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23. 쇠날. 날씨: 많이 춥지는 않다.
아침열기-직조갈무리와 졸업작품-글쓰기-양지마을신문 펴내기-점심-청소-겨울방학식(자연속학교 영상보기-상장)-교사회의-긴급모임
[추억, 회자정리]
방학식 하는 날이다. 양지마을신문 편집마무리로 바쁘다. 6학년들에게는 이제 2월 사흘만 학교에서 지내면 졸업잔치니 올해 마지막 수업이 그대로 초등 마지막 수업이다. 방학 주 줄곧 마무리 수업들이다. 농사 갈무리로 메주를 만들고, 고물상을 다녀오고, 역사 공부 갈무리로 김대중도서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왔다. 글쓰기를 하고 마무리가 남은 직조 목도리를 완성하기도 했다. 교실 책상 서랍 정리를 하며 가져갈 것들을 가방에 넣었다. 책상 위에는 깍지 못한 나무그릇만이 덩그란이 남았다. 2월 개학하면 교실 정리와 책 정리, 졸업잔치 준비를 해야 하니 나무그릇은 동생들에게 물려주란다. 아이들이 직조갈무리와 글쓰기를 하는 동안 선생은 양지마을신문 겨울호 막바지 편집일을 줄곧 했다. 6학년들과 5학년 때부터 시작한 양지마을신문 발행도 6호까지 나왔다. 5학년때 두 번 발행한 것을 6학년인 올해는 네 번을 펴냈다. 6호까지 신문에 아이들의 땀과 정성, 추억이 그대로 들어있다. 이제 7호부터는 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되돌아보니 졸업하는 6학년과 참 많은 걸 했다. 이년 간 움집, 나무집, 평상, 스타돔, 고물상, 과학관, 박물관, 마을신문, 마을공원, 다양한 직조, 숟가락과 젓가락, 작곡, 영화, 술빵과 누룩빵, 누룩과 막걸리, 메주, 톱질과 장작패기, 빗자루와 바구니 만들기, 군고구마장사, 효소만들기, 피리와 합주, 졸업여행비를 위한 장아찌 장터, 백두산, 지리산, 강릉바우길과 해파랑길, 날마다 하는 일과 놀이와 자연속학교 말고도 특별한 주제학습과 일놀이로 아이들과 만들고 놀고 걷고 연주하고 간 추억들이 주루룩 떠오른다. 이제 떠나 보내는 날을 세는구나. 졸업하는 아이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늘 같은 마음이건만 선생이 나이들어 갈수록 추억을 더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낮 방학식에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처럼 마을신문이 나왔다. 방학식 때 자연속학교에서 찍은 동영상을 같이 봤다. 자연속학교 영상을 따로 편집하려고 때마다 잔뜩 찍어놨는데 끝내 그냥 모아서 틀어주고 만다.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건 언제나 서로를 즐겁게 한다. 모두 받는 상도 모두가 즐겁다.
저녁에 어제 누리집에 올라온 글로 긴급하게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끝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선생들이라 아이들과 식구들 볼 낮이 없다. 허나 어쩌랴 어렵게 나온 결론 또한 부족한 삶의 모습 그대로니 이해해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회자정리라 했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따듯한 위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