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월29일! 경술국치일!
1910년 경술년 한일합방을 아는가!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 할 자격이 없다는 시인의 경구를 노래하지 않더라도
이 땅에 과연 역사가 있는가? 국가가 있는가? 민족이란 게 있는가? 조국을 노래 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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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과 굴종을 기억도 못하면서 독도는 우리 땅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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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만행 자료를 사비로 수집해 온 초대 독도박물관장 이종학 선생을 아는가!
그와 정신적 동지인 함흠철수 때 ‘한국의 쉰들러’라 불린 현봉학 박사를 아는가!
아직도 해외한민족사를 탐구하는 이윤기 소장을 아는가!
부산 금정산성 입구에 ‘일제만행희생자위령비’를 본 적이 있는가!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국치일을 ‘대욕일’이라며 치를 떠는걸 아는가! ....
지난 해 오늘 "작정하고 욕좀하자! 씨발!!"에 올린 글의 일부다!
ㅡ꼭 20년전 거창에서 빗돌을 다듬고 새겨 친구 트럭에 싣고가 부산 금강공원에 세운 빗돌이다. 그 날도 비가 왔다!
◈ 일제만행희생자위령비ㅡ비문 전문(1993.8.29 백신종 짓고 쓰다)
아직은 어둠이다 밝혀져야 할 것이 가려진 이 허위의 빛은 빛이 아니다.
죽은 이들은 죽어 한 세기가 다 되도록 눈감지 못한 채 원통함으로 구천을 떠돌고 죽인 자들은 대명천지 펄펄하게
살아 고개 쳐들고 설치는 여기는 아직 식민의 땅이다.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나들이 우리들의 이름과 조국의 이름을 부르며 왜 그렇게 처절하게
죽어가야 했는지 어떻게 죽임 당했는지도 밝히지 못한 우리는 참으로 못난 후손들이다.
어느 이름 모를 하늘 아래서, 캄캄한 굴속에서, 맹수와 병마가 우글거리는 밀림에서, 더러운 침략자 제국주의 일본의 군복을
덮어쓰고 손톱에 피멍이 지며 죽어간 영령들은 시신은 커녕 이름조차 거두지 못한 우리들은 조국은 아 아 부끄러운 죄인이다.
만시지탄이나 이 참회의 눈물을 모아 뉘우침으로 칼날을 세워 처참한 죽음의 진상과 굴절된 역사의 진실을 기필코 밝혀야 한다는 의지를 모아 여기 구천을 헤매는 원혼들이 평안히 잠드시길 빌어 올리며 우리 배달겨레의 정통성과 당당한 민족혼의 계승을 위하여 그 실천의 푯대로서 오늘 우리는 삼가 이 위령 비를 세운다.
이 땅위의 모든 사람들은 이 비 앞에서 어제는 더 앞선 과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로 흘러오는 것이며
또한 오늘의 역사는 어제로 묻혀가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역사로 피어나는 것임을 깊이 깨우칠 일이다.
단군기원 사천삼백이십육년팔월스무아흐렛날 백신종 짓고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