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95편
이규는 박도를 들고 이운에 맞서 싸웠다. 두 사람이 대로변에서 5~6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주부가 박도를 들고 가운데 끼어들어 소리쳤다.
“그만 멈추시오! 내 말 들어 보시오!”
두 사람이 싸움을 멈추자, 주부가 말했다.
“사부님은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제자가 과분한 사랑을 받아 창봉도 배웠는데, 은혜에 감사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저의 형 주귀가 양산박에서 두령이 되어 지금 급시우 송공명의 명을 받고 이규 형을 보살피러 왔는데, 싸우지도 않고 관아에 잡혀 가게 둔다면, 형이 돌아가서 어떻게 송공명을 볼 면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수단을 쓰게 된 것입니다.
좀 전에 이규 형이 사부님까지 죽이려고 한 것을 제자가 겨우 말려, 병사들만 죽였습니다. 저희들은 본래 멀리 도망가려고 했는데, 사부님이 필시 추격해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부님께서 평소 베풀어주신 은혜를 생각해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부님은 세밀하신 분이라 잘 아실 겁니다. 지금 많은 인명을 잃고 또 흑선풍을 놓치고서 무슨 면목으로 현령을 만나시겠습니까? 만약 이대로 돌아가시면 반드시 처벌을 받으실 것이고 구해 줄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저희와 함께 산으로 올라가 송공명에게 투신하고 입당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운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를 받아주려 할까?”
주부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은 산동 급시우의 큰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그는 오로지 어진 사람을 불러들이고 천하의 호걸들과 친교를 맺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운은 탄식하며 말했다.
“이제 나는 집이 있어도 갈 수 없고, 나라가 있어도 의지할 수 없는 신세가 됐네. 가족이 없으니 관아에 잡혀갈 걸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냥 자네들을 따라가면 그만일세.”
이규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진즉에 말씀하시지!”
이규는 이운과 화해했다. 이운은 가족도 없고 가산도 없어, 세 사람은 곧바로 수레를 뒤쫓아 갔다. 중도에 주귀가 세 사람을 맞이하며 기뻐하였다. 네 사람은 수레를 따라갔다. 양산박 가까이에 다가가자, 마린과 정천수가 마중을 나와 말했다.
“조두령과 송두령이 우리 두 사람을 내려 보내 자네들 소식을 정탐하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우리는 먼저 가서 보고하겠네.”
두 사람은 먼저 보고하러 산으로 올라갔다.
다음 날, 네 사람은 주부의 가족을 데리고 양산박으로 올라가 취의청으로 갔다. 주귀가 앞으로 나서 먼저 이운을 인사시키고 말했다.
“이 사람은 기수현의 포교 이운이며 별호는 청안호입니다.”
다음으로 주부를 두령들에게 인사시키고 말했다.
“이 사람은 저의 친아우 주부이며 별호는 ‘웃는 얼굴의 호랑이’ ‘소면호(笑面虎)’입니다.”
이규가 송강에게 절을 하고 쌍도끼를 돌려받으며, 어머니를 업고 기령으로 갔다가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일과 호랑이 네 마리를 죽인 일을 얘기했다. 그리고 강도질을 하던 가짜 이규를 죽인 일을 얘기하자, 두령들은 모두 크게 웃었다. 조개와 송강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맹호 네 마리를 죽였는데, 오늘 산채에는 살아 있는 호랑이 둘이 늘었으니, 축하해야겠다.”
두령들은 기뻐하면서, 양과 말을 잡아 연회를 열고 새로 온 두령들을 축하했다. 조개는 두 사람을 백승의 윗자리에 앉게 했다. 오용이 말했다.
“근래에 산채가 번성하여 사방에서 호걸들이 바람에 쓸려오듯 오는 것은 모두 조두령님과 송두령님 덕분이고 또한 형제들의 복입니다. 우선 조귀는 다시 동쪽 주점을 맡고 석용과 후건은 불러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주부의 가족은 따로 집을 주어 살게 해야 합니다. 지금 산채의 사업이 커져서 예전과는 다르니, 주점을 세 군데 더 열고 사정을 탐지하며 왕래하는 호걸들을 산으로 불러들이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만약 조정에서 관군을 파견하면 어떻게 진군하는지를 보고하게 하여 그에 맞게 준비해야 합니다.
산의 서쪽은 땅이 넓으므로 동위·동맹 형제가 10여 명의 수하들을 데리고 주점을 열게 합니다. 이립은 10여 명의 수하를 데리고 산 남쪽에 주점을 열고, 석용은 10여 명의 수하를 데리고 산 북쪽에 주점을 열게 합니다. 그리고 모두 물가에 정자를 세우고, 신호 화살을 쏘면 배가 접응하도록 하여 긴급한 군사 정보가 있으면 빨리 알리도록 합니다.
산 앞에는 관문 세 개를 설치하고, 두천이 총괄하여 지키게 합니다. 다른 곳에 병력이 필요하더라도 함부로 파견해서는 안 되며, 아침저녁으로 자리를 떠나게 해서도 안 됩니다. 도종왕을 감독관으로 임명하여 기존의 수로를 정비함과 동시에 새로운 수로를 파서 물길을 열고 굽은 성벽을 정리하며 산 앞의 대로를 닦게 합니다. 그는 본래 장원 관리인 출신이라 수리를 잘 합니다. 장경은 창고를 관장하여 출납을 관리하고 재물의 목록을 작성하게 합니다. 소양은 산채 안팎과 산 위아래, 세 관문의 이동에 관한 문서와 대소 두령들의 번호를 작성하게 합니다.
김대견은 병부와 도장, 명패 등을 새기게 하고, 후건은 의복과 갑옷, 깃발 등을 만들게 합니다. 이운은 가옥과 군사 시설을 축조하게 하고, 마린은 크고 작은 배들을 건조하게 합니다. 송만과 백승은 금사탄에 방책을 쌓고, 왕영과 정천수는 압취탄에 방책을 쌓게 합니다. 목춘과 주부는 산채의 돈과 식량을 관리하고, 여방과 곽성은 취의청 양쪽 방에서 호위하고, 송청은 연회를 주관하게 합니다.”
임무를 배정하고, 사흘간 연회를 열었다. 양산박은 그날 이후로 별다른 일 없이, 매일 인마를 조련하고 무예를 연습했다. 수채의 두령들도 배 몰기, 헤엄치기, 배 위에서 싸우기 등을 연습했다.
어느 날, 송강이 말했다.
“우리 형제들이 이제 모두 모여 대의를 함께 행하기로 했는데, 공손승만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계주에 가서 모친과 스승을 뵙고 돌아오는 데에 백일을 기약했는데, 지금 기한이 지났는데도 소식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 신의를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번거롭지만 대종 형제가 가서 소식을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대종이 가겠다고 하자, 송강은 기뻐하며 말했다.
“아우는 걸음이 빠르니 열흘이면 소식을 알 수 있겠지.”
대종은 두령들을 작별하고 관군으로 변장하여 산을 내려가 계주를 향해 떠났다. 네 개의 갑마를 다리에 묶고 신행법을 써서 달려갔다. 도중에 차와 채식만 하고, 사흘 만에 기수현에 당도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지난번에 흑선풍이 달아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포교 이운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대.”
대종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다시 달려가고 있는데, 멀리서 한 사람이 손에 붓대처럼 생긴 필관쟁(筆管鎗)을 들고 오고 있었다. 그는 대종이 빨리 달리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신행태보!”
대종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보니, 산언덕 아래 좁은 길옆에 덩치 큰 사내가 서 있는데 머리는 둥글고 귀는 컸으며 코는 곧고 입은 네모지고 미목이 수려했다. 대종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장사는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내 별호를 아시오?”
사내가 대답했다.
“정말 신행태보이셨군요!”
사내는 쟁을 버리고 땅에 엎드려 절을 했다. 대종도 황망히 답례하고 물었다.
“족하는 뉘시오?”
“저는 양림(楊林)입니다. 창덕부 사람이고 오랫동안 산적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강호에서는 저를 ‘표범 같은 사나이’ ‘금표자(錦豹子)’라고 부릅니다. 몇 달 전에 노상 주점에서 우연히 공손승선생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시다가, 양산박의 조두령과 송두령이 인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의기가 투합하여 서신을 한 통 써 주면서 산채로 가서 입당하라고 했는데, 함부로 들어가기를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공손선생이 또 말하기를, 이가도 입구에 주귀가 주점을 열고 산채에 올라가 입당하려는 자를 인도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산채에 나는 듯이 소식을 전하는 신행태보 대종이라는 두령이 있는데 하루에 8백 리를 간다고 했습니다. 지금 형님의 걸음이 비상하여 한번 불러본 것인데, 뜻밖에 정말 형님이었습니다. 이는 천행입니다.”
“공손선생이 계주로 간 후로 소식이 없어, 조두령과 송두령의 명을 받아 계주로 가서 소식을 탐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