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스님의 불교수업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
원영스님 지음
- 인생은 괴로움이야
인간은 고통이 찾아오면 고통의 원인을 대부분 밖에서 찾으려고 한다. 어떨 때는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 근심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다. 우리말에 "여든에 죽어도 구들동티에 죽었다한다지."라는 속담이 있다. 아주 나이가 많아 돌아가실 때가 되어 자연사했는데도, 정작 본인은 누군가 방구들을 잘못 건드려서 동티가 나서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당연한 일인데도 무언가 핑계와 원a망할 대상을 찾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쉽사리 원망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오죽하면 "나막신 신고 돛단배 빠르다."라고 할까. 자기가 뒤떨어진 것은 생각 못하고 남이 빨리 나아가는 것만 원망한다는 의미다. 그런 중생들과는 달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괴로움'을 '괴로움의 세계'인 바깥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내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불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된 이유다.
- 잘못된 선택이 낳은 과보
집성제의 핵심은 괴로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나의 상태를 명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고성제의 요점이라면, 괴로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집성제의 요점이다. 자신이 아파야 병이 난 줄 알고, 병이 난 원인을 알아야 병을 고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해 버리고, 병이 난 것 같은데도 외면해 버리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마음도 그렇다. 마음 아픈 것이 사랑하는 이에 대한 나의 집착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하염없이 아플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집착이 만들어낸 고통임을 똑바로 알아야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할 것 아니겠는가.
- 세상의 이치를 꿰뚤어 알면
나는 가끔씩 편안하게 돌아갈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갈 곳이 있고, 돌아가면 맞이해 줄 따뜻한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출가하여 늘 개인적인 삶을 추구했기에 그런 인연을 별로 지어놓질 못했다. 하여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지탱하며 홀로 걸어간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의 가르침이 좋다. 특히나 인연 화합의 원리는 지구 끝 제아무리 먼 곳으로 달아나 숨으려 해도 끝내 빚 독촉하듯 인과의 결과를 눈앞에 들이댄다. 그 무서운 '연기(緣起)'의 법칙이 참으로 싫지만, 외려 그래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