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9월의 태양이 부산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8월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얼굴 단장을 하느라 비구름 속에 숨어 출현이 늦었던 것일까? 어쨌든 지난 주의 잦은 비 끝에 만나는 태양이 반갑다. 오전 7시를 향해 가는 시간 부산은 광명천지다.
지난 한 달 동안 한시적으로 밀고 당겼던 훈련장 집합 시간도 원래대로 되돌렸다. 오늘 아침 성지곡 광장 집합은 오전 6시 30분이다. 간밤에 옥상 정자에서 잠을 잔 나는 아내의 도움으로 6시에 기상했지만 지각을 피하지 못하고 30분이나 늦게 추자골에 도착했다.
지난 주에 증세를 보인 목감기 치료를 위해 어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1주일치 약을 받아온 터라 오늘은 수원지 산책이나 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먼저 와서 벌써 몇 바퀴째 수원지를 돌고 물을 찾아 마시는 회원님들을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현장 목격의 효과가 작용하여 덕분에 조깅 모드로 수원지를 세 바퀴 돌았다. 달리기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상의를 갈아입다 보니 가슴팍에 수십 개의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더 긴 거리와 시간을 달렸더라면 옷의 천으로 스며들었을 땀이다. 주말 한가한 시간에 집에서 소일하다 보면 몸이 찌뿌둥해 걷는 것조차 힘들다가도 마라톤 복장을 하고 훈련장에 나와 달리다 보면 조금씩 불편했던 관절이나 근육들이 거짓말 같이 멀쩡해 달리는 주인에게 아픈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픈 자기를 위해 움직여 주는 주인에게 고마워하는 것 같다.
오늘은 6명의 회원이 출석하였다. 다섯 명(회장, 달리마, 꾸니, 고무신, 태암)은 수원지를 돌고, 오궁 샘은 홀로 오행약수터까지 다녀오셨다. 나도 지각을 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오궁 샘과 동행을 했을 것인데 아쉽다. 다음 주 일요일에는 지각도 하지 않고 컨디션을 회복하여 오행약수터까지 가서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는 이호우 시조시인의 '살구꽃 핀 마을'도 음미해 보고 싶다.
오늘 아침식사는 <초읍밀면>에서 해장국으로 단일화하여 먹었다. 발바닥 부상에서 회복중인 고무신 샘이 훈련장 복귀를 신고하며 식사비를 계산해 주셨다.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우리들이니 회복되지 않을 아픔이 어디 있겠는가? 치유 기간 동안 잠시 불편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자제해야 할 뿐이다. 고무신 샘도 그렇고 9월과 10월 김해와 경주 마라톤에 출사표를 던진 가야지 회원님들의 건투를 빈다. 모두 나비처럼 가볍게 달려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六員走事
夏末秋初雨天頻
白楊山谷水豊年
向池溪流造白瀑
響徹山谷蕩蕩流
水源堤防懷入水
下腹緊繃黃牛撑
伽倻六員拭湧汗
兩脚活動鐵脚走
여섯 회원이 달렸네
여름 끝자락 가을 초입에
비 오는 날이 잦더니
백양산 골짜기도
물풍년이다.
수원지로 향하는 시내는
하얀 폭포를 만들고
산골짜기를 울리며
힘차게 흐른다.
수원지 둑은
흘러 들어오는 물을 품느라
아랫배에 잔뜩 힘을 넣어
황소처럼 버티고 섰고
가야지 여섯 회원은
샘솟는 땀을 훔쳐내며
두 다리를 재게 놀려
무쇠 다리처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