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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故 윤기중 교수 마지막 논문의 교훈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입력 2023.12.25. 03:00업데이트 2023.12.25. 07:39
https://www.chosun.com/opinion/taepyeongro/2023/12/25/P7SCH3CW3RDTRCAV252BXVYU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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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아버지, 별세 직전
“국가 미래에 통계 중요” 논문 써
보궐선거·엑스포 전략 실패
숫자 무시한 결과라고 말하는 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조문을 받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버지 고(故) 윤기중(1931~2023) 연세대 명예교수는 세상 떠난 올해 8월 15일에 한 달 앞서 나온 ‘학술원 논문집’에 생애 마지막 논문을 실었다. 윤 교수가 ‘대통령 아들’을 두고 쓴 처음이자 마지막 논문이다. 김홍우 서울대 명예교수(정치학)는 필자도 속해있는 소셜미디어 단체방에서 최근 이 논문을 언급하고 “바로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고 있는 말”이라고 적었다. 안타깝게도 단체방에선 논의가 더 진전되진 않았다.
윤기중 교수의 마지막 논문을 찾아 읽었다. 학술원 논문집 62집 1호에 실린 논문의 제목은 ‘윌리엄 페티 경과 정치산술’. 17세기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페티(1623~1687)의 저서 ‘정치산술(Political Arithmetick)’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했다. 산업혁명보다 약 100년 앞서 1690년 출간된 책이지만 그저 옛날이야기는 아니다. 윤 교수는 “현시점에서 페티의 저서 정치산술을 고찰해 봄으로써 국가 경제의 미래 방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도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논문에 따르면 페티의 ‘정치산술’은 영국의 권위를 높일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제안하고 이를 논증한 책이다. 윤 교수는 페티의 주장을 이렇게 요약했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비록 적어도 그 위치와 산업 그리고 정책 여하에 따라 국부와 국력은 많을 수 있고, 국토가 넓은 나라와 대적할 만하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페티는 당시 네덜란드 연합국의 두 지역 홀란드·질란드를 프랑스와 비교한다. “홀란드·질란드에 비해 프랑스 왕국은 인구는 13배, 국토 면적은 80배이지만 국력은 3배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산술적 통계를 들어 입증한다. 페티는 “유럽의 선박은 모두 200만톤으로 이 가운데 잉글랜드 것이 50만톤, 홀란드 것이 90만톤, 프랑스 것이 10만톤”이라며 홀란드·질란드가 훌륭한 성취를 이룬 이유를 ①환경적 위치 ②산업 ③제도와 정책에서 찾았다. 윤 교수는 “소국이라 할지라도 위치와 산업 정책으로 대국과 맞먹을 수 있는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적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력도 숫자를 바탕으로 비교한다. 인구·영토는 물론이고 감자, 과일, 가금류, 생선, 아연, 주석, 철광석 등의 가치까지 상세히 따진다. 페티는 “잉글랜드 사람들은 한 사람당 평균적으로 프랑스 사람들보다 3배나 많이 외국 무역 거래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국력 증진에 방해가 되는 요인, 즉 잉글랜드·스코틀랜드·아일랜드로 나뉜 정치적 분열 등을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로 실업 문제를 해결하면 국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17세기 유럽의 복잡한 통계와 숫자가 나오는 윤 교수의 논문을 읽는 건 상당한 인내가 요구되지만 결론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윤 교수는 “통계가 없는 현대 국가를 상상할 수 없는 현시점”을 말하면서 “페티의 연구 방법인 수리를 근거로 한 대량 관찰을 토대로 한 통계”가 “국가 경제의 미래 방향”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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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를 지낸 윤기중 교수가 국가의 미래에 통계의 중요성을 언급한 점은 당연한 듯하지만 92세 노학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해 이런 논문을 쓴 것은 앞서 김홍우 교수 언급처럼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는 전언(傳言)은 아니었을까. 자기만 정의롭다는 허상을 바탕으로 숫자와 통계를 조작한 전 정부는 끝내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최근 여당의 보궐선거 패배와 정부의 엑스포 유치 실패 역시 자신만의 희망 사고를 바탕으로 숫자와 통계를 무시한 결과는 아닌가. 윤 교수의 마지막 논문은 ‘대통령 아들’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이한수 기자 문화부장
밥좀도
2023.12.25 05:35:25
한 국가 발전의 요체는 지도자의 철학과 이념,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이 좌우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좋은 사례다. 윤통은 박정희를 닮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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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月
2023.12.25 06:36:19
대통령주변에 희망고문하는 간신들부터 처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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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song
2023.12.25 06:34:51
조선일보는 왜 지속적으로 윤대통령 흔들기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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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김씨
2023.12.25 08:17:56
윤통이 뭘 못하는데 ? 난 윤통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리짜이밍 빨리 구속 못 시키는 것이 불만이긴 하나 법 테두리 안에서 민주당 지지 판사들 비정상 판결에도 불구하고 잘 하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실패는 1년만에 그정도면 잘 한거고,,경제는 삶은소대가리가 워낙 개판으로 만들어놨고, 세계경기 자체가 고금리 상태인데 이 정도면 괜찮은거고,,,언론에서 윤통이 잘못 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뭘 잘 못하고 있는지 나열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언론을 장악한 거시기 지지자들 ! 제2, 제3의 김반배는 또 나온다. 김만배 금지법 만들어라, 한동훈에게 부탁한다.. 꼭 김반배 금지법 만들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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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2023.12.25 07:35:55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굳이 윤석열 정부에게만 대상을 국한하는 것은 견강부회 같다. 물론 윤석열 정부도 에외가 아니고 하나라도 교훈을 얻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측근들의 대다수가 과학 기술의 문외한들이니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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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3.12.25 07:24:16
정치경험이 백지인 윤대통은 시행착오를 할 것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라던 세익스피어 대사처럼 장대한 끝은 좋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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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르미
2023.12.25 08:32:41
정치는 철학이다. 고로 정치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에게서 철학을 엿볼 수 없다는 그는 한갓 선동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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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2023.12.25 08:14:52
국가 통계는 통계 자체는 틀리기 어려운데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거지만? 지적한 두 건은 통계가 아니라 여론 조사를 기반한 것인데 이 여론 조사는 조사 자체에 신뢰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거 특히 국내 여론 조사는 더욱 그렇다. 물론 그럼에도 윤석열이 잘 판단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다. 오히려 윤기중 교수는 논문을 통해 국가 통계 조작의 달인 문재인에게 얘기했다고 해석하는게 더 그럴 듯 했을 것이다. 기사는 반쯤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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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2023.12.25 08:13:03
전선의 사정도 모르면서 후방에서 떠드는 논객들이 나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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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3.12.25 07:20:38
인간의 삶이 통계와 경영 경제. 주식과 은행을 보면 쉽지요. 온갖 술수의 시장 판으로 국가 시스템이 연관되어 책임은 면하고 이득은 취하는 구조. 국민 이득은 최소화하는 명분은 국가. 여야가 이 부분에는 서로 언급을 않는 통치 이념. 은행원 광화문 데모? 무엇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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