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님의 카톡 메일.
【2023년 08월 05일 [Sat.] good morning
【어떤 생일 축하】
그동안에 쌓인 우편물 속에서 한 친구의 향기로운 마음씨가 굳어지려는
내 마음에 물기를 보태주었다. 연초록빛 카드 겉장에는 무슨 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잎이 달린 생화를 눌러서 붙인 아주 정감 어린 디자인이다.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적혀 있었다.
"스님 생신을 축하올립니다.
그리고 오늘이 있어 저의 生도 의미를 지닐 수 있었기에 참으로 저에게도 뜻있는 날입니다.
저를 길러주신 할머니께서는 늘 절 구경을 다니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런데 몰래 한 푼 두 푼 모으신 돈이 여비가 될 만하면,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제가 털어가곤 하였습니다. 그때의 제 속임수란 '할머니,
제가 이 다음에 돈 벌어 절에 모시고 갈게요.' 였습니다.
그러나 할머니께선 제 손으로 월급을 받아오기 훨씬 전에 저쪽 별로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제가 첫 급을 타던 날, 누군가가 곁에서 어머님 내복을 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한테는 내의를 사드릴 어머님도, 할머님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울음으로도 풀 수 없는 외로움이었습니다.
스님의 생신에 (제가 잘못 알고 있어 음력 2월 보름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만)
무엇을 살까 생각하다가 내의를 사게 된 것은,
언젠가 그 울음으로도 풀 수 없는 외롬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을 짚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스님께선 제 혼의 양식을 내주신 분이시기도 하니까요. 다시한 번 축하올립니다. 스님!"
- 정채봉 올림
봄볕이 들어온 앞마루에 앉아 이 사연을 두 번 읽었다.
함께 부쳐온 봄 내의를 매만지면서 대숲머리로 울긋불긋 넘어보이는
앞산의 진달래에 묵묵히 눈길을 보냈다.
출가 수행자인 중한테 생일잔치란 살아서건 죽어서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출가 수행자들은 이미 세속의 집에서 뛰쳐나왔기 때문에 묵은 집 시절의 생일이 당치 않고,
또 출가 수행자는 모든 세속적인 인습과 타성에서 거듭거듭 헤치고 출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정된 날을 생일로 칠 수 없는 것이다. 굳이 생일이 있어야 한다면
날마다 생일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진리를 실현하려는 구도자는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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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法頂 지음
<텅빈 충만>
- P. 99 ~ 101 중에서
옮긴 이 : S.I.AHN
故 정채봉: 아동문학가
출생: 1946년 11월 3일,
전남 순천시
사망: 2001년 1월 9일 (향년 54세)
데뷔: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꽃다발'
학력사항: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경력사항:
*2000.07.~2001.01
샘터사 편집이사
*1998.~2001.01.
동국대학교 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1995.12.~1996.12.
샘터사 기획실장 이사대우
*1992.~
공연윤리심의위원회 심의위원
*1990.~
평화방송 시청자위원
*1989.~1992.
카톨릭문인회 홍보간사직
*1978.~1982.
월간샘터 편집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