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과 배후로 지목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사진출처=연합뉴스]© 제공: 매일경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두 달 전 무장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두고 ‘푸틴 배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러시아의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이끈 프리고진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자 푸틴 대통령의 보복이라는 추측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행기 추락 직후 푸틴 대통령이 추락의 배후에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누가 그런지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당국은 프리고진이 암살됐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프리고진의 비행기 추락 사망이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암살일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당국의 초기 평가가 나왔다”고 25일 보도했다.
AP 통신은 “미국 당국이 초기 정보 평가에서 프리고진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 추락이 의도적인 폭발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영국 당국은 정확한 비행기 추락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비행기를 고의로 추락시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아직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비행기 추락이 폭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추락 당시의 비행 데이터와 영상을 분석한 결과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추락하기 몇 분 전에 최소한 한 차례 재앙적인 공중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낙하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잔해들이 기계적 결함보다는 폭발 또는 비행기의 갑작스러운 파손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를 격추했다는 보도에 대해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러시아 당국은 기내 폭탄 설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그는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힘든 운명을 타고 났고 실수도 했다”며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이번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고했다. 수사관들이 뭐라고 할지 지켜볼 것”이라며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릭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반란 사태의 초기 국면이 푸틴을 약하게 보이게 했다”면서 “이것(프리고진의 죽음)은 조직의 ‘대부’(godfather)로서 푸틴의 역할을 다시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