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뜸 했던 빈대가 얼마전 프랑스에서 난리를 치더니 관광객을 따라
들어왔는지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기숙사 등에서 출몰한다고 질병관리청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빈대는 빈댓과의 곤충으로 몸의 길이는 5mm 정도이고, 둥글납작하며 색깔은 갈색이다.
앞 날개는 아주 짧고 뒷날개는 퇴화하였다.머리는 작고 더듬이는 네 마디이고, 배 부분은 편평하고 크며
다리는 세 쌍이다.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집안에 살며 주로 밤에 활동하여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
빈대한테 물리면 가렵기도 하고 물린 피부가 퉁퉁 부어 오른다. 빈대한테 얼마나 당했으면 '빈대 잡겠다고
초가 삼칸 태운다'는 속담도 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생활고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이나 벼룩 빈대 등이 많았다.
겨울에 학교 갔다오면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앉아 내의를 벗어 이나 벼룩 잡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다가 미군이 살포한 DDT(살충제)가 나오고 나선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빈대도 거의 사라졌지만 남에게 빌붙어 득을 보는 친구를 일컬어 빈대라고 별명을 붙였으며 그 중에서도 제일 심한 친구를 왕빈대라고 불렀다.
대학 기숙사에서 휴식시간에 밖에 나와 모이면 대부분이 흡연을 했는데 자기 댐배는 감춰놓고 꼭 남의 담배를 얻어서
피우는 친구가 있었다.
70년대말 우리 식구가 잠시 영국 카디프에 나가 살 때 위에 두 딸은 중학교에 다녔고 아래 두 사내녀석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어느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주더라고 참빗을 하나씩 얻어왔었다. 남학생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다녔으므로
빗이 필요가 없는데도 얻어왔길래, 무슨 용도로 주더녀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여학생들 머리에 머릿이가 있어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잡을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이라고 하였다. 아마도 애완견을 많이 기르다 보니 개한테 있던 이가 여학생들
머리로 옮겨갔다가 다른 학생들한테로 전염이 된 것으로 유추되었다.
'반대'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게 고 정주영회장의 '빈대철학'이다.
정주영회장이 젊은시절 인천부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노동자 합숙소에는 빈대가 많았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이었지만 빈대 때문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던 정주영은 방바닥에서 자지 못하고
식탁 위에서 잠을 청했지만 빈대는 식탁 다리를 타고 올라와 악착같이 피를 빨아먹었다고 한다.
그러자 정주영은 빈대를 떨치기 위해 식탁 다리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담가 버렸다고 한다. 빈대가 양동이 물에서 헤엄쳐서 식탁
다리를 타고 올라올 순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방법도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빈대들은 식탁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지 못하자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간 다음 천정에서 식탁 위로 공중 낙하했던 것이다. 정주영은 순간 깨달았다. "전심전력을 다해 뜻을 이루는
빈대를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도 어떠한 난관에 처하더라도 전심전력을 다하면 이 세상에 못 이룰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