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사회 참여 봇물 대선 후보 캠프마다 몰리는 연예인들, 영입 경쟁까지 치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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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은 움직이는 뉴스 메이커이기도 하지만 그 영향력도 상당해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이언 리더로서의 역할도 한다. 때문에 연예인들은 요즘처럼 대선 정국에서는 정치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고 미국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사건과 같이 민감한 사회 문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물론 연예인이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두고 반발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들 역시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명의 국민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연예인들
우선 가장 두드러진 연예인들의 정치·사회적인 움직임은 대선 캠프에 합류하는 정치적인 움직임이다. 특히 최근 대선에서는 연예인들의 지원이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연예인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후보 캠프별로 참여하고 있는 연예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많은 연예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캠프는 단연 이회장 캠프이다. 이회창 캠프에 소속된 연예인들은 ‘연예인홍보단’과 ‘한사랑자원봉사단’으로 묶여서 관리되고 있는데 이들을 포함해 이회창 후보 지지 연예인은 대략 1천2백여명에 이른다. 지난달 10일 출범한 한나라당 ‘한사랑자원봉사단’ 발대식에는 젊은 연예인과 스포츠인 약 2백50여 명이 참여했다. 당시 참여한 연예인들을 살펴보면 KBS 개그콘서트 팀과 탤런트 박철·김인문·한혜숙, 한나라당 강신성일 의원의 부인 엄앵란씨, 가수 조갑경·홍서범·이자연·이승철·신성우·변진섭·베이비복스 등이다. 또한 중견급 연예인 중심인 연예인홍보단(단장 탤런트 석현)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6일 출범했는데 발대식에 참여한 가수 현미·한명숙·김수희·문희옥·김혜영·최석준·박상민, 코메디언 배삼룡·구봉서·황기순, 탤런트 사미자·양택조·임채무·전원주 방송인 이창명 등을 비롯 총 1천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는 영화배우 출신 강신성일·신영균 의원도 참여하고 있고 가수 설운도와 코미디언 이용식 등 30여명이 부단장을 맡고 있다. 노무현 캠프의 경우 영화배우 문성근·명계남을 중심으로 한 노문모가 활동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캠프는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나 영화제작자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정지영, 이창동, 김동원, 김광수, 김대승, 류승완, 박기형, 서우식, 이민용, 이현승, 곽재용, 김미희, 송일곤, 신철, 유인택, 이영재, 이은, 조진규 감독 등이 그들이다. 또한 박재동 화백이나 가수 정태춘, 음악평론가 강헌, 시인 고규태·노혜경·안도현, 소설가 김영현·김하기, 공연연출가 김정환, 연극과 김대현 교수, 영화배우 권해효·방은진 등 전 문화예술계가 골고루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감독 변영주, 소설가 공선옥·김중미·송경아씨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대학시절 민노당 당원에 가입했던 영화배우 문소리씨를 영입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파도에 연예계도 술렁술렁
하지만 이러한 연예인들의 움직임에 네티즌들이 딴지를 거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에게 사이버 테러를 가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탤런트 박철과 윤도현 밴드. 현재 대선 캠프에서 영입 1순위 스타인 가수 윤도현의 경우 이미 지난달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때 관람차 들른 노후보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윤도현의 경우 “윤도현 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를 대선 캠페인 송으로 바꿔서 부를 경우 1백만 표는 딸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최고의 영입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지지 발언 이후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윤도현은 현재 노무현 지지 의사는 밝혔으나 캠프에 가담은 하지 않는 잠정적 지지자로 분류되고 있다. 박철의 경우 이회창 캠프의 핵심 멤버중 한명이다.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박철의 경우에도 노무현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심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대선 캠프 참가를 회피하고 있고 참여하더라도 익명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는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안재모와 이혁재 등도 정치권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들의 매니저들은 절대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 또한 최근 인디 밴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낭만 고양이>의 4인조 밴드 체리 필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은 <낭만고양이>를 캠페인 송으로 써도 좋다고 승낙하고 개런티 1천만원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포기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젊은 스타들이 대거 소속된 몇몇 연예기획사들은 “회사 차원에서도 스타의 이미지 관리상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혹시 있을 수 있는 소속 연예인들의 대선 캠프 참여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을 정도다.
“제가 워낙 영향력이 크다보니”
이러한 분위기는 대선을 두 주 앞두고 개봉되는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영화 시사회가 끝난 뒤 출연진과 감독이 한자리에 모여 열린 기자간담회장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른 정치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는 한민욱이라는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등장한다. 노숙자로 분장하고 실제 노숙자들과 어울리는 대통령, 지하철이나 버스에 승차해 시민들과 어울리고 택시기사로 변신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대통령. 이를 기반으로 국정 운영에서도 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한민욱 대통령의 모습은 한마디로 우리가 꿈꿔온 대통령의 모습이다. 하지만 혹시 이 영화가 ‘특정 후보가 이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제작됐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이와 비슷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특정 정당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은 사실은 없는지, 어느 후보를 지원하는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심지어 극중에서 대통령의 딸 한영희의 남자친구로 출연한 남자 배우의 실명이 김영삼인데 어떤 의도가 있는 캐스팅이 아닌가 하는 민감한 질문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전만배 감독은 “전혀 정치권과 접촉한 바 없다. 일부러 그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정치적인 냄새를 최대한 지우려 노력했다”며 “지난 대선때는 특정 정당에서 제작비를 지원하겠다는 의뢰가 들어왔었지만 그런 식으로는 이 영화를 만들기 싫어 거절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민욱 대통령 역의 안성기는 “제가 워낙 영향력이 크다보니 좋아하는 후보를 밝힐 수 없습니다”라고 말해 간담회장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는데 곧 이어 “방금 한 말을 기사로 쓰시게 되면 그 뒤에는 반드시 (좌중 웃음) 이라는 표현을 써 달라”며 농담임을 강조했을 정도다.
민감한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인 참여
정치적인 부분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떳떳하게 밝히는 연예인들도 있다. 최근에는 개그맨 남희석이 미군과 한국 경찰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워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2일 남희석은 다음카페의 <하회탈 남희석>에 <울 나라 든든한 전경이 고마운 나라 미국을 지켜주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경들, 물론 막다 보니 격한 상황으로 발전했겠지…. 그 사람들이 미군 막아주려 그러는 게 아니겠지”라고 당시 상황에 대한 느낌을 밝힌 남희석은 “미국. 평화 지킴이. 미국, 참 모순이야. 진정한 모순이야. 알 수 없어”라는 말과 함께 “‘난 뉴스 관심 없어요’라고 말을 뱉어 버리는 사람이 참 묘해 보일 때 있다”며 젊은 팬들에게 꼭 뉴스를 보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글은 얼마전 미군 장갑차 관제병과 운전병의 잇단 무죄 판결과 이에 항의하는 시민을 한국 경찰이 폭력으로 과잉 진압했던 아이러니한 상황을 비꼬은 것으로 미군 장갑차 사건과 잇단 무죄 판결에 대해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공개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지금까지 정치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정치적인 활동을 병행하는 연예인들이었던데 반해 남희석은 전혀 정치적인 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이번 남희석의 용감한 발언은 연예인이 오피니언 리더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연예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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