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리고 앉아서 시든 꽃을 바라보다
일어나며 무심코 한 말
"괜한 짓 했지 "
매주 화요일마다 가는 골프장 15번 홀 중간에
제법 넒고 깊은 개울에 몇 주 전부터
두 개의 꽃 무리가 피어있다.
그 개울은 가뭄으로 물은 흐르지 않고
재물로 바쳐진 골프공만 간혹 보이는
공을 칠때 조금은 긴장이 되는 곳이다 .
지난겨울 비가 제법 왔었을 때
꽃씨였는지 꽃 뿌리였는지 모르는
그 모체가 흐르는 물에 떠 내려와서
그곳이 머문 자리였나 보다 .
어느날부터 눈에 뜨인 그 꽃을 우리들은
"이쁘다 이쁘다 "
그렇게 말하며 몇 주을 보냈다.
그날 낸시 언니가 그것을 뽑아다 주겠다고 해서
내가 누가 보면 어떻게 하냐고 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애들 아빠가 말했다.
이곳은 지나가는 개에게 눈을 흘겨도 안되고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집으로 가져가면
큰 벌금을 물게 된다고 했다.
살아보니 조금은 과장된 말이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때 마침 지나가는 골프장 가이드한테 말을 했다.
저 꽃을 조금만 뽑아가면 안 되겠냐고 ~
그랬더니 인상 좋은 얼굴로 활짝 웃으며
No problem, , okay !
제법 가파른 그곳을 제일 젊은 내가
내려가겠다고 했더니
키가 172 정도 되는 낸시언니가
자기가 다리도 길고 팔도 길으니
내려 가겠다고 했다.
관찰력과 순발력도 좋고 골프 비거리도
엄청 나는 그 언니는 이미 전부터
내려가기 쉬운 곳을 물색해 놓은 거 같았다.
꽃으로 간 언니가 땅이 너무 딱딱해서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했다.
몇 개 뽑아 온 꽃은 뿌리가 끊겨 있었고
온전한 뿌리가 있는 것으로 재영언니와
내가 나누어 가졌다.
가까이서 꽃을 보니
낸시 언니네 집에 있는 꽃이라며
이게 살지 않으면 가을쯤에 갖다 주겠단다 .
언니들은 그 꽃이 코스모스를 닮았다 하고
나는 메꽃을 닮았다 했다.
그분들은 메꽃을 잘 모른다 해서 내가
나팔꽃 닮은 꽃이라 말해줬다.
어쨌거나 뽑아 왔으니 타월에 물을 적셔
뿌리를 감싸고 간식 싸간 지퍼백에 넣어
꽃의 밑부분을 싸매고 집에 오자마자
화분에 심었다.
오늘이 일주일째다.
어떻게 보면 몇 줄기는 살아날 것도 같고
다시 보면 점점 말라가고 있는 것 같다.
식물들도 제 살던 곳에서 떠나 오면
새로운 곳에서 한동안 힘들어하는 것이 보인다.
저 들꽃들도 적응하느라 그러는 것이면 다행인데
어쩌면 잘려진 뿌리라서 땅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할 확률이 높다.
메마른 땅이어도 그곳에서 무리꽃으로 피게
놔두고 보기만 해도 좋았을것을
괜한 짓을 했나 보다.
나는 요즘 화단 정리 한답시고
화분에 것들을 땅으로 옮기고
땅에 있던 것들을 화분으로 옮겼더니
장미 두 그루와 다른 화초 몇 개가 죽었다 .
그냥 놔 두면 좋았을텐데 왜 건드려서
잘 크던 것들을 죽게 하였는지 하여튼
요즘 내가 하는 괜한 짓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내 차를 타고
함께 온동하러 가는 나보다는 열 살 정도
나이가 많은 카타리나 언니가 말 한 적이 있다 .
한 10년 전 리커스토어 팔고
남은 돈 60 만불 정도를 카지노에 가서
다 날렸단다.
그때 눈에 뭐가 씌었는지 노름에 몇 개월 동안
미쳤었단다.
그때 골프나 열심히 치던지 아니면
연애를 했으면 돈은 안 날렸을 텐데
괜한 짓을 했단다.
그야말로 그것은 괜한 짓이다 .
살면서 우리들은 괜한 짓을 한다.
각자 다른 모습의 괜한 짓이다.
나도 가끔은 괜한 짓을 하고
또 때로는 괜한 말을 내 뱉고 나서
후회를 한다 .
성격상으로 큰 일로 괜한짓은 안 했지만
잡다한 일로는 많이도 해 보았다
그러면서도 또다시 되풀이를 반복하며
이제껏 살아왔으니
아마도 앞으로도 그렇게 살 지 싶다 .
'사는게 다 그런거지 ""누구나 다 그렇겠지"
그렇게 내자신을 변명을 하며
남들도 다 그럴것이라는 위안을 삼는다 .
내일도 몇 번은 그 시들어가는 꽃이
생기를 찾기를 바라면 마음으로
들여다볼 것이다 ,
괜한짓 한게 아니었으면 ....
첫댓글 꽃 얘기 나오면 미국 아줌마가 생각납니다.
이 꽃은 아실까 모르실까 궁금하더군요.
괜한 짓이라면 제가 전문이랍니다.
평생 그 짓만 하고 살았는 걸요.ㅎ
미국 아줌마 ㅎㅎ
혹시 저를 지칭하는것인지요 ?
괜한짓도 해 봐야 경험이 되고
배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
늘 건강 하시고 하시는 일이
만사형통이시길 바랍니다 .
괜한 짓거리
오십 중반 60 후반
너무 많아서 지금,그 뒷처리에 후회 엄청 합니다.
그때는 지금의 내가 있으리라 예견을 못하고
그릇 사다 들여 놓고
옷도 사다가 늘어 놓고
아들 둘 각자 필요한 물건 사다 넣어주고
매일 백화점 문화홀 나가서
인문학 강의 듣고
콘서트 관람하고
댄스교실 수강하고
남들보다 잘하려고 노력했고
빛나던 그 때가 좋았는데
지금 모든것 허무하게 세월 따라
가버렸네요.
그 자금들 통장에 차곡차곡 넣어둘걸
이제는 병원으로 더 들어가니까
남은게 없어서 후회 막급입니다.
오늘도 핸폰에 저장된 주식 몇 주에
온정성으로 들여다 보는데
언제 내게 부풀려 다가 올까
기다림에 애가 탑니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고 지낼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기도 올립니다.
아녜스님 꽃과 동행
희망적이여서 좋아요.
저도 한때는 그릇에 관심이 많았어요.
옷도 많이 사들였는데 이젠 모두 다 뚝~ 햇어요.
조윤정님은 배움도 많이 하셨네요.
삶에 도움이 된것도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건강이 최고 우선 순위가 분명하죠 .
그것 놓치고 나면 다 무의미가 되고요 .
나이 들어가니 건강도 차츰 잃게 되는게
우리의 인생사 인것 같습니다 .
그래서 저는 열심히 잘 놀면서 지내려고 해요.
그것도 한때 같아서요 ..
윤정님의 주식이 쑥쑥 올라 통장에 잔고가
풍성해지면 좋겠습니다 .
접시꽃이 참 쁘네요 ,
감사 합니다 .
지금까지 적다 볼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오며 괜한 짓을 엄청 많이 저지르며 살았지 싶네요.
울아녜스 님의 글을 읽으며 제 인생에 대해 회상 해보는 시간을 가져 봤습니다. ^^♡
그럼에도 저는 수피님이 잘 살아오셨다고 생각합니다 .
너무 교과서로 살면 재미 없어요 .
가끔 괜한짓도 하고 ..그래야 인간미가 있어 보여요 .
오늘도 평온한 하루 되세요.
괜한 짓도 해 봐야
다음부터는 괜한 짓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쯤, 실패를 해 본 경험이 있어야
살피면서 살아 갑니다.
공손과 겸허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작은 꽃, 이름 없는 들풀 일지라도
그 곳에 있어야 어울리며 생기가 있겠지요.
요즘, 아녜스님의 글이 마음에 울림을 주네요.
오늘 저도 한의원에 갔다가
문밖에 내놓은 유리컾에 뿌리를 내린 식물을
얻어 왔습니다.
괜한 짓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잘 키워야 될 텐데...^^
수필방에 글이 한산해서 시든꽃을 보며
글 하나 올렸습니다 .
마음에 울림이 있다 하시니 고맙습니다 .
한의원 치료가 잘 되시길 바랍니다 .
아마 식물도 잘 자랄것 입니다 .
자꾸 바라봐 주면 식물도 그 사랑을 알더군요.
아녜스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이오면님 ,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메꽃을 닮기는 했는데 다르네요.
메꽃은 통꽃입니다.꽃잎도 저 꽃보다
두꺼움.
괜한 짓 멋적은 짓,
저도
젊을 때 많이 했습니다.
꽃이 살아 날 듯 보여요.
죽을 거면 벌써 시들었겠지요.
꽃을 사랑하시는
꽃같은 아녜스님이시네요.
글이 참 곱습니다.
저는 짐승은 잘 거두는데 식물은
잘 죽입니다.
메꽃은 분명 아닙니다 .
아마 흔한 꽃일지도 모르는데
화원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
오늘 보니 부분은 죽고 부분은
살아난것 같습니다 .
애지중지 잘 보살피려고요 .
제 생활이 자연을 사랑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
식물을 뽑아서 다른 장소에
심으려면 주의할 점이 있어요.
식물을 손으로 잡아서 강제로
뽑으면, 그러면
뿌리가 함부로 끊어지면서 매우 아픕니다...
(땅이 단단해서 잘 뽑히지 않는
것을 억지로 뽑을 때
뿌리들이 끊어지면서 아프다고
울었을 것예요.
옮겨 심고 싶으면
꽃삽으로 뿌리가 다치지 않게 뽑아서 옮기는 방법이, 식물이 죽지 않을 확률을 높여줄 것입니다.
뿌리가 자리를 잡고, 뿌리가 맡은
임무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적절히 물을 주면서...
고향에 살 때 나는 그렇게 했어요.
T 피케티님은 자연을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느낍니다 .
프란치스코 성인 책 한번 읽어 보시면 좋을것 같네요.
저도 자연과 함께 할때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
조언 잘 들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아녜스님.
얼레빗이 아닌 참빗으로 한올 한가닥 세세히 빗어
동백 기름까지 입혀 반짝이는 엄마 머리결 모양
이야기가 단정하고 아름답습니다.
젖은 타월로 감싸듯이 물 주고 바람을 막아 주고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들여다 보신다니
드디어 긴머리를 치켜올려 가볍게 비틀어 둥그런 모양에
길다란 비취 옥비녀 꼽은 온화한 엄마가 보이듯이
괜한 짓을 한 것이 아닌, 내일은 싱싱한 꽃대의 꽃을 내밀겠지요? ㅡㅋ
평화를 드림니다.
댓글이 이렇게 정성스러우면 본글 쓴 제가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
오늘 보니 화초가 분명 살아나는것 같습니다 .
제가 틈만 나면 들여다 보며
쓰다듬어 주거든요 ㅎㅎ
요즘 이스트우드님 글이 안 보이네요.
틈나시는 대로 흔적을 남겨 주시면
수필방이 더욱 따스해 질것입니다 .
평화를 빕니다 .
괜한 짓이야 수시로 하면서 사는게
우리네 인생사인데요.모.
꽃을 사랑하는 아녜스님 맘이
넘나 예뻐서요.^^
맞아요
그렇지 않으면 뭔 재미겠어요 .
꽃과 나무 다 사랑한답니다 .
그래서 저도 산을 좋아해요 .
나무랑님처럼 ~~
인연이었겠지요. 그렇게 만나 아녜스님 집 화분에 와서 살게 될 인연, 자연은 탓하거나 원망이 없습니다. 그저 인연 닿는대로 살다가 갈 뿐이지요. 아마도 건강하게 잘 자라날 것입니다. 화분에서도 아녜스님 마음 속에서도.
저도 (인연)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
저를 스치는 모든것들은 저와의 인연으로
그런것이겠지요 .
인연의 종류와 색깔이 다르겠지만서도요 .
꽃과의 인연도 그렇고
수필방에서 만난 마음자리님과도 글자로 나누는
인연도 있지요 .
-사는게 다 그런거지
-누구나 다 그렇겠지
ㅎ 변명 맞을것 같습니다
언제나 똑똑 부러지는 일만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그런데 저도 여태 괜한 짓만 하며 살았어요
골프 이야기가 나와서 패스 할라캤는데 ~~~~ 골프 손주 사위 며느리 ~~~
이제 보니 단풍님 댓글에 답글이
빠졌네요 죄송~
가끔 단풍님이 싫어 하시는 내용이어도
이해 바랍니다 .
@아녜스 괜찮아요
저도 며칠만에 들어와서 이제야 알았습니다
단풍을 노골적으로 뵈기 싦어 하는줄 이미 알고 있어요 ~ 우헤헤~~
낮 달맞이 꽃이네요..
이뿌지요 핑크꽃이
꽃에 물을주면
꽃잎이 시들어요
땅에 근처에
줘야해요....
번지긴 잘 퍼져요..
골프 재밌게요
동지님!! ㅎㅎ
건강 하시고 힘내시고
잘 치세요!!~~ㅎㅎ
추천#
수샨님운 그꽃를 알고 계시는군요 .
꽃이 참 예쁩니다 .
아주 깨끗한 느낌을 주네요 .
일단 살려야하니 물을 듬뿍 주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 운동 자주 나가고 있습니다.
수샨님도 기분좋른 라운딩 하시기를..
꽃과 얽힌 괜한 짓
우리는 가끔 누구나 괜한 짓을 하고
후회 하지요.
그런 짓이라도 해야 세월이 가는지
아니면 나름 카타르시스 해결 방법이기도 한지 ㅎ
글 읽는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 상큼한
사고의 반전, 좋은 글 잠시 머뭄니다. 건필 하세요.
뽑아온 꽃에게 미안해서 쓴 글이지요.
그때는 그게 꼭 해야 되는 일처럼 여겨진것도
훗날 생각 해 보면 그저 큰 의미가 없더군요.
미움도 사랑도 애닮음.... 등등도 ..
어쩌면 다 괜한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곳은 깊은 밤이라 좀 졸리네요 .
한스님의 오늘 하루가 즐거우시길 바랍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구봉님의 어머님 같으신분을 이곳에서는
Green thumb 라고 합니다 .
유난히 화초를 잘 가꾸는 분을 일컫는 말이지요.
저는 주워 왔다고 말을 합니다 ㅎㅎ
얻어 오는것이 더 많고요 .
댓글에 답글이 늦어졌네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괜한짓...
그러셨군요 .
벌금 물을 일 같은것은
하지 않습니다 .
나름대로 옳고 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늘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