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프리지아) -고정숙-
꽃들 중에 예쁘지 않은 꽃이 있으랴마는 특히 좋아하는 꽃을 꼽으라면 노랗고 향기가 은은하고도 황홀하기까지 하는 프리지아를 나는 좋아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후리지아(Freesia)라고도 하고 프리지아라고 불리는 이 꽃의 꽃말은 순결, 순진, 천진난만이라고 한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개나리와 더불어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라 할 수 있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교문 앞에서 프리지아를 많이 팔고 있는데 꽃말이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 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리지아는 황, 백, 적색의 여러 색깔의 꽃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은 노란색이다.
이른 봄 화원을 지나다가 코끝으로 아름다운향기가 스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노란 프리지아 꽃이 나와 있다. 이 꽃향기를 맡으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내 아이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좋아한다고 4월 내 생일날이면 샛노란 이 꽃 한 다발을 선물해 주곤 했다. 이 향기를 맡으면서 아이들하고 행복해 했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얼마 전에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후배에게 프리지아 꽃 한 다발을 건네주었더니 무척 좋아하고 즐거워해서 한 순간이나마 위로가 되었나 싶어 보람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수 년 전 이 꽃에 대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어느 총각선생님이 초임발령을 받아 갔던 모 여고 에서의 일이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교탁 위에 못 보던 노란 꽃이 꽃병에 꽂혀 있어서 ‘이게 무슨 꽃이지?’ 하고 물었더니 브리지아라고 해서 "이 꽃이 브리지아라고? " 했더니 ‘선생님 브리지아가 아니라 브래지어라니까요.’ 하고 모두들 와하하 웃음보를 터트렸다. 꽃 이름이 주는 어감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때까지 꽃 이름에 대해서 문외한인 그는 프리지아 어감으로 유추해낸 여학생들의 그 짓궂은 말장난 때문에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던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프리지아 꽃말의 전설 또한 애틋한 사연이 있다. 숲의 요정인 프리지아는 숲속에서 우연히 보게 된 나르시소스라는 미소년을 짝사랑 하지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프리지아는 자신의 사랑은 고백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자만심이 강한 나르시소스는 프리지아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르시소스는 샘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한순간에 반해버려 물속으로 들어가 빠져죽게 되었고. 그 모습을 본 프리지아는 괴로워하면서 그가 죽은 샘에 자신도 몸을 던져 따라서 죽어버렸다. 이를 지켜본 하늘의 신이 나르시소스는 수선화가 되게 해서 꽃말은 자기애, 자존심이라 전해지고 프리지아는 그 순정에 크게 감동하여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어주고 향기까지 덤으로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천진난만함, 순진, 깨끗한 향기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프리지아를 좋아한다고 해서 깨끗하고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게 살아 온 것도 아니지만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 라는 꽃말의 의미를 새겨보고 싶다. 수 년 동안 나는 이런저런 일에 묶여 글도 쓰지도 못하고 지내오다가 이제 다시 시작하는 첫 마음으로 수필 반을 들락거리고 있다. 돌아오는 내 생일에는 평생 아내에게 꽃 한 송이 사 주지 못하는 무심한 남편은 재껴두고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서 샛노란 프리지아 꽃 한 다발을 받고 싶다. “엄마의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 라는 의미를 담아서..
첫댓글 저도 후리지아 향을 너무 좋아해서 제 닉네임을 후리지아로 했는데 가브리엘님의 수필을 읽으니 꽃말에 얽힌 사연도 알게 되고 ....후리지아를 좋아하다보니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가끔 남편이 후리지아 한다발 선물할때면 무지 행복하답니다... 꽃이 시들기까지는...ㅎㅎㅎ 어머님 이번주는 춥다고 하니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한주 되세요
그래 가브리엘이 후리지아 꽃으로 수필을 한 편 썼구나. 에미가 보면 좋을 껏 같아서 퍼다 올렸단다.
에미도 모든이에게 사랑받는 후리지아지..... 후리지아 향기를 잊을 수가 없구나.... 나도 무척 좋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