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가족 24-13, 일 보 후퇴 후 극적 상봉
며칠 전, 전성훈 씨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가 동생 아름 씨가 건 전화를 받았다.
동생의 남편, 그러니까 전성훈 씨에게 매제가 되는 분 댁 어른들이 자두 농사를 짓는데,
전성훈 씨 집에도 보내 주신다고 했다.
잘 먹겠다며 전성훈 씨가 고맙다고 인사했다.
통화를 마치려는데 수화기 너머 동생이 말을 이었다.
“아! 저기 죄송한데, 혹시 최근에 오빠가 할머니를 뵌 적이 있나요?”
5월 말에 함양에 다녀왔으나 이번 달에는 아직 뵙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며칠 할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되어서 묻는다고 했다.
겨울에는 주로 댁에 계셔서 연락이 수월한데, 농사철에는 밭일로 바쁘시다 보니 이런 경우가 잦은 듯했다.
지난번처럼 이야기했다.
전성훈 씨 집에서 할머니 댁까지 멀지 않으니 언제든 다녀올 수 있다고, 할머니와 연락해 보고 찾아뵙겠다고,
전성훈 씨를 대신해 전했다.
하루가 지나고 메시지로 먼저 소식했다.
‘오늘 아침에 할머니와 통화했습니다.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 전화를 못 봤나 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개 집에 계시고, 가고 싶을 때 텃밭 다녀온다며 소식 전해 주셨어요.
할머니와 통화가 안 되면 바로 함양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다행히 소식 주고받아서 할머니 시간 여유 있는 날로 약속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7/1), 성훈 씨가 함양 들러서 할머니와 점심 외식할 예정입니다.
그날 다녀와서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말씀 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에, 감사합니다.’ 6월 26일 수요일, 동생 전아름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할머니에게 말씀드리고 출발하자 했더니 전성훈 씨가 휴대전화를 꺼내 할머니 번호로 전화한다.
대신 걸려다가 아차 싶었다.
손에 있던 휴대전화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할머니,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며칠 전 통화했으니, 텃밭에서는 전화를 잘 받지 못한다고 하셨으니,
걱정은 덜 되었지만,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염려를 티 내면 전성훈 씨가 마음을 더 쓸 것 같아 애써 활기차게 출발했다.
“할머니, 할머니.”
아…! 할머니가 계시지 않는다.
어쩌지?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으니 곧 오실 것 같은데 연락이 닿지 않으면 얼마나 기다리면 좋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밥때를 넘기고 있는 전성훈 씨는 무척 허기진 눈치다.
텃밭에 계신 것 같은데, 할머니를 찾아 이 마을을 헤매던 이후로 할머니를 뵙지 못해
아직 어디가 할머니네 텃밭인지 듣지 못했다.
작전상 일 보 후퇴. 먼저 밥을 먹고 다시 할머니 댁에 들르기로 했다.
그때도 댁에 계시지 않으면 마트에서 할머니 드실 간식을 사 오자고 했다.
“할머니, 할머니!”
“아이고, 훈이 왔나?”
터덜터덜 주차한 데까지 걸어가는 길에 극적으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듣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후에야 걸려 온 전화를 확인했다.
텃밭에 나가면서 보청기를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보니, 거는 전화는 수월해도 받는 전화는 못 듣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이렇게 뵈었으니 이제 됐다.
다 괜찮다.
지난 몇 달, 뵙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간 일이 많았다.
준비하고 나온 할머니와 전성훈 씨가 안의로 향했다.
손자가 가고 싶다는 중국집에서 외식하고, 손자가 마시겠다는 커피집에서 이야기 나누었다.
오랜만에 뵈어서인지 손자는 할머니 곁에서 애교가 늘었고, 할머니는 싫지 않은 눈치다.
“나는 몰라. 나이가 드니까 날짜도 모르고 그러네.
그래, 훈이가 갔다 왔다고? 잘했네, 고생했네. 잘했다, 잘했어.”
구미 동생네에서 남매가 아버지 제사 지낸 소식을 전했다.
가만히 있어도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여름, 전성훈 씨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할머니는 그 손을 놓지 않는다.
‘오늘 성훈 씨 함양 가서 할머니 뵙고 왔습니다. 함께 점심 먹고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소식 전합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7월 1일 월요일, 동생 전아름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고모님, 안녕하세요? 오늘 성훈 씨 함양에서 할머니 뵙고 왔습니다.
지난주에 동생 아름 씨가 할머니 연락이 안 된다고 걱정한 일을 계기로 오늘 함께 외식하기로 의논하고 다녀왔습니다.
별다른 일은 없으시고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도 소리를 못 들을 때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성훈 씨 밴드에 올릴 사진이 한가득인데 매번 이런저런 일로 미루고 있습니다.
조만간 사진 올리고 자주 공유하겠습니다. 평안한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더운 날씨에 고생하셨습니다. 엄마가 기운이 없으셔서 걱정이 많았는데 감사합니다.’
7월 1일 월요일, 고모님과 주고받은 메시지
아! 드디어 할머니 텃밭이 어딘지 알았다.
전성훈 씨가 몇 번이나 들렀던 것을 알고 있는 할머니에게 텃밭 위치를 알려 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다.
혹시라도 다음에 할머니 뵈러 왔는데 댁에 계시지 않으면 우리가 텃밭으로 가겠다고 했다.
“저기, 저기. 조금만 더 앞에. 그래, 요 밑에. 밑에 보이제? 훈이 어릴 때 많이 와서 알 건데. 이제 기억해라, 훈이 알았나?”
“알았어요. 네에, 네에.”
어버이날, 할머니 뵙겠다고 몇 번이나 걸어서 오간 길 가운데 할머니 텃밭이 있었다.
까먹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주변에 있는 나무며 간판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2024년 7월 1일 월요일, 정진호
가까이에 사는 자식이 효도한다고 했는데, 성훈 씨가 그렇네요. 다녀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여동생의 염려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할머니에게 연락하고 만났군요. 소식 들은 여동생과 고모가 안심하고 고마워했겠어요. 오빠 노릇, 조카 노릇, 그리고 손자 노릇 감당하며 사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살게 주선하고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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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성훈 씨가 할머니 댁에서 가까이 지내는 덕에 할머니에게도 동생에게도 든든하겠어요. 어릴 때 자주 갔던 밭이라니, 전성훈 씨 기억 속 어느 한 장면이 생생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