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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안 유족대리인 K 육필증언‥서울시 전 주택국장 자살 미스터리추적 | ||||||||||||
5월 15일,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 국장이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양재동 사옥 증축 인허가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
참여정부 들어 피의자가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이번이 벌써 9번째다. 검찰 수사의 과정이나 형식 등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이 분명한데도 피의자 자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검찰은 늘 “강압 수사는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국장 자살 전 날, 함께 술자리를 가지기도 했던 절친한 후배 K씨가 검찰의 강압수사를 뒷받침하는 충격적인 내용의 장문의 편지를 최근 ‘신동아’에 제보하면서 당시의 강압 수사에 대한 의혹이 수면위로 재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박 전 국장의 유서 내용과 신동아 7월호에 게재된 K씨의 증언을 토대로 강압 수사 여부를 둘러싼 의혹과 검찰의 반론을 취재했다.
<자살 미스터리> 유족과 검찰 끝나지 않은 진실공방
발견된 유서는 박석안 전 국장이 자살 전날인 5월 14일 새벽에 가족 몰래 써서 서랍에 넣어둔 것이었다. 가족은 이미 그 날 서랍 속에 들어있던 유언장을 발견해 읽었고, “아버지의 결백을 알고 있으니 절대로 다른 마음먹지 말라”고 울면서 간청했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5시에 샤워를 하고 유난히도 공들여 머리를 말린 그는, 6시30분쯤 출근했다가 검찰로 가겠다고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예정돼 있던 대검찰청 출두 시각은 9시 30분이었다. 출두 시간 전까지 은퇴 후 소일 삼아 나가던 사무실에 잠깐 들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사무실로 가지 않았다.
그가 간 곳은 경기도 광주 퇴촌에 있는 모친의 산소였다. K씨는 “묘소에 공들여 절을 올린 선배님은 근처에 있는 광통교 다리 위에 차를 세운 후 혼자서 난간에 올라선 것 같다. 그리고 망설인 끝에, 결국 강물로 뛰어내리신 것이다”고 당시의 상황을 짐작했다.
대검찰청과 약속된 시각이 이미 30여 분 지난 10시, 팔당호 기슭으로 떠내려 온 그의 시신이 발견됐다. 문제의 검정색 뉴그랜저 승용차는 광통교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진술 번복’의 실체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의 양재동 사옥 증축결정이 나던 2004년 봄 당시 서울시 주택 국장이던 그는, 인허가 과정에서 이 회사로부터 특혜나 뇌물을 받은 것이 있는지를 조사받기 위해 검찰에 소환됐다.
수사를 담당한 곳이 바로 대검찰청 중앙 수사부였다. 후에 검찰에서도 언론에 이야기했지만, 그는 이 사건의 주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었고 뚜렷한 근거나 물증, 혐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가 지난해 산 자동차에 현대차에서 나온 뉴그랜저이고, 공식시가에 비해 7백여만원 싸게 샀다는 것이 유일한 화근이었다. 그 때문에 검찰조사를 다섯 차례 받았다. 그 가운데 두 차례는 장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였다. 5월 11일과 12일이었다.
뒤에 검찰은 박 전 국장의 진술이 바뀌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를 산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따져 묻는 수사관들에게, 박 국장이 첫날에는 “예금계좌에서 인출해서 샀다”고 했다가 두 번째 조사에서는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차를 사준 것”이라고 했다더라는 게 ‘진술번복’의 내용이다.
애초에 박 전 국장은 그 차를 정기적금을 깨서 사려고 했다고 가족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적금을 깨려고 준비했는데, 처남이 “매형 퇴직선물로 제가 사드리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K씨는 “그러저러한 사정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말이 엉킨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게다가 차를 산 시점은 이미 사옥 증축 허가결정이 난지 1년도 더 된 후였고, 고인의 퇴직이 코앞으로 닥친 때였다”고 밝혔다.
신동아 7월호,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유족 대리인 육필 원고 공개 강압수사 의혹 증폭
현대차 관계자는 “차 값 20% 할인 혜택을 특혜나 뇌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현대차 직원 중 차장급 이상은 찻값의 30%, 차장~과장급은 29~10%, 입사한 지 하루가 지난 신입사원도 10%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박씨의 유족 측도 “현대차에 아는 직원 한 명만 있어도 누구나 받을 수 있는 20% 할인 혜택을 받은 게 구속 운운할 정도로 큰 죄를 지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때문에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처남 강씨의 대학 연구비 유입과 사용처로 수사를 확대했거나, 근거도 없이 서울시 건축심의위원회와 연관돼 있다고 의심하면서 박씨와 강씨를 압박한 것이 박씨의 죽음을 불렀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게다가 박씨가 재직 중 아프리카로 해외여행을 갈 때 경비를 현대차 측에서 제공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시 측은 “공식적으로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국장은 이 문제로 검찰에 다섯 차례나 소환됐다. K씨는 “정말 고인이 힘들어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수사관들이 했던 말도 안 되는 폭언이었다”고 주장했다. ‘구속시켜 처남과 한방에 넣어주겠다’느니 ‘두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느니 하는 말들이 그것이었다. K씨는 고인이 “담당 수사관 ○○○와 △△△가 원하는 것은 나와 처남을 어떻게든 엮어서 수갑 채운 장면을 TV에 내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그들을 정말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처남과 한 방에 넣어주겠다”
박 전 국장의 처남은 몇 년 전 위암으로 수술을 받아 지금도 건강이 좋지 않다. 검찰에 불려가 ‘매형의 차 값을 대신 내준 이유가 무엇인지’ 강도 높은 추궁을 당한 처남은 집에 오자마자 실신하고 말았다. “고인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왜 나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까지 이런 고생을 당해야 하는가’ 였다고 K씨는 말했다.
K씨는 ‘어떤 심한 말을 들었기로서니 자살을 한단 말인가’라는 혹자의 생각에 대해 “평생토록 우직하게 공무원 생활만 했던 고인은 험한 말, 거친 대접에는 전혀 면역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한다. 또, “게다가 고인은 한번 그렇게 망신을 당하면 판결과는 상관없이 인생과 가정이 망가지는 공무원들을 여러 차례 보았다”며 “자기가 아무리 떳떳하다 한들,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언론에 공개되고 손가락질을 받는 순간 끝 아니냐고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K씨는 박 전 국장이 술에 취해 울먹이며 “2004년 자살한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박 전 국장이 술에 취해 넋두리처럼 했던 말은 “못 배길까봐 두렵고 무섭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 못 배길까 걱정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라도 잘못 말한 것이 이용당해 다른 누군가에게 불똥이 튈까 무섭다는 말이었다. “적금 깨서 샀다”는 한마디에 처남까지 줄줄이 끌려 들어온 판이었다.
K씨는 “유서에서 그가 ‘변호사가 아무리 유능하고 사법부가 공정하다 해도 대검 중수부를 이길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쓴 것은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K씨는 “검찰은 이미 고인과 주변의 계좌와 금융거래, 재산명세를 샅샅이 훑어본 뒤였다”며 “그나마 의심스러운 부분이 그랜저 승용차 딱 하나였다”고 말했다. 사실상 “별 것 없었다”는 것. 그러나 본인은 물론이고 처남까지 검찰에 불려 들어왔을 뿐더러, 처남의 업무상 거래계좌까지 추궁해가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비록 익명으로 처리했다지만, 그 모든 내용은 실시간으로 언론에 흘러나가 활자화됐다.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남과 매형이 공모해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K씨는 “그런 상황에서 ‘구속시켜 처남과 한방에 넣어주겠다’ ‘두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말이 평생을 샌님처럼 살아온, 예순두 살의 은퇴한 공무원에게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냐”며 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협조하지 않으면…’
5월 17일, 영구차는 박 전 국장이 일했던 서울 시청 앞에 들러 노제를 지냈다. 서울시 공무원 3백여 명이 나와서 떠나는 그를 배웅했다. 이날 서울시 직장 협의회는 “정치논리와 권력의 칼이 약한 자를 위협하며 양심의 자유를 침탈하는 오늘 선배님은 이 양심의 자유를 위하여 남은 생애의 부와 지위와 명예, 그리고 목숨까지 지불했다”는 고별사를 낭독했다.
박 국장이 세상을 뜬 이튿날, TV에서는 ‘검찰, “강압수사 없었다”’는 뉴스 자막이 흘러간다. 중수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수사 1과 사무실에서 조사했으므로 폭언이나 강압수사를 할 형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유서에 왜 그렇게 썼는지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고인이 선임했던 변호사 또한 “고인에게서 검찰에서 폭언을 듣거나 위협을 받았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한 언론에서 밝혔다. K씨는 “법무부 고위공무원 출신의 변호사는 적지 않은 수임료를 받았지만 실제 검찰 조사과정에선 단 한 번도 고인과 동행한 적이 없다.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그것도 변호사라는 사람이 그렇듯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K씨는 “‘협조하지 않으면…’으로 시작하는 그들의 말과 ‘대검 중수부’라는 위세에 위압감을 느끼는 평범한 시민에게 얼마나 큰 압박으로 다가오는지 그들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글 하나로 검찰이 바뀌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검찰 조사를 받던 사람들이 줄줄이 세상을 등지는데도 검찰이 진작 바뀔 여지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끝을 맺었다.
“강압수사 할 분위기나 환경 아니었다”
이같은 K씨의 주장을 게재한 신동아 7월호의 보도 내용에 대해 대검찰청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고인에 대한 수사는 조사실이 아니라 수사1과 사무실에서 진행됐으므로 강압수사를 할 만한 분위기나 환경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고인의 수사에 대해 제기된 의문은 지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며 “정작 고인의 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의구심을 표현했다.
그들은 “고인이 자살을 택한 것은, 수사에서 당한 모욕 때문이라기보다는 계속해서 확대 진행되는 수사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은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간 고리로 의심되는 단계가 사라졌기 때문에 서울시에 대한 수사는 더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며 수사가 유야무야 중단된 의혹에 대한 해명도 내비쳤다.
K씨, 두 집안 쑥대밭으로 만들겠다 폭언 “박 전 국장은 그들을 정말 두려워했다”
또 검찰은 “고인의 사망 이후 ‘강압 수사와 인간적인 모욕을 당했다’는 말을 고인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하는 이들은 서울시관계자들이거나, K씨의 함께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방향에 있던 서울시 관계자들로서는, 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과장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강압수사 의혹이 일면서 검찰의 수사 목표가 어디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의 배경에는 타깃이 분명하고, 그려놓은 그림대로 짜 맞추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추측이다. 검찰의 칼끝이 박씨 개인은 물론 서울시 최고 윗선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현대차 양재동 연구개발(R&D)센터 인허가와 관련된 최고 윗선은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검찰은 최근 론스타에서도 개인 비리로 신병을 확보하고, 본체 수사에 돌입하는 스타일을 보여 왔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도 윗선을 겨냥한 표적 수사에 중간 고리인 참고인만 자살 하고, 정작 최대 수혜자인 재벌은 “봐 줬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송광수 검찰총장은 “수사관행을 재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에 이어 박태영 전남지사까지, 검찰에서 수사를 받던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라 자살한 이후 나온 발언이었다.
국민과 검찰 조직을 위해 검찰 개혁은 당연히 성공해야 하지만, 9번째 자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더욱 높아진 듯 보인다.
‘죽림누필’이라는 필명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현직 경찰이 자살한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 국장의 자살과 관련, 검찰의 수사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해 눈길을 끈다.
그가 지난 18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 게시판에 올린 ‘검찰 수사가 자살을 부르는 이유’라는 글에서는 검찰 수사의 ○표적 수사 ○자백 중심 수사 ○다른 약점 잡기 ○친인척 동료에게로 확대 언론플레이 ○미 입건 수사 등 크게 6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범인을 먼저 정한 후에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거나, 또는 심지어 어떤 사건을 정해 놓고 나서 그 사건을 찾아내는 방식을 쓴다”며 “이런 방식의 수사는 마치 표적지를 놓고 총을 쏘는 것과 흡사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세운 물적 표적은 김재록씨의 정?관계 로비였고, 양재동 사옥 건축과 관련하여 현대차가 김재록씨를 통해 농협과 서울시에 불법 로비를 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그 하위표적이라는 것.
그는 또 검찰의 대표적인 무기로 ‘기소 독점주의’와 ‘기소 편의주의’를 꼽고 있다. 즉, 검찰만이 범죄를 기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범죄를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글에서 “이런 막강한 특권은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압박하거나 회유하기에 더 없이 좋은 무기”라고 밝히고 있다. 표적이 자백하지 않으면 다른 약점을 잡는다. 그래서 먼지가 나오면 그 먼지를 가지고 표적을 압박하거나 회유할 수 있다. 표적의 다른 범죄나 비리, 혹은 여자관계와 같은 사생활은 매우 유용한 먼지로 활용된다.
그는 또 “검찰은 충분한 증거를 수집한 후 기소 직전 또는 구속 직전에서야 표적을 입건한다”며 “그러나 이미 사실상 수사가 종결된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절대로 검찰을 이길 수 없다”는 표현을 썼다. “검찰 이외의 수사 기관이 검찰을 수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탈법적이고 강압적인 무리한 수사방법을 서슴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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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9 [11:28] ⓒ브레이크뉴스 |
첫댓글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