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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소송 가운데 맨 먼저 한강 소송의 1심 판결이 났다. 사업을 중단시킬 만한 하자는 없다는 것이다.
4대강 문제는 원래 재판에는 맞지 않는 사안이다. 정부 정책이 사법부 검증을 거치는 일이 관행화되면 행정의 안정성이 흐트러진다. 이해당사자들은 툭하면 판사에게 정책 타당성을 가려달라고 들고 가게 된다. 공무원들은 아예 재판으로 갈 것에 대비해 방어적 정책을 세우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4대강은 재판으로 갔고 여기엔 정부 책임이 크다. 정책 결정 전에 비용편익분석을 거치고, 환경영향평가도 충실히 하고, 중간에 허겁지겁 수자원공사더러 채권 팔아 사업을 대신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없게 예산 계획도 단단히 짜놨더라면 재판받는 일은 안 벌어졌을 것이다. 뭣 하러 4대강을 한꺼번에 손을 대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도 없었다.
4대강 반대에 정치적 반대의 양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4대강 쟁점은 과학의 문제고 경제 평가의 문제여야 맞다. 현실에선 진영(陣營) 싸움, 정치 논쟁의 성격이 짙다. 반대 전문가 중엔 엄밀한 과학 분석 데이터를 내놓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4대강 때문에 배추값이 올랐다거나 보트 전복사고도 4대강 탓이라고 하는 식의 얘기는 정치 캠페인에 불과하다. 일단 정파 논쟁이 돼버리면 해소 방법이 없다. 서로 상대에게 설득당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 사람들끼리의 말싸움일 뿐이다.
그래서 도리 없이 재판까지 갔다. 자기들끼리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으니 판사보고 판정해달라는 것이다. 재판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쟁점을 숙고해보게 만들어주는 제도다. 쌍방은 순서에 따라 질서 있게 정제되고 연구가 된 발언을 할 수가 있다. 상대방 말을 끊고 끼어든다거나 하면 재판장한테 야단맞는다. 인신공격 같은 것은 통하지가 않고 TV토론처럼 순발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판사는 쟁점을 정리하는 능력에선 전문가들이다. 복잡하게 얽힌 단기 이익과 장기 이익을 구분해 최종 균형점이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직업적 훈련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그렇더라도 재판을 통해 논쟁이 해소되는 법은 별로 없다. 재판에서 졌을 때 마음에서 이긴 쪽 견해에 승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판사라고 확신을 갖는 것도 아니다. 판사들도 판단이 아리송하면 다수결로 결론을 내린다. 예를 들어 합의부 3명이 2대 1로 의견이 갈릴 수가 있고, 대법관 생각이 8대 5로 나뉠 수도 있다. 다수 판사의 견해가 소수 판사의 견해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재판은 어떤 매듭은 만들어낸다. 토론으로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해도 어떤 식으로건 사회의 집단의사를 확정시키게 된다. 재판 당사자들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제도적 약속을 하고 재판에 임한 것이다.
4대강 소송에선 그런 매듭의 의미도 찾기 힘들다. 성격상 4대강 소송은 2심, 3심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새만금 재판은 2001년 8월 재판이 시작돼 1심 3년 6개월, 2심 10개월, 3심 3개월, 합쳐서 4년7개월 걸렸다. 천성산은 2003년 10월 시작돼 1심 6개월, 2심 7개월, 3심 1년7개월, 도합 2년8개월이다. 4대강도 2심, 3심을 거치려면 최소 6개월은 더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내년 장마 전에 보(洑)와 준설공사를 끝낸다고 하고 있다. 이 재판이 쌍방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어떤 매듭을 거둘 수가 애당초 없다. 재판으로 봐서는 참 허망(虛妄)한 재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