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두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집니다.
항상 때를 놓치고는 미루었던 곳인데 이번에는 무작정 나섰습니다.
소리마루 식구가 많이들 함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 것 말고는 다 좋았습니다.
걱정을 했던 날씨도 기상청의 예보를 어기면서까지 기가 막히게 우리를 반겼습니다.
완벽한 준비로 입과 마음을 기쁘게 해주신 덕산 김병규, 정영구(봉명중) 교감 선생님과
아픈 몸을 산행에 맞추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일을 추진한 늦바람 윤경민 샘,
달콤한 휴일의 새벽을 깨고 바지런하게 달려 나온 깜까미현진^^ 김현진 샘,
그리고 가장 게으름을 떨고 준비도 못한 저희 가족 4명,
아, 그리고 넉넉한 풍채로 후덕하게 생기신 친절 서비스 기사님...
상쾌한 아침 바람을 헤치고 출발!!
창밖으로 예년과 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색으로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산들이 정겹습니다. 강원도로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진한 녹색의 고랭지 채소 밭이 눈에 유난히도 많이 띄는데, 수확은 했으되 절반은 밭에 버려진 듯한, 그리고 아직도 싱싱함 그대로 기다리고 있는 배추 무우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의 증산초등학교에서 내려서 드디어 민둥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증산초등학교에서 내려다 본 마을입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있고 마을 안으로 강물이 흐르는 아주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예쁜 마을 모습 그대로입니다.
민둥산은 매우 친절한 산이었습니다.
해발 1118미터의 높은 산이지만 일단 출발장소가 반은 더 올라 선 듯하고, 오르는 길도
완경사 등산로와 급경사 등산로의 선택권을 줍니다. 당연히 우리는 완경사지요.^^
초입에서의 두 처자의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끝까지 그러하기를... ^^
마른 나뭇잎 색을 하고 있어 눈에 잘 안 띄는데 순간적인 움직임에 포착된 도마뱀입니다. 정말정말 오랜만에 가까이서 보았습니다. 소시 적 시골에서 한번쯤은 꼬리를 잘라 보았을 그 귀엽고 정겨운 장지뱀입니다. 손바닥에 딱 오를 정도네요. 작은 기쁨입니다.
어제 망설이다가 새울 전통 타악진흥회의 “두드림 하나되어” 공연을 본 후 아주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 뒷풀이에 참석, 절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술은 몸을 괴롭힙니다. 작은 아이 뒤를 따르며 일행의 후미를 책임지는 모습처럼 하였지만 몸이 무겁고 숨이 거칠어집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앞서 가던 처자들도 그랬다네요. 기다려 주는 듯이 쉬었다 가는...^^ 늦바람 님은 지독한 고뿔에 아예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갑니다 그려. ^^
거친 숨을 몰아 쉴 즈음 중턱의 휴게소에서 준비한 김밥을 먹고 잠시 쉬는데 저 멀리 민둥산의 민둥머리에 사람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르는 길에 드문드문 낙엽송 숲이 나타납니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오른 모습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며 새로운 힘을 줍니다.
정상에 가까워 질 무렵 지나는 길에 커다란 소나무들이 드문드문 서있는데 바람 탓인지 위용있게 높이 자라지는 못하고 대신 가지를 옆으로 뻗어 자기가 무슨 꼭 반송인양 모양새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종의 삶의 전략이겠지요. 교감 선생님과 낭자들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드디어 민둥산 머리 쪽에 올라섰습니다.
아, 그런데 억새꽃은 갔습니다. 차라리 사진속의 환상은 놓고 올 것을...
잠시 눈을 감고 다 날라 가버린 억새 꽃대에 꽃들을 피워봅니다.
그렇지만 시원한 산바람에 흔들리며 광활하게 펼쳐진 산 정상 부근에서 마주하는 억새는 그것만으로도 감동입니다. 억새꽃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쪽으로 풍경을 담아보았습니다.
마지막 꼭대기를 남겨두고 아래로 옆으로 펼쳐진 장관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언제 힘들어 했느냐는 듯 모두 여유롭고 행복한 표정입니다. 막내 아이가 망원경으로 대관령 쪽의 풍력발전 바람개비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초점이나 방향을 놓쳐 찾기가 어려운 듯한데 대단한 집착을 보입니다. 기어이 보고야 말았답니다. 망원경 성능이 끝내주는군요. 마루영이 보고 있는 산자락 끝에 있는데 보이세요? ^^
억새에 꽃이 없으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꽃들이 활짝 피었는데..^^
엄마 손 꼭 잡고 씩씩하게 잘 오르고 있는 우리 일행의 막내입니다.
드디어 민둥산 꼭대기, 이리저리 흔적을 남겨봅니다.
한번의 흔들림도 없이 끝까지 앞서서 인도하신 멋쟁이 두 어르신과 정상비문 앞의 일행들,
굳이 사진기를 받아들고 찍어 주신 우리 가족사진, 그리고 반대편 쪽을 내려다 본 억새꽃 길...
충분히 행복하였습니다.
이제 하산해야겠네요.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등산로를 택하였습니다. 역시 경사가 급한 만큼 발목과 무릎 등 무리가 오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오를 때 이 길이 아니었기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조심조심 내립니다. 항상 씩씩하게 잘 버텨주며 함께 나서는 부모의 근심을 날려 주는 효자 아들놈들을 담았어요. 마지막일지도 모를 억새꽃도 함께...
쭉쭉 뻗은 낙엽송 숲길에서 마지막 힘을 얻어가며 산을 다 내려 왔습니다. 마을이 코앞에 왔을 때 급경사가 나타나며 지나는 길 머리 위로 옻나무 열매가 힘겹게 흔적을 지키며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지막 가을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습니다.
민둥산 억새, 안녕? 좋은 날 한번 더 보자구...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덕산님의 안내로 들른 식당의 청국장 맛은 억새 만큼이나 오래오래 남을 듯 합니다.
모두 수고하셨고 행복을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회원님들, 다음엘랑 꼭 함께해요. ^^
2006년 11월 10일 민둥산을 다녀와서.. 송호인
첫댓글 좋은 사진과 멋진 글로 산행의 여운을 기일게 남기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같이 보는 풍광이로되 표현에 따라 이리 아름답게 변하네요. 억새꽃이 스러져 가서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시계가 선명해서 사위가 맑았고, 찬란한 가을 하늘 빛을 충분히 받고 온 하루였지요. 함께하신 분들과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님들과도 산행 감흥을 같이 하고픈 마음입니다.
중요한 시합이 있어서 저 좋은곳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좋으셨겠어요~
산행하면서의 기분이 새록새록~~다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집니다!!^^ 음료며, 건강젤리며, 홍삼액까지 마구~~챙겨주셨던 교감선생님, 고 작은 다리로 열심히 올라왔던 막냉이 누리영, 마루영 송호인 선생님네 가족, 아픈 몸을 이끌고 산행준비를 책임지셨던 윤경민 샘@! 덕분에 정말 감사하게 잘 다녀왔어요~감사감사요!!
부러버라!!!! 재미있게 다녀오셨네요. 겹쳐진 일정때문에 허덕이다 일요일이었나? 하고 전화를 했더니 벌써 청주로 되돌아 오는 길이라고....허망 해라. 덕분에 아들놈에게 5000원만 날리게 되었지요(???) 다음에는 꼭 참여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