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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공동체가 성도의 의, 식, 주, 품위, 문화를 책임져야 한다는 교회가 있다. 1999년 송파에서 시작된 낮은자리교회(공동 담임목사 김은득, 신재훈)다. 낮은자리교회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무너진 이 땅에 선하고 공의로운 하나님 나라가 회복되기를 꿈꾸며 초대교회처럼 “가난한 자가 없는 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김은득 목사에게서 낮은자리교회가 공동 목회, 평신도 목회, 한몸살이 은행, 한일살이 협동조합, 한밥살이 식당 등으로 실현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에 대해서 들었다.
지극히 작은 자를 예수로 보는 교회낮은자리교회 하나님 나라 운동은 초대교회에 닿아 있다. 그 처음도 비슷하다. 낮은자리교회는 예루살렘교회처럼 이름도 간판도 없이 시작됐다. 예수님을 사모하는 성도들의 모임 그 자체였다. 공간 마련과 인테리어로 인한 재정적 부담 없이,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며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이룰지에 집중하자는 김은득 목사의 뜻 때문이었다.
마가의 다락방, 솔로몬 행각 등에서 모였던 예루살렘교회처럼 김 목사 집에서 예배드리다 주일만 무료로 대여한 사무실에서 모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무실 1층에 있던 음식점 상호 ‘우미설렁탕’을 붙여 ‘우미설렁탕교회’라 불렸다. 그러다 상가 지하 50평 공간을 마련하면서 교회 이름을 투표해 지금의 ‘낮은자리교회’가 됐다. 김 목사는 이렇게 시작된 “낮은자리교회”라는 이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교인 각자가 교회 이름을 써서 투표했습니다. 제가 낸 이름도 떨어지고, 낮은자리교회가 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정신이 선명하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낮은자리교회는 변방, 낮은 자리에서 창조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뿐만 아니라 약자를 위한 교회, 지극히 작은 자를 예수로 보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이처럼 변방, 낮은 자리에서 시작했기에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 교회 내 모든 계급을 없애고 교회 다섯 가지 직능에만 충실하도록 조직했다. 상부가 아니라 하부에서 결정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사역에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활동하는 사람 중심으로 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가 모든 결정을 한 것이다.
실제로 교회 방향성에 위배되지 않고, 다른 위원회와 시간과 공간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위원회의 결정을 따른다. 예를 들면 최근 낮은자리교회 목회자들이 주기도문을 다시 번역했는데, 이 주기도문을 사용할지 말지를 예배위원회가 결정했다. 지극히 작은 자의 목소리를 청종하고 배려하는 것이 낮은자리교회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공동 목회와 평신도 목회초대교회가 사도들과 일곱 집사를 합력한 목회였던 것처럼 낮은자리교회 역시 목회자와 평신도가 합력하는 목회 형태를 띠고 있다. 김은득 목사는 낮은자리교회 개척 이전 2번의 공동 목회를 했었고, 낮은자리교회 역시 4명의 목회자와 공동 목회로 개척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목회자의 전문성 문제다. 김 목사는 산업사회 말기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기인데, 목회자만 전문성이 없다는 걸 깨닫고 예배, 교육, 친교, 사회 참여 등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목회자가 배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동 목회를 통해 자기 전문 영역을 가지면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여긴 것이다. 둘째,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목회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하나님 나라를 사랑하고, 실현시킬 사명이 있는 목회자들이 서열 경쟁하면서 미워하지 않고,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 목회가 필요했다. 셋째, 당시 신학생이 너무 많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신대원을 졸업해도 사역할 곳이 없는 목회 현실 속에서 공동 목회를 시대적 사명이라 여겼다. 넷째, 분립 개척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예루살렘교회와 안디옥교회처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분립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낮은자리교회는 목회자의 공동 목회뿐 아니라, 평신도 목회도 애를 쓴다. ‘울’이라고 하는 소그룹의 리더는 구성원을 돌보는 것은 물론,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한 주일예배 설교를 한다. 일곱 집사가 사도들의 사역을 감당했던 것처럼 평신도가 목회자처럼 사역하도록 한 것이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영성낮은자리교회는 “예수로 살고 예수로 죽겠다”고 결단하고 헌신했던 초대교회 그리스도인의 영성,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영성을 지향한다. 이는 낮은자리교회 성경 읽기에서 두드러진다.
첫째는 자기 비움의 성경 읽기다. “성경을 읽을 때 자기 비움, 자기 부정이 안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의 신학적 틀, 자본주의적 사고 방식을 벗어나지 않으면 성경 읽기가 자기 생각을 강화하는 수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말씀을 마음을 가난하게 하자 정도로 읽어 버립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가난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경이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으로 서서 예수님께서 우리 인생을 향해 하시는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둘째는 깊이 읽기다. 일주일 단위로 설교를 듣고 잊어 버리면 삶이 변하지 않기에 한 말씀을 지속적으로 묵상하며 매일 기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시 37:5-6)라는 말씀을 보면서 의와 공의는 하나님 나라 본질이고, 하나님 나라 운동은 하나님께 맡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깨달았다면, 이를 기반으로 “하나님 나라가 내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이 땅에 성취되게 하소서”라고 매일 기도한다. 1, 2, 3년 계속해서 매일 기도하면서 묵상하는 것이다.
셋째는 강학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한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논의한 것처럼, 말씀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편협하게 예수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확신을 기초로 한 교회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확신과 흔들림이 공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다른 사람이 아는 예수님을 만나 예수님을 믿지 않고, 몰랐던 나를 발견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예수님을 알고 싶다는 마음과 더불어 새로운 발걸음을 할 수 있습니다.”
넷째는 훈련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깨달았다면 반드시 움직이는 것이다. 자전거를 직접 타보지 않으면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것처럼, 하나님 말씀을 아무리 연구하고 깊이 있게 나눠도 이를 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음을 기억하며, 삶 속에서 말씀에 순종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굶는 사람, 집이 없는 사람, 실패한 사람이 굶지 않고 따뜻하게 잠을 청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십이조, 십삼조를 하면서 자기 십자가를 지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나누고, 훈련하며 그리스도 앞에 복종하게 하는 영성이 낮은자리교회 하나님 나라 운동의 시발점이다. 이는 한몸살이 은행, 한일살이 협동조합, 한밥살이 식당 등의 사역으로 이어진다.가난한 자가 없는 공동체낮은자리교회는 초대교회처럼 ‘가난한 자가 없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성도의 의, 식, 주, 품위, 문화를 교회 공동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성도가 안심하고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하나님이 아니라 맘몬을 섬기도록 종용합니다. 부를 축적해야만 살 수 있을 것처럼 만듭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성도 개인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건 물론 생존조차 어렵습니다. 교회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성도가 하나님 나라를 살아갈 수 있도록 의, 식, 주, 품위, 문화를 책임져야 합니다. 성도가 일용할 양식으로도 불안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 줘야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한밥살이’ 식당이다. ‘한밥살이’ 식당에서는 성도라면 누구나 돈을 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다.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교회 공동체로 인해 먹고사는 문제에 불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는 성도를 넘어 이웃을 향한 호의로 확장된다. “우리가 배부를 때, 당신이 굶주리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슬로건처럼 식탁 수익의 7%는 식사를 못하는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한몸살이’ 은행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 같은 가난한 자를 외면하지 않는 사랑의 문화를 보여 준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성도가 있으면 TF팀을 구성하고, 한몸살이 은행에서 무이자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다. 생계 문제로 꿈을 포기할 뻔한 연극배우가 계속해서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자영업이 꿈인 청년이 카페를 시작하도록 돕는다. 교회 공동체가 어려움에 처한 성도를 보호함으로 성도가 부를 축적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나눔은 교인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열려 있다. 한몸살이 은행 기금의 10분의 1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돈이 없는 성도가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하면, 교인 중 누군가 지정 헌금을 한다. 이는 교회 재정에 계수하지도 않고 바로 지정된 성도에게 간다. 궁핍하여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문화 생활을 하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낮은자리교회는 앞으로 요양 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끝까지 충성한 성도가 다른 요양 시설에서 혼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교회 공동체의 환대 속에서 천국으로 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교회에 속한 전문가와 함께 보험회사를 만들어 성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보장하는 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성도를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가난하지 않게 하는 공동체가 되고자 하기 위함이다.자발적 가난을 선택하는 성도‘가난한 자가 없는 공동체’는 역설적이게도 성도가 가난을 선택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행 2:44-45)라는 말씀이 선행돼야 “그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행 4:34)라는 말씀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은자리교회 성도는 가난하게 살 수 있는 인격을 추구한다. 부를 축적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책임지신다는 믿음으로 십일조 이상의 헌금을 한다. 어려운 이웃이 한몸살이 은행의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이 대출금의 50%를 책임진다. 집이 없는 이웃에게 방을 내준다. 실제로 김 목사 집에 세 가정이 산 적도 있고, 현재도 두 가정이 산다.
뿐만 아니라 ‘한일살이’ 협동조합에 가입해 삶의 터전에 대한 권리를 제한한다.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하나님 나라에 반하는 일을 제한하고, 하나님 나라에 합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기결정권의 49%는 교회 공동체, 2%는 목회자에게 이양한다. 법인세 1%를 내서 수입이 적은 사업을 지원한다. 더 많이 가지고 버는 것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뿐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의 법칙을 수행함으로 참 행복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는 빈부 격차로 다음 세대가 상처받지 않고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 각자 집에서 받는 용돈을 교회에서 모두 거둬 나이에 맞게 지급할 예정이다.
한편 교인들은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금요일마다 고기를 먹지 않고, 과도한 소비를 지양한다.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사지 않는다. 예를 들면 교인들은 여행을 갈 때면 캐리어를 사지 않고, 교회에 비치된 캐리어 5개 중 하나를 사용한다. 정기적으로 입지 않는 옷을 가지고 와서 나눠 입기도 한다. 또한 모피 코트를 입고 교회에 오는 걸 수치스럽게 여긴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는 낮은자리교회 성도들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밖 세상을 향하는 것이다. 이처럼 ‘가난한 자가 없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꿈꾸는 낮은자리교회 하나님 나라 운동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이 땅에 가난한 자를 외면하지 않고, 환대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확장되길 기대한다.
첫댓글 낮은자리교회~
교회이름처럼 작은자를 섬기며 환대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네요~
교회에서 하는 사역들이 너무 좋아요~
우리교회도 같은 사역들을 하고 싶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