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이번 주에 일어난 일을 혹시 아십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스웨덴 출신 혼성그룹 “아바(ABBA)”의 “댄싱 퀸(DANCING QUEEN)"이 전세계의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점령하고 있었던 1976년 9월 바로 이 맘 때는 조물주가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특별 서비스를 한 기간이었다.
1976년 9월 22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태어난 네 명의 신생아가 훗날 세계 축구사에 어떤 자취를 남길지 예상할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그 네 명의 수퍼 베이비는 바로 1976년 9월 22일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호나우두, 4일 뒤 동독의 괴를리츠에서 태어난 발락, 바로 그 다음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토티. 그리고 호나우두 보다 딱 1주일 뒤에 구소련 드비르키브쉬나에서 태어난 셰브첸코가 바로 그들이다. 정말 놀랍게도 이들 네 명의 축구 스타가 1976년 9월, 일주일 사이를 두고 전세계에 등장했으니 정말 대단한 7일간이 아닐 수 없다.
축구 황제 펠레가 선수 생활을 은퇴한 날까지 맞추어 태어난 호나우두는 그 탄생이 비범했던 만큼, 재능도 일찍 꽃피웠고 가장 화려했다. 월드컵 2회 우승에 역대 최다 득점, FIFA 올해의 선수 3회 수상 등 전세계에서 그만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할 수 있는 선수는 드물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불어난 체중만큼 특유의 폭발력이 줄어들었고, 그라운드 보단 관중석과 벤치 쪽에서 더 자주 보게 돼 정말 안습 모드(?)라 아닐 수 없다. 정확히 10년 전인 1996년 FC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준 호나우두의 환상적인 드리블과 파괴력을 다시 한번 기대한다면 분명 과욕이겠지?
호나우두와 4일차로 태어난 발락은 호나우두에 비한다면 늦깎이 스타다. 호나우두가 바르셀로나에서 날라다닌 96-97 시즌에 발락은 독일 3부리그에서 활약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발락은 잠머와 클린스만이 사라진 2000년대 독일 축구의 아이콘으로 급성장했다. 98년 카이저슬라우테른의 깜짝 우승 -그들은 2부에서 올라온 첫해 분데스리가를 우승했다-으로 시작한 발락의 커리어는 2002년 만개했다. 레버쿠젠의 유니폼을 입고 발락은 챔피언스리그 8강과 4강에서 연이어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침몰시켰고, 한일 월드컵에선 힘빠진 전차군단을 결승까지 진출시키며 그가 2000년대 독일 축구의 대명사란 걸 여실히 증명했다.
올시즌 발락은 자신의 서른번째 생일을 처음으로 이국 땅에서 맞게 될 것이다. 지난 여름 거의 1년여간의 논란 끝에 결국 잉글랜드 첼시를, 그것도 자유 이적으로 선택했다. 덕분에 그는 지난 5월 뮌헨 고별 경기에서 4시즌 동안 3번이나 바이에른 뮌헨에게 우승 쟁반을 안겨줬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중 홈팬들에게 엄청난 야유를 받아 급기야 회네스 단장이 장내 방송으로 팬들을 설득하는 어처구니없는 수모까지 당했다. 여하튼 발락은 이번 시즌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해야 한다. 초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왠지 어색해 보이는 파란 유니폼의 발락이 나이 서른에 맞은 일생 일대의 도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곧 다가올 그의 서른번째 생일 파티가 그리 흥겨울 것 같지는 않다.
발락이 홈 팬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반면, 발락 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토티는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모델이다. 로마에서 태어나 AS로마의 황태자 ‘지아니니’를 동경하며 성장한 토티는 AC밀란의 거액 스카우트를 거부하며 -아들의 꿈을 존중한 토티 어머니의 결정이었다- AS 로마 유스팀에 입단했다. 1993년 만 16살의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토티는 그 후 팀의 부침에 상관없이 어떠한 유혹에도 로마의 자주색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 1996년 유럽 21세 이하 선수권에서 이탈리아에 우승컵을 안긴 토티는 유로2000에서 자신이 진가를 제대로 드러냈다. 비록 우승 트로피를 얻진 못했지만, 플라티니 등 많은 전문가로부터 대회 최고 선수로 평가 받았고, 특히 네덜란드와의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반 데 사르를 상대로 보여준 환상의 칩핑(Chipping) 기술은 그 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일 쿠키아이오(Il Cucchiaio)’로 불리며 ‘스푼(spoon)’이란 의미-가 됐다.
유로2000 이후 토티는 소속팀 AS로마에게 83년 이후 18년만에 세리A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며 자신이 ‘지아니니’의 후계자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토티에게 시련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탈리아의 운명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출전한 2002 월드컵에서 퇴장당하며 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고, 유로2004에서는 덴마크 풀센에게 침을 뱉다 걸려 징계를 받았고 팀은 조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두 사건 모두 토티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지만, 결과적으론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정한 시련은 2004-2005 시즌이었다. AS로마는 시즌 내내 4번이나 감독을 교체하며 거의 강등까지 될 뻔했다. 여러 가지 잡음과 무질서가 로마의 클럽하우스를 휘감고 있고, 주변에선 명문 구단의 스카우트 제의가 끊이질 않았지만 토티는 로마를 저버리지 않았다. 2005-2006 시즌의 출발도 그리 좋지 못했지만, 시즌 중반 11연승이라는 세리A 신기록을 세우며 로마는 부활했다. 비록 토티가 비골 골절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당하며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로마는 15위에서 5위로 도약하며 시즌을 마쳤다. 부상을 털고 출전한 독일월드컵에서 토티는 이탈리아에 4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안겨주었다. 물론 예전의 ‘리베라’처럼 우승컵의 주인공이라고 단언할 정도의 활약은 아니었지만, 부상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고, 자신의 커리어 상으로도 아주 중요한 우승이었다. 대회 전 이탈리아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대회라 단언한 토티가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쥐고는 대표팀 은퇴를 재고하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제 토티는 부패 스캔들로 조정된 팀순위 덕택에 출전하게된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노릴 것이다. 비록 현실적으로 로마가 우승 전력은 아닐지라도 토티의 활약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 하다. 15년간 충성을 다한 로마의 레전드 토티! 1976년 한 주에 태어난 슈퍼스타 4인방 중 다가올 미래가 가장 장밋빛으로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유럽의 호나우두’로 불리는 셰브첸코가 태어난 건 호나우두가 태어난 지 정확히 일주일 뒤다. 권투를 하다 몸이 너무 커져 축구로 바꾸었다는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론 분명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일 것이다. 1994년 디나모 키예프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97-98 챔피언스리그 조예선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999년 밀란으로 이적한 셰브첸코는 이적 첫해 세리A 득점왕에 올랐고, 챔피언스 리그, 이탈리아 리그의 우승컵을 모두 자신의 커리어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조국 우크라이나를 유럽예선 죽음의 조에서 당당히 1위로 독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고, 본선에서도 8강 돌풍을 이끌었다.
그런 그가 말디니, 바레시 같은 밀란의 레전드 지위를 거부하고 갑부 구단 첼시로 지난 여름 이적했다. 그의 이적설이 나돌던 지난 시즌 말 로마와의 홈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그에게 홈팬들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그를 설득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홈팬들의 눈물을 뒤로 하고 그는 모델 출신 미국인 부인의 뜻에 따라 첼시를 선택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열망하는 첼시는 서른 줄에 들어선 그에게 500억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과연 셰바가 첼시의 유럽 정복 전략의 선봉에 설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전성기를 지났기 때문에 영리한 밀란이 팔았다고 주장하는 호사가들의 말이 신통맞게 들어 맞을 것인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또한가지 관심거리일 것이다.
1976년 9월 22일부터 일주일간 영국은 사상 유래 없는 가뭄 기간이었고,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TV토론에선 지미 카터가 포드를 완전히 박살내 결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일주일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4명의 축구 영웅이 탄생했다는 것도 분명 인상적으로 기억할 만한 일일 것이다.
자! 22일부터 일주일 동안 생일을 맞게 될 1976년 생들이여! 그대들이 태어날 당시 조물주의 상태가 아주 좋았음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자신에겐 어떤 영험한 기운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
첫댓글 1988년 2월에는 무슨일이 일어난줄 아십니까?
제가 태어났죠
1986년 12월은 ?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옹알이를 한 때입니다 ㅋㅋ
19일입니다.선물 기대하겠습니다[....]
아 리플이 더 웃겨.....ㅋㅋㅋ
저때 태어나야 레전드급 소리를 듣는구나... 휴~
그러고 보니 격투계에서도 효도르 노게이라 실바 레미 본야스키가 모두 76년생 이군요....
와 글 잘쓰신다~ㅋㅋ 4월 13일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