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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산 산행
“왜 산에 가는가?”라고 물으면 이대로씨 같은 범인이야 그냥 ‘건강을 위해서’, ‘운동 삼아’, ‘내려와서 막걸리 한 잔 끝내주지’, ‘오랜만에 단풍 구경이나 하려고’, ‘산에 가서 힐링이나 할까’ 대충 뭐 이렇게 대답을 하겠지요.
“산이 거기 있으니까.”
이런 폼나는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귀찮아서 내뱉은 말이든,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오.’처럼 깊은 깨달음의 경지에서 무심히 하는 말이든.
어쨌든 이대로씨는 연휴를 이용하여 아내와 함께 경기도 연천에 있는, 거기 있는 산, 고대산으로 등산을 떠났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아침에 살짝 비가 오고 개었다가 오후 늦게 다시 비가 올 거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예보대로 아파트 창 밖으로 우산을 쓰고 쓰레기를 버리러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보여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안 가게 될 것 같아 이왕에 계획했던 거라 비가 살짝 오는 대도 그냥 길을 나섰습니다. 비만 많이 오지 않을 것 같으면 저무는 이 가을에 우중 산행도 그 나름대로 맛이 있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가는 길에 정상에서 즐길 꿀맛을 생각하며 갑자기 비싸진 김밥 두 줄도 육 천원에 챙겼습니다.
승용차로 양주, 동두천, 전곡, 연천을 곁눈질하면서 가랑비 속에서 한 시간쯤 가 고대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들이 생각보다 꽤 많이 들어 차 있어 등산객들이 벌써 이렇게 많이 왔다 보다 했습니다. 하산할 때 알게 되었는데 여기 주변에 글램핑 존, 오토 캠핑 존, 캐라반 존, 자연 휴양림 등이 있어 혹시나 그 이용자들 차도 좀 섞여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산을 오르는 길은 세 갈래입니다. 동쪽에서부터 1등산로, 2등산로, 3등산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요즘에 웬만한 산들은 산길 이정표들이 아주 잘 되어 있는 데다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을 찾는 데는 그리 불편한 것들이 없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대로씨는 인터넷에서 살펴 본 대로 2등산로를 이용해서 오르고, 3등산로로 하산하기로 하고, 살짝 내리는 비가 맞으며 주차장에서부터 바로 고대산 자연휴양림 이용객 때문에 포장되어 있는 큰 길을 따라 이정표대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가랑비도 곧 그쳐 둘이지만 외롭지 않게 출발을 했습니다.
큰길 옆에 있는 글램핑 B존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고대산 자연휴양림이 나타났습니다. 산길이 그렇습니다만 오르내리는 길에 대개 화장실이 없어 화장실도 이용할 겸 휴양림을 겉으로 둘러보고 다음번엔 휴양림을 예약해서 이용하자고 아내와 손가락 걸고 약속하며 2등산로로 가는데, 등산길 안내 지도와 함께 고대산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어 찬찬히 살펴 보고 사진도 찍어 두었습니다. 곳곳에 이런 안내 지도가 현위치 표시와 함께 붙어 있어 등산 내내 서로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 마음 편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대산 정상은 고대봉으로 높이가 832m입니다. 그 동편으로 아주 가까이 삼각봉(815m), 대광봉(810m)이 이어져 하나의 큰 덩어리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대로씨는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어딜 가든 무얼하든 미리미리 철저히 알아보고 준비하고 스타일입니다. 요즘이야 휴대폰 때문에 현장에서도 맛집 같은 경우는 바로바로 알아 볼 수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그런 것도 미리 알아두면 좋지요. 물론 혼자일 경우에는 워낙 촌놈이라 맛집이 따로 있습니까? 지나가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그냥 대충 버티고 하지만 여행 정보만큼은 많이 챙겨 봅니다. 이대로씨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은 지자체 홈페이지에 소개된 문화관광 코너입니다. 좀 부족하긴 해도 웬만한 것은 다 있습니다. 부족한 것은 인터넷 지식 백과 등 여기저기 뒤지다 보면 각 분야 재야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고대산에 대해서도 찾아 봤답니다. 한자로 高臺山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어서 위로 높이 지어 사방을 살펴 볼 수 있는 臺처럼, 삼각형 형태로 위로 우뚝 솟아 있어 마냥 위로 올라가기만 하는 목형산(木形山)인가? 좀 가파르겠구나 하고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대로씨는 여기 안내판에 소개된 내용 중 고대산 지명 유래를 설명한 부분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돌아와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안내판 내용과 한국관광공사에서 소개한 고대산 내용이 거의 유사하여 한국관광공사에서 소개한 내용, 그리고 추가로 연천 군청에서 소개한 상이한 내용을 그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고대산 : 금강산 가는 길목, 경원선 철도가 끊겨 있는 철도 중단점인 연천군 신탄리역에 인접한 고대산(832.1m)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으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고 등산으로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으로 등산 여행에는 안성맞춤이다. 고대산(高臺山)의 유래는 "큰고래" 라고 부르고 있으나, 이것은 신탄(薪炭)지명에서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방고래"(땔나무를 사용하는 온돌방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고랑을 고래하고 함)를 이르는 것으로 고대산은 골이 깊고 높아 고대산(高臺山)이라고 한다.
지형도에는 "높은 별자리와 같다" 는 뜻과 의미가 담긴 곳이라 하여 고태(高台)라고도 표기하였다. 고대산은 옛부터 광범한 산록과 울창한 산림으로 말미암아 임산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목재와 숯을 만드는 데도 적합한 곳으로 부락으로 형성된 주막집들이 있다 하여 신탄막(薪炭幕)이라는 지명으로 불리웠으며, 실질적으로 한국전쟁 이전에는 참숯이 유명했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한국관광공사>
고대산(高臺山) : 대광리 내산리와 철원군 철원읍 율리리 경계에 있는 높은 산. 높이 821.1m. 신탄리 지역에서는 이 산을 '큰고래'라 부르고 있으나 유래는 자세하지 않다. <연천 군청>
신탄리(新炭里), 새숯막 : 신탄리역 주위에 있는 큰 마을. 현재 대광 2리 지역에 해당하며, 경원선의 마지막 역으로 철도가 중단되는 곳이다. 예전부터 고대산의 풍부한 임산 자원을 목재숯으로 가공하여 생계를 유지했던 마을로, 『여지도서』에도 “新炭”이라 적혀 있으며 철도가 부설된 뒤로는 숯가공이 더욱 번창했다 한다. 그러나 '새숯막'이라는 지명이 대광리와 철원 사이에 주막거리가 새로 생겼다 하여 '새술막[新酒幕]'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한자로 지명을 옮기는 과정에서 '술'을 '숯〔炭]' 자로 잘못 표기하였다는 설도 있다. <연천 군청>
이 땅에 온 몸 기대고 살던 우리 민중들이 자기가 살던 곳의 땅이름을 정할 땐 투박하고 살가운 순 우리말로 지었을 터, 이를 먹물 양반들이 수입 외국어 한자어로 바꾸고, 일제 때 또 호적 정린가 뭔가 하면서 땅이름을 몽땅 한자어로 바꾸다 보니 이상하게 변한 지명이 얼마나 많은가요?
이대로씨는 위의 내용을 곰곰이 살펴 보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기는 임산 자원이 풍부해 목재 숯[薪炭]을 가공하여 생계를 유지했을 터, 그러므로 신탄리의 한자는 당연히 새 신(新)을 쓸 게 하니라 땔나무 신(薪)을 써야 맞을 거라는 거. 새 신(新)을 썼다면 당연히 헌 숯막도 있어야 할 터인데 헌 숯막은 어디인가? 땔나무와 숯이란 것은 방구들 밑 고래 고랑으로 열기를 흘려 보내 방구들 뜨뜻하게 하여 한겨울 사람들의 등짝을 따뜻하게 하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생계 수단으로 삼았으니, 한반도에서 겨울이 가장 춥다는 이곳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땔감은 소중했으리. 숯 만들 목재를 제공하는 이 큰 산을 구들장 밑 고래 고랑처럼 자신들을 따뜻하게 해 줄 방고래 중 큰 고래라고 여겨 ‘큰고래’라 부르지 않았을까?. 이를 먹물 양반들이 한자로 바꾸면서 발음이 비슷하고 마침 산세도 골이 깊고 산이 높아 ‘고래산’이 ‘高臺山’으로 바뀐 것이라고. 그런데 한문 대(臺)자를 약자로 쓰면 台로 표기를 하는데 이 녀석은 원래 별 태, 태풍 태인데 하필 臺의 약자 표기로도 사용되어 高臺山을 高台山으로 약자 표기하고, 이를 고대산이 아니라 다시 고태산으로 읽고 별자리처럼 높은 산으로 이해하는 어지러운 현상도 벌어진 것이라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부터 불렀을 진짜 땅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것은 아예 설이라고 이렇게 썰을 풀고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대산 자연 휴양림을 통과하면 바로 1, 2 등산로 갈림길이 나타납니다. 바로 위로 올라가면 2등산로, 동쪽으로 더 가는 길이 1등산로입니다. 2등산로로 바로 직행합니다. 여기에서 정상까지 약 2.6km.
산객들이 소요 시간을 계산할 때, 일상적인 걸음으로 한 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를 평지에서는 대개 5km, 산에서는 대개 3km를 잡는데 안내도에 여기에서 소요되는 예상 시간이 약 2시간으로 나와 있습니다. 약 2.6km를 2시간을 소요하는 곳이라면 일단 평범한 산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로 전망대(臺)를 수직으로 오르는 느낌으로 가야하는 산길인가 하고 마음의 준비, 아니 다리의 준비를 하며 천천히 내딛습니다.
높은 산의 등산로는 대개 아래쪽은 계곡을 따라, 위쪽으로는 산 등짝을 밟고 지나가야 하는 능선, 즉 등성이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등산로 중간쯤에 말등바위가 있고, 아래에서부터 거기까지는 계곡에서 등성이를 향해 오르는 길이고, 말등바위부터 정상까지는 등성이를 밟고 오르는 길입니다. 예상대로 막무가내 올라가는 길입니다. 계곡을 통과하는 길은 주로 작은 돌길로 형성되어 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합니다.
산이 가팔라 계단이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니 계단을 만들 수 없는 칼바위 능선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길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가끔 둥근 통나무를 길바닥에 가로로 박아 만든 통나무 계단도 있습니다만 주로 흔히 볼 수 있는 데크 계단입니다. 산길에 계단이 있다는 건 미끄러지기 쉬운 가파른 곳이라는 증거입니다. 특히 데크 계단이 있는 곳은 거의 고바이길, 즉 비탈길입니다. 올라가기는 편하지만 지그재그 숨을 헐떡이며 계단 바닥만 쳐다보고 올라가야 합니다.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힘 들면 좀 쉬었다, 땀도 좀 훔치고, 하늘도 한 번 쳐다보고,
왜 산에 가냐고?
아무 생각 없습니다. 그냥 거기 산이 있어서.
말등바위부터는 등성이길입니다. 등성이에 오르면 일단 확 트인 전망이 좋습니다. 전망을 즐기라고 군데군데 전망대도 있긴 하지만 이 산은 특이하게 육각정자로 만든 전망대가 있습니다. 고대봉 직전에 있는 대광봉 정상에도 정자 전망대가 있습니다.
등성이길에 오르니 갑자기 센 바람이 불어옵니다. 계곡에 있을 때는 바람이 많지 않았는데 등성이에 오르자 거센 바람이 세차게 불어옵니다. 올 여름 유난히 더워 바람 한 점이 아쉬웠는데 생각지 못한 거센 바람이긴 하지만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산속에서 부는 바람은 바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나뭇잎을 흔들며 만들어 내는 바람 소리는 가히 예술입니다. 물소리 같기도 하고, 폭포 쏟아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큰 나뭇가지, 작은 나뭇가지, 바닥에는 벌써 마른 나뭇잎들이 많이도 떨어져 있습니다.
정상에 오를 때까지 끊임없이 쉬지 않고 바람은 불어댑니다. 칼바위 능선에 왔을 때는 바람이 너무 거세 사진을 찍으려 해도 한 손으로 내미는 휴대폰이 바람에 흔들려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준비해 온 여벌 옷 다 입고, 모자 날라갈까 봐 모자 벗고 칼바위 능선을 오릅니다. 물고기 등지느러미처럼 산등성이에 날카롭게 뾰족뾰족 이어진 바위들을 칼바위라고 하는데 산객들이 잡고 다닐 수 있게 굵은 쇠줄로 된 난간들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여기는 걷는다기보다는 잡고 기어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등산이 아니라 등반입니다. 바람이 너무 세 추위까지 느끼게 합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살펴 보았더니 세상에! 여기가 대한민국에서 겨울에 가장 추운 곳 중에 한 곳이랍니다. 정말 의외입니다.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한 곳이다. 최한월인 1월의 평균 기온은 -7.0℃로 러시아의 모스크바보다 더 춥다! 모스크바의 최한월 평균 기온은 -6.7℃로 연천군보다 약간 더 높다. 위도는 겨우 북위 38도로 그리스의 아테네보다 약간 더 높은 정도인데도 말이다. 2010년 1월 6일 미산면에서 비공식적으로 –29.3℃가 기록되었고, 2001년 1월 16일에는 신서면에서 AWS(자동기상관측장비)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31.5℃라는 기온이 기록되었다. <나무 위키, 연천군>
비까지 예보되어 있어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만 이번 산행은 바람과의 여행입니다. 이 바람이 아직 머물고 있는 여름의 열기를 다 몰아낼 듯합니다. 이제부터 추워지겠구나 싶습니다.
정상 못 미쳐 말 안장처럼 옴폭하고 아늑한 곳에 누군가 큰 돌과 나무 의자로 작고 아담한 쉼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주변으로 돌담까지 쌓아 야외 카페깥은 느낌입니다. 산 정상에는 바람도 많이 불 거고 비도 한 방울씩 내리고 있어 여기에서 휴식 겸 준비해 온 김밥을 먹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예상대로 꿀맛입니다. 곁들어 먹은 노란 키위는 입 안에 달콤함이 확 퍼집니다. 이대로씨는 아내 덕분에 호강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북쪽 외진 곳의 그리 유명하지 않은 산이라 그런지 오늘 산을 찾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어차피 끝까지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라 몇이나 왔는지 통 모를 일이고, 이 큰 산을 처음부터 둘이서만 올라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도 거의 없어 혼자 다니기에는 조금은 무섭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상 근처에 오니 가끔 내려 오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대개 두 사람입니다. 그런데 딱 한 번, 산행으로 단련된 것처럼 보이는 여자분이 혼자서 용맹하게 내려 오십니다. 둘이서 대단하시다, 무섭지 않으신가 하고 감탄을 했습니다. 이대로씨는 겁이 많습니다.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에 드디어 거의 붙어 있는 대광봉(810m), 삼각봉(815m) 거쳐 정상 중의 정상 고대봉(832m)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는 표지석과 함께 작은 운동장 규모의 사각형 평상 형태의 데크가 설치되어 사방을 둘러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정상에서 보는 전경은 역시 확 트여 겹겹이 쌓여 있는 산들과 벼들이 누렇게 익어있는 논들과 하얀 건물들이 한 눈이 들어왔지만 바람도 세차게 불고 빗방울도 살짝 거세지고 해서 인증샷 찍고 서둘러 내려 왔습니다. 데크 한 쪽 귀퉁이에 부부인가 싶은 젊은 남녀가 웅크리고 앉아 이 비바람 속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노숙자같은 느낌입니다. 다 날씨 탓입니다.
3등산로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2등산로 비해 가파르기가 조금 덜합니다. 역시나 통나무 계단, 데크 계단이 많습니다만 데크 계단보다는 통나무 계단이 더 많고, 중간중간 흙길에는 야자 매트도 깔려 있어 훨씬 길이 수월합니다. 산속으로 들어오니 조금씩 내리는 비는 나뭇잎이 우산이 되어 준비해 간 비닐 비옷을 입지도 않고 내려왔습니다. 그 거세던 바람도 산 속으로 들어오니 전혀 불지 않고 등산 내내 귀를 먹먹하게 하는 매미 소리만 요란합니다. 참 가열차게도 울어댑니다. 온몸이 힘 덩어리인 모양입니다. 그러니 새끼적 굼벵이를 정력제라고 먹어치우는 족속들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하산 중간쯤에 표범바위라고 하는 거대한 바위가 있습니다. 깎아지른 수직 단애(斷崖)입니다. 바위라기보다는 산의 일부입니다. 겉 모양과 색깔이 표범 가죽을 닮았다 해서 표범바위라고 하나 봅니다.
계곡 돌길을 터벅터벅 내려오다 보니 등산로 입구 평지까지 내려 왔습니다. 3등산로 입구쪽에 여러 시설들이 즐비합니다. 캐라반 존, 어뮤즈먼트 존, 글램핑 A존, 컨벤션 센터, 오토캠핑 존을 거쳐 드디어 차를 세워 둔 출발지 주차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등산 종료입니다. 총 5.75km. 4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