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방야간알바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제 자의로 그만둔 것도 아니고, 짤린 것도 아니고,
피씨방이 망했습니다.
저번주 목요일까지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 5시까지 사장님하고 땡처리 업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노력하고 이사짐 나르고 철거하고 했습니다.
퇴직금으로 25만원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토요일에 구로공단에 있는 사출공장으로 출근하고 하루 일하고 왔습니다.
일요일날 쉬면서 집에서 가만히 생각을 했습니다.
(안성에 놀러가서 송상호 목사님 만나고 송 목사님이 굴삼계탕 사주셨음)
당장 9월2일날 전기기능사 필기반이 개강하고,
사이버대학교도 재등록했는데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기간에는 낮에 온라인으로 시험봐야 하고,
이 환난을 어찌 극복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었습니다.
몇 개월의 시간만 더 투자하면,
이번에 10월 9일 필기시험이 붙거나 이때 떨어지면 그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붙을 것 같은데,
오후7시-오후9시40분 .. 이때가 학원스케줄이라서,
돈을 쫒아가자니 주야간 맞교대 공돌이가 딱인데 ... 이걸 선택하면 학원을 못가고 ...
게다가 이거하면 대낮에 사이버대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을 보지 못하게 될 거고 ...
그러면 밤에 일하는 알바를 하자니,
평일에 하루 쉬고 매일 10시간씩 일하는 피씨방 알바를 찾아보았더니,
식대 포함해서 월급이 119만원이더라고요.
완전 전형적인 비정규직 월급인데 이거 벌어서는 저 한 달 살기 바쁘고,
바로 6개월 뒤에 사이버대학교 등록금 120-130만원 마련하는 것도 버겁고 장담 못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뭐하고 있냐하면 노가다 일용잡부 생활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가슴 속에서 눈물이 마구 흐르는군요.
이거 겨울에는 분명히 일이 없어서 11월 중순에는 또 다시 편의점이든 피씨방이든 야간 알바를 해야 하는 운명이 기다리고,
노가다 일용잡부들 현장에 가서 일할 때 사람취급 못 받거든요.
원래는 안성이나 평택이나 오산 등지의 공장으로 갈까 생각했습니다.
여기는 비정규직이라도 주야맞교대나 야간고정으로 특근까지 다 뛰면,
비정규직이라도 월 220-230은 보장받거든요.
그런데 그러면 이번에는 들꽃향린교회 등록해서 일요일에 교회 가서 밥 먹고 사람들이랑 커피 마시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제 여가생활의 중대한 기반인 새기운, 예수만나교회, 예수동아리교회 등등과 멀어지게 되니,
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였습니다.
특히 새기운에서는 조직국장을 맡고 있어서,
온라인에 글도 써야하고 사람들한테 후원금도 걷어야하고,
그리고 자기식구들,
아군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간간히 현장에 들러서 삼겹살과 알콜을 공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거든요.
물론 아무도 저한테 그런 거 하라고 시킨 사람은 없지만 저 혼자 설정한 의무입니다.
운동을 혼자 하는게 아니고 고립되어 있는 게 아니고,
그만큼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고 응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새기운의 노동운동 활동가 세 명한테,
계속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서 지치지 않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노동자님, 뫼풀님, 징검다리님이 매우 고생이 많습니다.
여튼 이런 거 저런 거 다 감안하니,
결국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 ...
1) 새기운의 조직국장으로 본인이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직장.
2) 예수만나와 예수동아리의 일반회원으로 오프모임에 잘 나가서 저도 놀아야 하고,
여러가지 경조사/대소사 같은 거,
예를 들어서 김홍술 목사님 일이나 용인님이 부탁하는 일을 가급적 잘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나는 직장.
3) 천호동의 들꽃향린교회 일요일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직장.
4) 사이버대학교 대낮에 시험보는 중간고사/기말고사에 참석할 수 있는 직장.
5) 전기기능사 합격할 때까지 학원에 갈 수 있는 직장.
이 다섯가지 고려사항을 생각하니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노가다 일용잡부였습니다.
요즘에 일당 올라서 9만원 받아서 수수료로 9천원 지불하고 8만1천원 주더라고요.
그래서 당분간은 노가다를 열심히 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부디 전기기능사 필기시험을 떨어지지 않고 한 번에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새기운 재정이 47만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어차피 돈이 또 나가게 되기에 액수는 큰 의미가 없지만,
점점 새기운의 일을 인정해주고 이 시대 남한사회에서 왜 노동운동이 중요한가?
알아주는 분들이 많아지는 게 우리 단체의 기쁨입니다.
예를 들어서 차비나 밥값이나 경조사비로 새기운 재정에서 활동가들이 사적으로 쓰는 돈은 전혀 없어요.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공금이니까 이걸로 날씨도 더운데 하드라도 하나 사먹고 그렇게 나가는 돈은 없습니다.
주로 새기운탑차 보험료, 기름값, 유인물제작, 엠프배송비, 각종기계값, 활동가 활동비 약간으로 지출됩니다.
많은 분들은 감사한 온정이 있었어요.
미국에 거주하시는 브라운유님이 거금 20만원을 보태주셨고, 새기운 대표이신 전영철 목사님이 30만원,
김혜경 누님이 10만원, 열성후원회원 늘오늘님이 매월 3만원씩,
(저는 원래 매달 3만원씩 내려다가 들꽃향린교회에 출석해서 양심적으로 월5만원 정도는 헌금으로 내야 할 것 같아서,
새기운에는 1만원씩 넣습니다.)
안암동 철거민 부부건은 잘 해결되가고 있습니다.
구청장님과 활동가들이 면담을 해서 보상을 어디까지 받아낼 것이냐 정도로 진척이 있었습니다.
이곳이 마무리되면,
김포와 판교 등지의 철거민들 보상문제도 박차를 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 불현듯 찾아온 승현님, 무척 반가워불고... 난 이런 불현듯 만남 조아부러.. 계획된 만남보단 ㅋㅋㅋㅋ 일해는 딱 번개스탈이야. ^^ ㅎㅎㅎ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뵈었는데 하도 사진에서 자주 뵈어서 불과 몇 주 전에 봤던 분 또 본 거 같은 착각 ㅋ 삼계탕 맛있었어요 ^^
늘 치열하게 사는 승현님 소식 접할 때마다 그저 저 자신이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그래서 승현님이 어떤이에게는 반성과 성찰을, 또 어떤이에게는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존재이지요. 하시는 일 다 뜻대로 이루시리라 그렇게 믿습니다.
호구지책을 언제나 가슴 속에 앉고 살겠습니다. 과거와 오늘은 호구이나 나의 내일은 유부남일 것이다. 아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