 등지로 퍼져나갔다. 10만 년 전, 새 빙하기가 끝
나고 기후가 다시 온난해졌다.
3만8천 년 전, 신빙하기가 3만 년이나 지속되고, 인류는 퇴보를 거듭하여 마침내 생존마저 위험한 지경에 처한다. 가혹한 기후 때문에 유럽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되고, 메소포타미아 근동 크로마뇽인만 생존하기에 이른다. 그러다가 1만3천 년 전에 이른바 ‘노아의 대홍수’가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1만2800년 전과 1만1600년 전 사이에 지구는 인류멸망 수준의 대 격변을 겪었다. 이 1200년 사이에 벌어진 대 격변의 시간에 인간의 모든 흔적이 사라졌는데, 그것은 수렵 채집 구석기시대 원시인의 미개문명이 아니라 고도로 세련된 초고대문명이었다. 터키 남부 이라크 북부 접경지인 괴베클리 테페(배꼽의 언덕)에서 1만2000년 전의 유적이 발굴되었다. 이는 피라미드 등 기존 거석 유적보다 6000년이나 앞선 것이다. 모아이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의 본래 이름은 테 피토 오 테 에누아(지구의 배꼽)이다. 기존 고고학자들의 학설과는 달리 모아이석상들의 제작연대도 서기 후 몇 세기가 아니라 1만2천 년 전이었다.
지구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가던 1만2900년 전 혜성의 충돌이 겹쳐 그때까지 이룩했던 모든 문명과 문화가 소멸되고 말았다. 그때 초고대문명의 일부 극소수 현인이 살아남아서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인들에게 농업과 건축 등 기술문명을 전수해줬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도 고고학자들이 말하는 4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1만여 년 전에 만들기 시작해 4500년 전에 완성한 것이다. 터키와 시리아, 이란과 이라크, 인도네시아, 이집트와 멕시코의 초고대거석문명의 유적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수천 년 동안이나 논란이 이어져온 아틀란티스 이야기도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아틀란티스 같은 고대문명이나 초고대문명의 존재 유무가 아니다. 1만2900년 전 지구와 충돌했던 혜성 ‘피닉스’가 2030년이나 2040년께에 다시 지구로 돌진한다는 예언이 있다. 이 또한 인류멸망의 예언 - 종말론의 하나다.
지구온난화가 시작된 것은 한두 해 전 일이 아니다. 열대지방에서 나던 과일이 온대지방에서도 자라고, 열대바다에 살던 물고기들도 온대지방 바다에 올라와 서식한다. 한겨울 추위로 얼어 죽는 사람보다는 한여름 무더위로 쓰러지는 노인들도 늘었다. 지구가 이제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지구환경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외부 요인이든, 내부 요인이든 불안하다. 지구 종말은 더 이상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는 지구 종말을 불러올 수 있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당장 내일 발생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인류가 아직 이 대형 재난을 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과 혜성의 지구 충돌에 대해 그 위험성을 너무 강조하지 말라는 정부의 지시를 받았다. 국민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혼란을 가져올까 걱정해서였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공포에 못 이겨 머리를 모래밭에 처박는 타조와 다를 바 없다. 소행성과 혜성 충돌이 전에는 없었던 일도 아니다.
2016년 7월 16일 현재 미국항공우주국이 공개한 '지구근접천체(NEO)'의 개수는 1만4664개라고 한다. NEO는 소행성과 혜성 등 지구공전궤도를 통과하거나 지구로부터 0.3AU(천문단위·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로 약 1억5000만㎞) 떨어진 천체를 의미한다. 이들은 언제든 공전하다가 서로 부딪치면서 방향을 바꿔 지구로 향할 수 있다. 1만4664개 중 지구 최접근거리가 0.05AU 이내, 지름 150m 이상인 것을 '지구위협천체(PHAs)'라고 하는데 1714개에 달한다. 이 중 지름이 1㎞ 이상인 것은 157개나 된다. 만약 이 천체들 중 한 개라도 방향을 지구로 틀게 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6500만 년 전 지구에 떨어진 지름 10㎞의 소행성은 공룡을 멸망시켰다. 지구에 살던 생물종의 75%가 사라졌다. 1㎞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져도 재앙이 발생한다. 이 입자들은 수개월 동안 태양빛이 지구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이를 '충돌겨울(Impact Winter)'이라고 한다. 공룡을 멸망시킨 지름 10㎞의 소행성은 1억 년에 한 번꼴로 지구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행성 충돌은 인류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엔은 평화적우주이용위원회(COPUS) 산하에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를 설치하고 2014년 1월 첫 회의를 소집했다. NEO를 관측하는 각국 연구기관이 참여해 소행성의 발견과 추적, 궤도 계산, 물리적 특성 규명에 나서고 있다. 현재 NASA는 ㎞급 NEO의 90%를 발견하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향후에는 기한 없이 140m 이상 천체의 90%를 찾기 위해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만약 당장 ㎞급 소행성이 지구로 향한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70억 인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학자들은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소행성의 궤도를 옮기는 것, 영화 '아마겟돈'처럼 소행성에 인류가 착륙한 뒤 땅을 파고 폭발물을 매설해 내부부터 폭파시키는 것, 마지막으로 핵무기를 충돌시켜 우주공간에서 폭파시키는 것 등이다. 과학자들이 계획하고 있는 세 가지 방법 모두 기초연구가 수행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소행성의 물리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 태양 표면의 온도가 낮은 '흑점'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태양 표면에 있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우주로 방출되는 '코로나물질방출(CME)'이 발생한다. 만약 이 CME가 지구를 덮친다면 4년 동안이나 지구는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지구는 북쪽이 S극, 남쪽을 N극으로 하는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다. 자기장은 N극에서 나와 S극으로 흐른다. 이런 자기장의 방향에 맞게 지구에 있는 모든 전자장비가 작동한다. 하지만 CME의 자기장이 지구 방향과 반대일 경우 지구 자기장과 부딪히면서 자기장 교란이 발생한다. 자기장 교란은 '지구자기장 폭풍'을 일으켜 송전선에 이상 전류를 유발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는 지구 자기장의 방향에 맞춰 설계됐는데 이것이 뒤틀리면서 오작동이 일어난다.
지구 자기장이 교란되면 순간적으로 고위도 지역 자기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고에너지 입자가 지상으로 쏟아질 수 있다. 전력 의존도가 큰 현대사회에서 이 같은 CME가 지구로 날아온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미국 대기환경연구소(AER) 연구진이 201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큰 규모의 태양 흑점 폭발은 약 150년마다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계에서는 향후 10년 사이에 대규모 CME가 지구를 덮칠 확률은 12%선으로 보고 있다.
또 10만 년에 한 번꼴로, 지구에는 지름이 50㎞에 달하는 '칼데라'가 생긴다. 칼데라는 화산 폭발 이후 땅속 마그마가 분출된 뒤 비어버린 '마그마 방'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지형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화산 폭발로 인해 마그마와 화산재가 1000㎦ 이상 지표와 공기로 분출된다. 이를 '슈퍼화산(Super Volcano)'이라고 부른다. 지름 50㎞의 칼데라 속에 가득 차 있던 마그마가 분출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슈퍼화산이 폭발하면 어떤 현상이 뒤따를지 아무도 모른다.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래 큰 화산 폭발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과거 기록을 분석한 결과 슈퍼화산으로 분류된 인도네시아 토바산의 경우 화산 폭발로 인해 1000년 간의 겨울이 진행됐고, 전 생물종의 60%가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구가 파괴되기 전에 인류는 이미 멸망할 것이다. ‘피닉스’라는 죽음의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것이 2030년이나 2040년 무렵이라고 한다. 이 역시 종말론의 하나지만 이 사람이야 이미 나이 팔십을 바라보니 그때까지 살아서 지구의 멸망을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인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로 가서 인간의 역사를 이을 것인가. 아니면, 영영 우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인가. 만일 신이 있다면 그(그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로 가서 새로운 종교의 역사를 창조할 것인가?
지구의 수명은 얼마나 남았을까. 과학자들의 계산으로는 지구의 수명은 30억 년, 태양계의 수명은 100억 년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 식량난 등 자원 부족, 질병, 핵전쟁의 위협, 또는 다른 행성의 충돌 등으로 인류의 멸망은 지구의 멸망보다도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더 높다.
핵무기의 확산도 인류의 멸망을 앞당기는 요인의 하나다. 질병과 기근이 잠재적 위기라면 핵무기에 따른 핵전쟁은 눈앞의 위기다.
인류가 전멸하고, 지구가 블랙홀이 되고, 태양계조차 은하계와 대
우주에서 사라져버리면 현재 우리 70억 인류가 믿고 의지하는 신
(들)은 어디에서 우리를 구원할까.
과연 신(들)은 자신의 창조물인 인류의 운명을 끝까지 보살피고 책임
을 질 것인가!
이 세상에 불멸이란 없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무상한 것이다.
인류가 멸망을 앞당기지 않더라도 지구의 수명은 30억 년, 태양계
의 수명은 100억 년이다. 하지만, 언제 멸망하더라도 멸망할 것이라
고 해서 소중한 하나밖에 없는
인생을 마냥 허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야 마땅하다.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숙명이고 조건이다.
한국사든 세계사든 인류사든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관한 의문이나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지나온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만 앞으로 갈 길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로 갈 지를 어떻게 알고 결정할 것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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