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학 졸업 후 사법시험 공부 시작 (24세)
2017년: 13년 공부 후 마지막 사법시험 수석 합격 (37세)
2020년: 사법연수원 수료 (40세)
혜경 씨는 '즐긴다'라는 말뜻을 잘 모른다고 했다.
2004년 단국대 법대 졸업 후 13년 동안 오로지 사법고시 공부만 해온 탓이다.
이러다가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걱정에 잠 못 이룰 때마다 왜 법조인이 되고 싶었는지 되새겼다.
서른 살이 넘자 주위에선 다른 공무원 시험이나 로스쿨 진학을 권했다. 매달 100만원 가까이 소요되는 생활비도 문제였다. 모교인 단국대에서 장학금을 받았지만 가족의 도움이 필요했다. 부모님께 선뜻 전화할 수 없었다. 빨리 합격하지 못하는 것이 불효처럼 느껴졌다. 결혼할 생각도 못 했다.
이씨는 "신림동 고시촌을 떠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미련"이라고 했다. 매번 한두 문제 차이로 낙방했다. 포기할 수 없었다. "다른 진로도 고민했지만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법 공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 조셉 마셜의 '그래도 계속 가라(keep going)'란 책 제목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 15시간, 300페이지씩 읽고 공부했다. 그런 일과를 거르지 않았다. 가끔 가수 거북이의 노래 '빙고'를 듣고 인근 도림천을 산책하며 머리를 식혔다. 최고의 일탈(逸脫)은 신림역 쇼핑몰 구경. 그마저도 배짱이 부족해 뭘 사진 못했다. 이씨는 "그땐 '시험에 합격하면 꼭 다시 사러 와야지' 하고 눈에만 담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 마흔 줄에 접어들어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다고 했다. 지난 1일 3차 최종 시험을 앞두고서야 카카오톡을 설치했다. "자판기 커피 아닌 아메리카노의 '쓴맛'도 알아가는 중"이라며 웃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13년 가까이 연락이 끊겼던 대학 동기들이 하나둘씩 전화를 걸어왔다. 대부분 어엿한 가장(家長)과 아기 엄마로 변해 있었다.
주변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아낌없이 응원해 주신 사랑하는 부모님, 그리고 언니를 위해 옷과 음식 등을 챙겨준 동생과 제부한테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조카 세빈이에게는 이모로서 많이 못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어린 나이인데도 이모를 이해해줘 고맙게 생각합니다. 많은 격려를 해 준 남자친구 희상 오빠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첫댓글 어쨌든 끝까지 도전했고 목표를 이룬게 너무 대단하잔아..... 난 몇번하다 안되면 포기하고 튀는데ㅠ
불확실한 미래+마지막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나아가신거 진짜 대단하시다
너무멋지다
아 너무 대단해 얼마나 마음이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