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월 코이카 이라크 아르빌분사무소에 부임해 현재 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르빌은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크르드족 자치정부인 쿠르디스탄의 수도로 최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다.
2017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현재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나를 남들은 '격오지 전문가'라고 부른다.
내가 아프가니스탄에 첫발을내디딘 건 2017년 3월이었다.
수도인 카불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곳의 첫 인상은 '잿빛 나라'였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삭막한 도시 풍경과 사람들의 어두운 표정이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게다가 공항을 벗어나자 마자 눈에 들어온 무장 군인들과 장갑차를 보며 더욱 몸이 경직됐다.
'과연 이곳에서 잘 지낼수 있을까?"
아프가니스탄은세계에서외국인이살기에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힌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테러단체인 탈레반뿐 아니라 다른 아프간 갱스터들의 단골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비교적 안전한 '컴파운드'에서 지냈지만 튼튼한 담장 안에서도 연일 테러 소식이 들려왔다.
그 무렵 내가 경험한 독일대사관 인근의 차량 테러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그날 아침 ,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더니 고막을 찣는 폭음 소리가 났다.
삽시간에 창문이 와장창 깨져버리고 물건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졌다.
밖에서는총소리가이어졌다.
'탈레반이 밀고 들어온다면 무조건 죽겠구나'라는 생각에두려웠다.
현지 직원들까지 총 8명의 사람이 있었지만 방호시설은 두 명밖에 들어갈 수 없는 크기였다.
다행히 총소리는 잦아들었고 더 큰 위험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중에 경찰들에게 들은 바로는 독일대사관 앞에서 장화조 트럭이 폴발한 동시에 탈레반 세력이 카불 시내를 공격했으나
아프간 군대가 막아낸 뒤 수습 중이라고 했다.
삼소 시설은 조금 파손되었지만 인명 피해가 없어 얼마나 가슮=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이 밖에도 강력한 폭탄테러를 여러번 직간접으로 경험했다.
그럴 때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이겨내며 열심히 살아가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생각했다.
특히나 한창 꿈을 키우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테러와 공포 속에서 지내고 있어 안타까웠다.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에 부임하기 전 내가 아프가니스탄을 처음 접한 것은 '연을 쫓는 아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의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은 1979년 소련의 침공,그리고 탈레빈 정권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이라는 장대한 역사적 배경으로 쓰였다.
소설 속 주인공인 '아미르'와 '하산'이 연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날리는 연은
내가 여기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두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을키우며 느낀 바가 있다.
아이들은 날마다 '내가 여기 있다'고 알려준다.
아주 어릴 때는 울고 웃으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조잘조잘 이야기를 걸어온다.
조금 더 크면 고민과 걱정도 탈어놓는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감정을 나타내고, 목소리를 내기에는 지금의 환경이 너무 거칠고 열악하다.
맘껏 누리고 경험할 시기이지만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아이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연에 꿈을 실어 보내는 것이리라.
아이들은 곧 희망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일지도모른다.
아프가니스탄 에 아서 가장 공들였던 '한-아프간 직업 훈련원 사업'이 기억난다.
한-아프간 직업훈련원 사업은 코이카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매년 200~3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UN 및 미군기지에 기술직으로 취업할 수 있게 도와준다.
탈레반이 10대를 대상으로 자살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현실에서 직웝훈련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자살테러를 하면 가족의 생활비를 책임지겠다는 탈레반의 어두운 유혹을 뿌리칠 힘을 길러줘야 하기때문이다.
직업훈련원은 이러한 아이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해 자살테러를 방지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1년 정도 짧게 근무했지만 개발협력분야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계기가 되었다.
평화와 안전이 어느 정도 확보된 나라와 분쟁취약국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분쟁지역에서는 위험 요소를 정확히 분석해 위험도가 낮은 사업의 분야와 형태를 추진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은 이런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는소중한 시간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은 이런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현재 나는 분쟁취약국의 지역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이라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늘도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기도하면서,,, 김석범 코이카 이라크 아르빌분사무소 소장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담는 국재개발협력 사업 참여 후기 '세상을 끌어안는 손'은인류 공동번영과
세계평회 증진에 기여하는 대한민국 개발협력기관, 모티카(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