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자”···식음료업계의 경청마케팅
소비자·직원 의견 적극 수렴
"재출시 성공하면 소비자 만족·연구개발비 절약, 일석이조 효과"
식음료 업계가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서 소비자 혹은 자사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 마케팅’으로 불황 탈출에 힘쓰고 있다.
8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또는 직원들의 요구나 조언을 적극 반영, 트렌드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청 마케팅’에 신경쓰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모디슈머(제품을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자사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등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알아채 제품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이다.
하이트진로음료의 칵테일 믹서 라인 ‘진로믹서 토닉워터’ 소용량 캔(250㎖)은 바텐더 등 기업고객의 의견이 상당부분 작용해 탄생됐다. 칵테일 제조시 한번에 소비하기 편리한 캔 제품을 선호하는 업소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해당 제품은 1976년 출시 이후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국내 대표 칵테일 믹서로 레몬, 라임 계통 특유의 상쾌하고 쌉쌀한 맛과 함께 적당량의 탄산으로 청량감을 더해 보드카, 럼, 진과 같은 주류뿐 아니라 각종 과일 및 과일청 등 음료 재료와 섞어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지난달에는 홈플러스와 손잡고 250㎖ 6캔과 레몬 에이드, 깔라만시 에이드, 청포도 에이드 시럽 3종으로 구성된 기획세트도 출시했다. 패키지 뒷면에 레시피를 기재해 누구나 손쉽게 나만의 음료를 제조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SNS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상천외한 레시피를 반영한 제품들도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원두전문기업 쟈뎅의 ‘죠리퐁 까페라떼’는 크라운제과의 장수 인기제품 죠리퐁과 쟈뎅의 카페라떼를 결합한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죠리퐁과 까페라떼를 이른바 ‘꿀조합(좋은 궁합)’으로 부르며 섞어 먹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을 살린 카페라테와 죠리퐁의 곡물맛, 달콤한 캐러멜맛이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개봉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 타입으로 출시했으며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이다.
소비자들의 요구로 단종된 제품들이 다시 출시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 출시보다 훨씬 더 큰 인기를 누려 톡톡히 효과를 봤다.
오리온은 2003년 잠시 선보였던 ‘포카칩 알싸한 김맛’을 재출시했다. 출시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SNS를 통해 재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다시 나왔고 출시 6주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했다.
농심의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역시 재출시 된 후 더욱 인기다. 2011년 단종됐으나 지난해 소비자들의 요청에 의해 재출시 됐고, 재출시 50일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미국시장에도 진출했다.
글로벌 차 음료 전문 브랜드 공차코리아는 자사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달 초 직원을 대상으로 ‘제3회 신메뉴 아이디어 콘테스트’를 진행해 겨울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콘테스트는 매년 각기 다른 주제로 진행되며 창의적인 메뉴 개발을 목표로 한다. 올해는 고객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겨울 시즌 따뜻한 음료를 주제로 직·가맹점주, 점장, 매니저, 파트타이머 등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 60개의 메뉴가 출품됐으며 치열한 경쟁을 거쳐 대상을 받은 메뉴는 블랙 밀크티와 팥, 곡물 파우더가 어우러진 ‘앙금앙금해(출품명)’다.
공차코리아 마케팅실의 김지영 이사는 “가맹점주 및 직원들은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브랜드와 가장 가까운 소비자다. 이 분들의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기호와 니즈가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상작들은 테스트를 거쳐 실제 메뉴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출시된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향수를 만족시키며 연구개발비용도 줄일 수 있어 불황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며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롱런 인기로 이어갈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입규제 늘고 비관세 장벽 높아지고…울고 싶은 수출
"중소·중견기업들, 수입규제 한 번에 거의 시장 포기"
미, 철강산업에 AFA, PMS 등 편법으로 높은 관세 부과
중, 화학산업 위주로 규제… “최근 정치적 의도 의심돼”
기술무역장벽, 세계무역기구 미통보사례 발굴·대응해야
중국 베트남 등 통관 애로, 대부분이 ‘형식적 요건’ 문제
선진국에서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으로,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의 발전도상 중인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가 들끓고 있다. 수입규제와 비관세장벽 등 각국에서 빈발하는 수출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산업계와 정부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는 수입규제 및 비관세장벽에 따른 우리 기업의 수출난관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해외 수입규제 및 비관세장벽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전문가와 정부 실무 담당자가 연사로 나와 과거 문제 해결 사례를 통해 구체적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윤원석 KOTRA 정보통상협력본부장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수입규제 한 번 맞으면 거의 그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고 산업계의 현실적인 고통을 묘사했다.
그는 “전 세계 수입규제 및 비관세장벽이 강화되면서 앞으로는 법·제도적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민관이 협력해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KOTRA는 각국의 새로운 통상규제 현황 및 법제도적 쟁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우리 기업의 무역장벽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미나 전반부에는 KOTRA FTA지원팀 박근형 팀장이 주요국 수입규제 현황 및 대응사례를 소개했다. 박 팀장은 “FTA 체결로 각국의 관세장벽은 낮아진 반면 비관세장벽은 증가하는 추세”라며 “글로벌 저성장 기조 확산과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을 계기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등 반세계화 정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8월 기준 대한 수입규제 총 187건 중에서는 반덤핑조치가 145건으로 대부분(78%)을 차지했다. 비관세조치 중에서는 무역기술장벽(TBT)의 점유율이 62.6%로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다. TBT의 다음으로는 위생검역조치(SPS)가 37.2%를 차지해 그다음으로 큰 비중을 나타냈다. SPS는 2016년 기준 1389건으로 최근 10년간 16% 증가해 왔다.
개도국의 경우 전체 TBT의 76%, SPS의 62%를 차지하며 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즉각적으로 수입규제가 가능한 수입 쿼터나 통관불허 등의 조치를 활용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지재권보호, 자국산 사용 의무화 등을 통해 자국 기업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 등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비관세조치 활용도 빈발할 것으로 예견됐다. 중국의 해외직구 통관정책과 사이버 보안법 등이 그 예시로, 새로운 유형의 비관세장벽에 대한 대응방안이 요구됐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꾸준한 모니터링은 물론, 국가별 및 업종별 맞춤 대응책을 갖추고 민관 공동대응체계 등 다각적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국, AFA·PMS로 고율의 관세 부과 = 이날 미국의 사례를 발표한 박정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수입규제 강화는 2015년 있었던 무역촉진권한법(TPA)부터”라며,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수입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서 덤핑마진을 높일 조사 당국의 재량권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제도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사전에 제소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기 위해 쓰는 수단으로는 불리한 가용 정보(Adverse Fact Available, AFA)와 특정 시장 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 PMS)이 꼽혔다. AFA 개정 이전에 미 법원은 조사에 협조하는 기업에서 제대로 자료를 제출받았을 때, 이에 근거해 수입규제 관세를 산정했다.
그러나 AFA가 적용되면서 미 상무부는 자의적으로 조사대상 업체의 자료제출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관세를 산정할 수 있게 됐다.
박 변호사는 적극적 조사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반복된 자료요구를 통해 AFA 적용을 위한 명분 쌓기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협조가 미흡할 경우 이를 트집 잡아 AFA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조사 당국에 주면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등 법적인 사후대응은 여전히 중요하며, 미국 내 전후방 연관산업과 공조해 조사 당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PMS는 본래 비시장경제국가에 적용하는 것으로,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의 국가에서 제조된 제품의 원가를 신뢰할 수 없어 조사 당국이 재량적으로 가격을 산정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시장경제국이 아닌데도 지난 4월 한 한국 철강업체가 이 조항을 적용받아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수입규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사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의 수입규제가 중국 제품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동반제소의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 중국산의 수입물량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수입규제 중인 중국산의 대체수요를 공략할 경우 물량조절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잠재적 조사를 대비해서는 회계정보 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은 경우 단독대응은 힘들기 때문에, 공동대리인을 선임하거나 해서 기업들 여럿이 서로 제출하는 자료 모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관련 품목의 수출증가에 대해서는 미국 측이 적자 발생 및 수입증가품목을 면밀히 검토 중이므로 표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미국의 수입규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업계는 대부분이 철강산업이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업계 쪽은 이미 해외 수입규제와 비관세장벽을 깨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수입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정부 관계자와 실무진에 간곡히 호소했다. 이에 정부 측에서는 “대미 수출 철강의 83%가 수입규제의 영향을 받는다”며 우리 기업이 피해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인도, 화학 수입규제가 대부분 =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수입규제 동향과 대응사례에 대해서는 이장완 김앤장 법률사무소 회계사가 발표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반덤핑조치에서 조사개시 이후 예비판정이 날 때까지의 기한이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종판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근 들어 약 일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소개했다.
인도의 경우는 2013년 이후 전체적으로 예비결정을 하면서 잠정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사례가 많으나, 잠정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예비결정까지 걸리는 기간이 4개월밖에 걸리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중국의 경우 제소자가 부과를 주장하는 평균 관세율은 46%였으나, 실제 예비결정율은 35%였으며 평균부과율은 27%로 나타났다. 제소가 가장 많은 품목은 화학제품으로, 전체의 60~70%를 차지했다.
제소가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최근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는 산업과 다운스트림에서 이미 제소가 일어난 산업을 꼽았다. 또한, 수입국 내 생산능력이 부족하므로 반덤핑제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경우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제소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중국 현지 변호사의 의견을 참조해 “중국에서는 공동대응팀을 꾸려 대응할 경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공동대응팀 대응사례에서는 지난 2009년 테레프탈산 수입규제에 대해 모두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았으며, 일부 품목을 관세적용에서 제외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덤핑 및 피해 조사를 단일부처에서 수행함에 따라 기대 효과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중국과 인도의 경우 WTO 협정이 허용하는 재량권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미국에서 쓰이는 AFA, PMS 등 수준 높은 조사 기법이 도입되는 등 규제가 질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면서, “기존의 핵심 인물에 대한 로비활동 중심에서 벗어나 법적·절차적 쟁점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조사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WTO 미통보 TBT 발굴해 대응해야 = 비관세장벽 현황 및 대응사례를 다룬 후반부에서는 무역기술장벽(TBT)을 집중 점검했다. 이보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연구사는 “수출하려고 했는데 인증에 드는 비용만 1억이 드는 경우도 있다”며, TBT 애로의 어려움을 말했다.
작년 기준 세계무역기구(WTO) TBT위원회에 통보된 장벽 건수는 총 2336건으로 전년보다 17.4% 증가하는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상대국에 대한 무역 관련 이의를 WTO에 제기하는 특정무역현안(STC)이 2016년 80건으로 2006년 36건에 비해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테면 2015년에는 중국에서 화장품 오버라벨링 금지로 중국시장만을 위한 라벨제작 및 별도 포장 과정을 추가하게 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비관세규제가 실시되면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수출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하는 부담을 겪게 된다. 우리 정부는 통상채널을 이용해 기존 라벨에 중국어 라벨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자동차 실내공기 품질규제도 2017년 12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우리 기업들은 자동차 및 부품 설계와 평가에 통상 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있어 해당 규제에 대해 준비시간이 지나치게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는 WTO에 통보되지 않아 기업들이 전혀 모르는 사항이었다.
TBT위원회의 외교적 대응을 통해 중국은 내용을 수정해 WTO에 통보하고 규제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 연구사는 “국제적으로 미통보 규제발굴 및 대응이 TBT 대응활동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으므로 애로 사례 발굴에 기업들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표원은 수출업체들의 TBT에 대한 의견과 애로를 컨소시엄 등을 통해 받는다. 이후 조사와 분석을 거쳐 해당국에 통상채널을 통해 규제시행을 연기하거나 부분적용, 철회 등을 요구한다. 그 외에도 국내기업이 기술규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돕기도 한다.
◇통관애로, 현지 관세관에 S.O.S = 중국과 베트남의 통관 애로 대응사례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광장 박영기 변호사가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의 관세 행정은 우리나라의 90년대 초반, 중국의 관세 행정은 우리나라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수준”이라며 통관 애로는 “형식적 요건 불일치로 애로가 생기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원산지증명서의 기재 내용에 형식적인 오류를 트집 잡는 식이다. 수출업체 E사는 베트남에 전자제품을 수출하면서 FTA 특혜관세를 신청했다. 그러나 베트남 관세 당국은 한국에서 발급된 원산지증명서의 기재 내용에 형식적 문제를 지적하며 원산지증명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증명서 상단에 기재된 ‘ISSUED RETROACTIVELY’ 문구가 하단과 중복됐으며, CTH 기준에서 FOB 기준 금액을 적지 않기로 했는데도 FOB금액을 기재한 것을 문제시했다. 또한, 서명권자의 서명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출업체는 서울세관의 FTA 활용 애로 신고를 이용해 애로를 신고했으며, 서울세관의 보고를 받은 관세청은 베트남 세관에 원산지증명서 불인정 사유에 대한 해명 서한을 발송했다. 그제야 베트남 세관은 원산지증명서를 인정하고 특혜관세를 부여했다.
중국은 중국 외 시험기관에서 발급한 시험성적을 인정하지 않거나, 현지의 각종 인허가 등록 기간 및 비용이 과다해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일례로 수출업체 S사의 중국 현지법인은 칭다오항을 통해 콜타르 제품을 수입하려 했으나, 칭다오 해관은 처음 수입하는 물품이므로 샘플 분석 등 정식통관을 위한 절차가 필요하며, 이에는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체선료와 부대비용이 급증하게 된 S사는 칭다오 총영사관을 통해 신속통관을 위한 도움을 관세청에 요청했다. 칭다오 총영사관에서는 베이징의 관세관에 도움을 요청해, 그간 구축된 협력관계를 활용해 칭다오 해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북경 관세관과 칭다오 총영사가 물품보증을 한 결과 신속통관을 할 수 있었고, S사는 약 1억 원의 체선료와 임차료를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통관절차의 일관성 및 투명성이 결여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품목분류의 경우 동일품목의 HS에서 한국과 중국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HS코드 상이로 인한 수출입신고로 원산지증명서 인정이 곤란해지는 사례도 언급됐다. 또한, 전산행정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투명성의 미비함이 지적됐다.
또한, 관세행정 규정과 관행을 숙지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관행적으로 트집을 잡는 경우가 이따금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출업체 B사는 중국으로 설비를 수출한 후 한-중 FTA의 혜택을 받고 싶어 하는 바이어를 위해 FTA 원산지증명서를 신청했다. 원산지증명서보다 제품이 먼저 도착하게 되었으므로, 제품 통관 후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해 기존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게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해관 측에서는 사전신고 및 허가가 필수적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 사후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협정문에는 제품 수출 후 1년 이내에 발급 및 제출 시 세율 적용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었으므로, 상하이 해관 담당자 확인 후 기업 담당자에게 관련 프로세스와 유의사항을 안내해 업무를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B사는 제품 통관 전 관할 해관에 FTA 원산지증명서 보충제출 관련 신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며, 해관 동의 하에 보증금을 지급한 후 제품을 통과하고 추후 FTA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해 환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사례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관운송을 잘하는 업체를 선정해 맡기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소개됐다.
▲법무법인 광장 박영기 변호사는 대중국 통관애로에 대해 “형식적 요건 불일치로 애로가 생기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중국 이우의 물류센터에서 해관총서 직원들이 수입품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신화/뉴시스)
중국과 베트남 외의 사례도 소개됐다. 인도네시아 진출기업 D사는 한국산 타이어를 수입했다. 인도네시아 관세당국은 원산지검증 과정에서 수입신고 시 이미 제출된 원산지증명서 사본을 요구하면서, 제출하지 않을 시 25억 원의 관세를 추징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미 D사는 인도네시아 세관에 정당하게 발급된 원산지증명서 원본을 제출한 상태였다. 애로를 접수한 인도네시아 관세관은 현지 관세당국을 직접 방문해 설득했고, 추징 없이 원산지검증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해결했다.
◇WTO 분쟁해결제도, 장단점 갈려 = 산업부 신정훈 과장은 분쟁해결절차 활용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FTA 체결국과의 이행위원회나 각종 WTO위원회에서 우리 정부가 상대방 국가의 조치가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임을 이의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반덤핑위원회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우리나라 철강기업에 대해 AFA와 PMS 등 불합리한 조사방법을 사용해 무역구제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14년의 한-미 OCTG 분쟁을 들었다. 미 상무부가 우리 기업의 반덤핑마진 산정에 있어 불합리한 계산방법을 사용해, 다국적 기업의 이율이 반영되는 고율의 덤핑마진을 산정한 사례였다.
정부는 업계의 요청에 따라 이를 WTO에 제소하고 양자협의를 개최했으나 협의가 결렬돼 패널설치를 요구했다. 작년 말 패널 회의가 개최돼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신 과장은 WTO 분쟁해결절차의 단점으로 소급효과가 적용되지 않으며, 분쟁해결에 오랜 시일이 걸리고, 상대방 국가와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상대국 조사 당국에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으며, 승소 시 왜곡된 결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차단하거나 관세율을 낮출 수 있으며 패소한 무역구제조치를 다시는 상대국이 시행할 수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 참가 기업들이 WTO 판정에 소급효과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두고 아쉬운 뜻을 밝히자, 한 정부 관계자는 “다만 미소마진의 경우에는 원심 자체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조치가 없어질 수는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