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
화려한 도시, 서울은 그 어떤 도시보다 야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 특별한 날이면 연인들은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웬만한 이벤트보다 더 감동적인 밤의 경치 때문인데, 이 멋진 광경을 놓치고 살아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바쁜 일상에 스마트폰의 작은 불빛만을 바라보고 있는 당신도 혹시 그렇진 않은가? 뜨거운 서울의 밤을 느끼고 싶은 자, 지금부터 주목하라.
1. 대학로 최고의 야경, '사랑의 옥상'
문화, 예술의 거리라 불리는 대학로는 낮이건 밤이건 젊음의 열기로 가득하다. 성균관 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교와 다양한 공연 예술 센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에게 친숙한 공간인 대학로에 남산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야경이 끝내주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입장 또한 무료라는데, 그곳은 어디일까?
성균관 대학교의 법학관 옥상이다. 법학관 옥상은 성균관대 재학생 사이에서 '사랑의 옥상'이라고도 불린다. 두 남녀가 법학관 계단을 지나면 서서히 사랑이 싹트기 시작해, 이곳에 올라서는 순간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유명한 전설도 있다. 마치 고급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의 옥상에서는 남산과 종로 일대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혹시 좋아하는 그녀와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남성이라면 어서 이곳을 찾아가 보길. 황홀한 야경을 배경으로 사랑 고백을 듣는데, '오케이!'를 외치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2. 달리는 2층 버스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
광화문 앞에 2층 버스 한 대가 서 있다. '서울시티투어버스’다.
저 버스는 대체 어디로 가는 버스인고?
달리는 2층 버스에서도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학업, 취업 스트레스로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에도 그만이다. 서울시티투어버스는 서울 내 야경이 좋은 곳이라면 무조건 달린다. 버스의 순환은 약 1시간 30분이다. 다양한 코스와 시간대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는데, 광화문을 시작으로 -> (마포대교) -> (여의도) -> (성수대교) -> (한남대교) -> N서울타워 -> 남대문시장 -> 청계광장을 도착지점으로 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많다.
서울시티투어버스는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예약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미리미리 예약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광주에서 올라온 여학생들. 화려한 서울 야경 촬영에 여념이 없다.
2층 버스에 오르자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버스를 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좌석 앞에 하나씩 놓여 있는 헤드폰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각 관광지에 대한 소개가 헤드폰 너머로 다국어 음성 안내 시스템을 통해 제공된다. 우리나라 다리의 이름과 그에 얽힌 재미있는 유래들이 소개돼 서울의 야경을 한껏 더 아름다워 보이게 했다. 그래서인지, 하교 때마다 보는 서울의 야경이 이날 따라 유독 찬란하게 느껴졌다.
3. 송중기의 '잇' 플레이스 오동공원!
드라마 <착한 남자>의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술 마시기 좋은 장소를 봐 두었다”고 말하며 여주인공이 찾아간 곳은 바로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오동공원이다. 오동공원은 서울시가 선정한 '성북구 우수 조망 명소’로 꼽히기도 했다. 북부간선도로는 물론 서울 남쪽의 경관과 청계산 관악산 우면산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 야경을 논함에 있어 절대로 빠질 수 없다.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고 있었다. 오동공원의 정상엔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앞으론 찬란한 성북구의 야경이 펼쳐져 있다. 고요한 오동공원에서 화려한 주택가의 불빛을 보고 있자니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맥주 생각이 저절로 났다. 추운 날씨 때문에 맥주는 못 마셨지만 여름이 온다면 꼭 한 번 마셔보리라.
4. 한 달에 딱 두 번! 올빼미족을 위한 '뮤지엄 데이'
매일매일 정신 없는 일정 때문에 한 달 동안 데이트다운 데이트도 못했다. 과제를 겨우 끝내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8시. 오늘도 저녁이나 먹고 집에나 가려던 찰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보자고 한다. 도대체 어떤 미술관이 밤에 전시를 한다고 이 시간에 미술관을 가자는 건지, 생각 없는 남자친구가 원망스럽다.
여기서 잠깐! 달력을 펴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확인해 보자. 오늘이 그 달의 첫째, 셋째 주 화요일이라면 그날은 바로 미술관의 심야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뮤지엄 데이'다! 그렇다. 당신의 남자친구는 서울의 밤을 즐길 줄 아는 '센스남'이었던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매월 첫째, 셋째 주 화요일은 밤 8시까지 운영되는 미술관의 관람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해 개관한다.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늦은 시간에도 야간 데이트를 위해 이곳을 찾는 커플과 친구 무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무료 전시회도 자주 열린다. 시민들에게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적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늦은 시각까지 미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뮤지엄 데이를 놓치지 마라.
고층 건물에 올라가 탁 트인 전망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시원해진다. 그러고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늘 삶에 지친 사람들은 도시의 야경을 보며 위안을 얻곤 했다. 둘만의 진솔한 대화를 나눌 때에도 도시의 밤은 단골 배경이었다. 그만큼 도시의 야경은 우리에게 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숨어있던 감성이 꿈틀거리는 시간, 밤.
서울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
글 : 박지민 / 사진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