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했던 봄날은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고
이제 여름날의 정감이 앞산 산딸기 내음으로 실감나게 다가온다
푸르름이 더 짙은 푸르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오늘..
가는 세월의 속도감에 마음이 시리다.
빨라도
너무 빠르게 흐르는 세월..
오뉴월 개팔자란 말 있듯
그 오월과 유월을 정말 원없이 휴식했는데
그래도 아쉬움은 남으니.. 인간의 욕심이란 이처럼 끝이 없는가?
아무튼 ..잔치는 끝나고
나의 발걸음 녹음 우거진 용봉산으로 향한다.
오뉴월 마음 짠~했던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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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나는 유소년시절을 충청도 서북부지역에서 보냈다.
이지역은 곡창지대이면서 어족자원도 풍부하여 생활이 비교적 나은 지역이지만
당시 세계에서 두번째로 가난했던 나라였기에.. 타지역과 비교한들 오십보백보 아니었나 생각한다.
게다가 오뉴월은 보릿고개라 했다.
하교길 아이들은 배가 고파 도로변 아카시아 꽃을 따먹는가하면
소나무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핥아먹던 일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 주변에는 625 전쟁참화로 이주해온 분들 자녀도 많아
어떤 아이들은 영양부족으로 누런코 흘리는 경우도 있었고
점심을 챙겨올 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 학교무상급식으로 강냉이 죽을 먹던 시절이었다.
인근 사찰주변 왕벚꽃이 아름답던 어린이날 전후에는 봄소풍을 갔는데
이때 김밥 도시락은 커녕 보리밥 도시락 챙겨오는 것도 어려운 애들이 더러 있었고......
한번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내가 소풍가면서 사이다 한병 가져갔는데
그 사이다 한모금이라도 마셔볼려고 아이들이 줄을 섯던 일들..
정작 나는 마셔보지도 못하고 빈병만 가져와 엿바꿔 먹은 기억..
오뉴월 보리고개에 있었던 아련한 추억들이다.
오뉴월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모내기로 분주하다.
평야지대라 영농면적도 넓고..해서 많은 사람들이 당시에는 일터로 나가야했다..
고단한 삶......하지만 전근대적 영농으로 곡창지대라해도 쌀,보리 생산은 수요를 채우기에 부족했고..
그래서인지 긴 리아스식 해안선에 비교적 풍부했던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 꽤 많았던거 같다.
때문에 집집마다 바다에서 잡아온 물고기 말리는 풍경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니~~
구워먹고 삶아먹고 탕으로 끓여도 먹고.. 아무튼 밥상에는 다양한 해산물이 올려졌는데..
특히 "썩어도 준치"라는 지역 특산물 준치가 눈에 자주 띄었던거 같다.
그런데..준치는 뼈가 많고 그 뼈도 고약스러워 목에 걸리면 잘 빠지지 않기에
아이들은 너나할거 없이 잘 안먹고 기피하던 고기였다.
비록 임금님 수라상에 올리는 귀한 고기였다하지만
맛이 있다는 생각 못해봤고.. 목에 뼈가 걸려 캑캑 고생했던 일들만 기억에 남는다.
"오농육숭"이란 말도 있는데..
오월에는 농어가 좋고 유월에는 숭어가 좋다는.....
그러하니~가난한 집일지라도 장독위에 숭어알과
소금에 절인 숭어를 말리는 풍경 쉽게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이래저래 풍부했던 수산물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오뉴월에는 꽃게가 최고였다는 생각이다.
이때는 특별히 꽃게가 많이 잡히고 실했다.
가난한 농어촌마을일지언정 당시에는 가격도 엄청 싸
보통의 가정에서도 꽃게는 가마솥에 쪄서 까먹고
또 게장도 담고 그랬다.
진홍색 알로 가득한 오뉴월 꽃게..
그 꽃게를 게장에 넣어 일주일 정도 지난후 꺼내 먹으면 정말 맛이 좋았다.
꽃게장 게딱지 하나면 밥 한그릇 비우는거 식은죽 먹기라는 말도 있지만
제대로 잘 담근 꽃게장..나는 그 맛을 그 어떤 화려한 수사로도 표현할 수 없다.
꽃게장은 게딱지가 제일 맛있는데..
회고해보건대 어머니는 게딱지를 내게만 먹이고
철없는 아이 나는 넙죽넙죽 받아만 먹고.....
그 맛이 워낙 좋다보니 어머니 좀 잡숴보시라 해야함에도
혼자 다먹고 결국 불효자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 환상의 맛!
세상살면서 이리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이제는 꽃게값도 비싸고 주거형태도 아파트가 대부분인지라
전통꽃게장은 어디에서도 먹어보기 힘든 음식이 되었고..또 그 담그는 방법도 잊혀져가고..
하지만 변형된 방식인 간장 꽃게장이나 꽃게 무침으로도 세인들 입맛은 만족하고 있다니.....
이제 모내기 마무리되고
들녘이 한가해지니.. 어머니의 꽃게장
그 맛이 어머니의 사랑과 함께 새삼 그리워진다!
( 2014. 6 9 )
첫댓글
어제는 일년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였습니다.
모내기는 끝나고,
지금 쯤, 일손이 바쁠 것 같습니다만,
농사를 안 지어 봐서 잘 모르겠네요.
충청도 서북부라면,
언젠가 본 기억이 당진이라 했는 것 같습니다.
시장나가니 요즘 꽃게가 한창인 것 같은데
저녁 메뉴로 꽃게탕을 끓여야겠네요.
우리들 어린시절은
모두 가난했던 기억이 많았었는데도
그런 시절도 추억으로 떠오르니
아련해 지네요.
가을님의 추억어린
어머니의 꽃게장을 생각해 봅니다.
예..하지도 지나고
여름 장마 시작된다 해서
어제는 그동안 미뤄뒀던 감자수확 작업 좀 했습니다.
일할 때는 몰랐는데
오늘은 어이구..소리가 저절로 납니다
이제 저도 육체 노동이 어려운 나이가 된거 같군요..ㅎ
해서
오늘은 푹 쉬었습니다.
옛일들을 추억하면서요.
콩꽃님
첫 댓글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 단어만 나와도 가슴 저리는
오뉴월이 되면 떠오르는 아련한 기억들
잘 읽었습니다.평안한 밤 되세요.
이제는
저도 옛일들 추억하는 시간이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스님도 편안한 저녁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가을이오면님
준치 농어 그리고 숭어.
우리 섬에서도 흔한 생선이었지요.
준치는 김장할 때 포기 사이에 넣고
그다음 봄에 꺼내 몇가지 양념을 더하면
아 ㅡ그 맛.
요즈음은 시장에 준치 보기가 귀하더군요.
며칠후에는 어머님 뵈러 다녀 와야겠습니다.
행복한 글이
저를 따뜻한 공간으로 안내합니다.
고맙습니다.
섬 출신이시군요.
이스트우드님 앞에서는
앞으로 바다물고기에 대해 조금만 아는척 해야겠습니다..ㅎ
저는 바닷가 인근에서 태어났지만
서해안쪽에서는 과거 회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주로 고기를 말려서 구워 먹는다든가 탕으로 많이 먹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꼴뚜기나 병어,숭어는 회로 먹엇는데..
회를 좋아하지 않는 저도 숭어회는 즐겨 먹었던 기억이 있군요.
모쪼록
편안한 저녁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고생많으셨어요
그래도 배는 고팠어도 순박했던 그 당시 ,그 시절
요즘 아이들겉에 가면 육두문자가 남발,
정이 뚝뚝 떨어져요
그래도 지나고 나니
대체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거 같습니다.
말씀처럼
요즘 애들은
남녀 공히 구사하는 말들이
욕 너무 많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가 너무 심하니
구세대는 현실에 적응하기도 어렵고요.
모쪼록
오늘도 편안한 저녁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너나없이 힘들었어도 참 꼬소한 이야기들로 꽉찬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형과 누나들이 하교하며 가져오던 강냉이빵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날들이 생각나고, 제가 학교에 다닐 땐, 청소당번들에게 하나씩 주더니 3학년 무렵에 그것마저도 중지되었습니다. 그 당시 대구에선 꽃개 보기는 힘들었고 동해에서 잡아오던 빵개가 흔했습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추억 떠올리고 어머니가 해주시던 콩고물 묻힌 주먹밥도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대구출신이시군요.
제가 대구에서 군생활 했습니다.
화장장 지나 경산 가기전에 우리부대가 있었는데..
주변엔 포도밭도 많이 있었고..
열차추돌사고가 있었던 날엔 현장출동했던 기억도 나고..
갑자기 옛일들이 소환되고..
덕분에 옛추억에 잠겨봅니다.
그나저나
이곳과 대구쪽은
지리적으로 대척점에 가까워 그런지
빵개라든가 콩고물 주먹밥 아주 생소합니다..ㅎ
그러게요 잔치는 끝났어요.
초여름 더위가 삼복더위라서
산행 엄두도 못 내고 휴일 인데도
집에 있기로했어요.ㅠㅠ
꽃게 맛있죠.
특히 저희 할머니는 얼마나 꽃게를 좋아하셨는지
밥상에 늘 꽃게로 만든 반찬이 있었어요.
잔치가 끝났다하니
왠지 좀 그렇죠?..ㅎ
여름철 산행은 많이 힘드니
산 좋아하시는 나무랑님에겐 여름이 아쉬운 계절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생활권 주변 동네 야산에 큰힘 들이지 않고 오르는 재미도 별미랍니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6-7월 특유의 풀내음이라든가
산딸기 내음 같은 자연의 선물은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이지요.
저는 거주지 지척에
전국 인기명산 순위 30위권인 용봉산이 있는데..
여름에는 그곳을 외면하고 주로 야산을 오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