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에 불이야
김계선
기장군 철마면 도로는 승용차들로 주차장을 이루었다
어떻게 알고들 왔을까?
가슴엔 기쁨이 흐르고 함께 즐거워할 오늘 밤의 주제는,
,달집태우기, 커다란 논 가운데 솔가지랑 대나무 짚 등으로 엮은 달집은
커다란 푸른 성처럼 으스대고 서 있었다
내 친구 정숙이랑 좀 이른 시간이라 죽섬을 한 바퀴 돌았다
사공은 어디로 가고 빈 배들만 흔들리는 등대 둑에는 갈매기 떼들이 제철 만났나 싶다
수산시장에 생선회를 좀 맛보고 다시 철마면으로 돌아오니
무대에는 신나게 노래자랑이 한창이고 사람들도 함께 어우러져서
몸을 흔들며 춤을 추었다 달집 앞 고사 상에는 돼지머리에
시퍼런 만 원짜리가 한 움큼 물려있고
새끼줄에도 소원을 비는 쪽지도 만 원권 지폐와 함께 춤을 춘다
정숙이랑 나도 깔깔한 천 원짜리 두 장씩을 모금함에 넣고
막걸리 한잔 올리며 절을 올렸다
올 한해도 아무런 재난 없이 건강하고 평화롭게 가족들을 지켜 주소서
이 마을에도 올 한해 농사가 풍년이 되게 해주소서!
달집에는 기름 묻힌 횃불에 점화가 되고 불길은 무섭게 타올랐다
사람들은 들고 있던 솜방망이들을 달집을 향해 힘껏 던지고 소원을 빌었다
탁 타타닥 불길은 무섭게 타 번지며 일렁이며 다가온다
정숙이와 나는 손을 꼭 잡고 화염을 피해 도망을 쳤다
떨어진 논 벌에서 불기둥을 만들며 타들어 가는 달집은
신기하게도 허물어지지 않고 불길만 치솟았다
이 달집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 동안 마을사람들과 청년회에서 고생을 했단다.
너무도 삭막하고 메마른 도시 사람들의 마음에
촉촉한 비가 되어 마음을 적신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즐거워하며 음악에 몸을 흔들어 보고 마을사람들이
준비한 여러 가지 음식에 고마워도 한다
“이렇게 많이 오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함께 즐거워하며 우리 소원을
빌어봅시다“ 아나운서 멘트가 시뻘건 밤하늘에 함께 울려 퍼진다.
달님은 점점 높이 높이 떠오른다.
“달집에 불이야”종가 집에 불이야 우리는 돌아갈 길을 걱정하며
그래도 또 한 번 외친다 “달집에 불이야 종가 집에 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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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게시
달집에 불이야-(산문)2003년도 대보름날
김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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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7
07.03.12 17:1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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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도 외쳐볼꺼나, 불이야! 달집에 불이야! 종가집에 불이야!!!!!
ㅎㅎ 복 받으세요..
계선님 어떤 소원 비셨어요? 궁금궁금...^^
계선 시인님의 아름다운 글에서 예전의 시골모습이 생각납니다.. 어른들은 여자들의 속옷을 달이뜨는 방향에 넣어서 태우곤 했지요...득남을 기원하면서.. 그리고 달집이 다 타서 재가남으면 서로의 얼굴에 시커먼 재를 서로 몰래 바르곤 했지요... 특히 마음에 드는 처녀의 얼굴에 재를 묻히고 도망가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