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두사로 '돌'자가 들어가면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다.
가령 '돌놈'이라 하면 정상적인 가정이나 부모 아래서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예의나 염치 없는 말투나 행동을 함으로써 구성원으로서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따로 노는 작자를 지칭한다
'돌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즐겨 먹는 배는 크기가 클 뿐 아니라 과육이 달고 과즙이 많아 시원하다
반면에 돌배는 우선 크기가. 주먹보다도 작고 당도가 있어 달기는 하나 과육이 단단하여 그냥 껍질채
베어 먹기는 상그럽다. 또 속에 있는 씨방도 커서 과육이 얼마되지 않는다..
나는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나무를 한 짐해서 이십리나 떨어진 군북장에 가서 팔고 시장하시고 허기진데도
막걸리 한 사발도 마시지 않은채 땔감나무 한 짐 판 돈으로 배나무 묘목 한 그루를 사 와 집터 마당가에 심어
손자인 내가 커면서 배나무에 올라가 배를 따먹었다. 한 번은 배를 따려고 배나무에 올라갔다가 말벌한테 쏘여
나무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국민학교 5학년 때인가 6학년 때인가 가을 소풍을 학교에서 이십리도 더 떨어진 청운리에 있는 절로 갔었다.
절에 도착하여 점심 도시락도 까먹고 사이다도 마시며 보물찾기도 하면서 놀았다. 절 주변을 뛰어 다니면서 보니
대웅전 뒤에 큰 돌배나무가 있고 조막만한 돌배가 조랑조랑 열려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우리는 돌배를 따서
입으로 덥썩 베어 먹어보니 달콤하였다. 몇개 더 따서 도시락 통에 넣어 오기도 하였다.
며칠전 구례에 몇년 살다 온 친구따라 구례와 지리산 뱀사골을 다녀왔다.
화개장터 갔더니 장날(3일과8일)이 아닌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날이 되면 많은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생각되었다. 장터 중간에는 조영남이 기타를 들고 앉아 있는 동상도 있어 기념으로 사진도 한장 찍었다.
노래 가사처럼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농산물이 풍부했는데 눈에 띄는 것이 그물망에 든 돌배였다.
어릴 때 소풍가서 청운리 절에서 따 먹었던 돌배가 생각 났는데 지나치고 보니 '맛이라도 한번 볼걸!'하고 후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