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간은 쌉쌀봉하게 해라.
음식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 어릴때 부터 늘 어머님께서
물김치 담을 때 간 맞추는 걸 일러 주실때마다
'찍어먹어봐라 쌉쌀봉하게 해라',,,,,,하셔서 기회가 되면 한번
그 음식간에 대해서 한번 쓰고 싶었는데
간 맞춤은 1%의 영감과 99%의 경험에 의해 터득 된다는 생각을 하던 중
이 번 요리 이벤트에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일러주신 열무김치 흉내를 내는데
배운대로 잘 전달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맨홀 뚜껑처럼 생긴 나무로 된 덮게와 옹기 김치통,
거의 한 겨울 빼 놓고는 어머니께서는 하루에 한번씩 김치를 담그셧지요.
더 시지도 설지도 않은 김치맛은 지금 생각하면 날씨에 따라
밥솥전에서 가까워 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면서 온기를 맞추셧고
한여름엔 시원한 두레박 샘으로 내려갔다 올라왔다 하면서
냉기를 맞추셧습니다.
지금 인공지능이라고 이쁜색시들이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선전하는
냉장고보다 김치맛이 더 변함없이 한결같았습니다.
부모님을 모시는 어머니의 효성이기도 했지요.
말씀은 쌉쌀봉(짜지도 싱겁지도 그렇다고 간이 안맞으면 안되는
그,,,,,측정할 수 없었던 소금간)하게 해라 하셨지만
사실 열무가 맨날 그 열무여야 말이지요 ㅎㅎㅎ,
이파리 두개 난 열무,
세 이파리 나온열무,
통통하면서도 보들보들한 콩밭열무,
날씬하게 쭉쭉뻗었지만 악센 양지바른 모래땅열무,
가을 선선한 바람에 자란 오동통한 김장솏음 열무
섟어 담는 얼갈이 열무김치.......
손에 잡히는 열무의 촉감과 열무의 생김새에 따라서 그 예측할 수 없는
어머님의 손맛 쌉쌀봉은 백프로 테크닉 일 수밖에.....
날콩가루를 섞어서 만든 칼국수 국물에 몇 년씩 간수를 빼서
또 몇 년을 미뤄 먹는 왕소금으로 간을 해서 풋고추 숭숭 썰어넣고
고추가루는 오다가다 하나씩 샤워하게 담아도 그 그윽하고 시원하던
애기 열무김치...
햇보리쌀 빡빡 닦아서 푸욱 삶아 한소쿠리 건져놓고
받힌 보리삶은 물에 불긋불긋한 고추 한사발 마늘 섟어
절구통에 득득 갈아서.....가을솎음 얼갈이에 켜켜 뿌려 둿다가
아침에 뒤집어 쌉쌀봉하게 간 맞췃다가 먹는 김치,
지금은
그 소금도 아니고,
그 밀가루도 아니고,
그 보리쌀도 아니고,
더구나 그 열무밭에 불던 맑은 공기도 아니어서 그렇게 담백하고 구수한
김치는 이제 꿈에서만 그리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보리, 날콩가루. 밀가루 찹쌀(찰밥) 매실액기스
평소엔 배즙이나 사과즙도 넣는데..여동생 집이라 재료가 모두 준비되지 못했습니다)
제 딴엔 신경쓴다고 담는 물김치에는
강판에 무우 한두개 박박 밀어서 베보자기에 싸서 무우즙을
내서 붓고 열무김치에는 마늘 생강 최대한 적게 넣고
그래서 어머님처럼 맛있게는 못해도 십분에 일.....흉내라도
내고 살려고 노력은 해봅니다.
물론 소금간은 여전히.....쌉쌀봉하게 합니다.
( 생강, 마른고추가루. 생고추. 청양고추. 양파. 쪽파. 무우[즙만사용]
기호에 따라 새우젓이나 멸치젖깔을 넣기도하는데 ..충청도가 고향인 저희들은
담백하게 그냥 담습니다. )
잘 아는 새색시에게
물김치 담는 설명 장황하게 해 놧더니
'언니 먼 물김치 담는것이 그렇게 복잡해요?'
"풀물에 간 맞춰서 좌르르 들어부엇다가 하루 지나거든 먹어요,
먼 음식을 맛으로만 먹겟나 사랑이 있으면 저절로 맛나지 머~"
말은 그렇게 했습니다.
(생고추가 빛깔이 곱기는 하지만...마른고추가루가 들어가야 칼칼하더라구요.
추가되는 양념은..집에 있는대로)
완성품입니다.
보리밥도 비벼드시고...열무국수도 말아 드시고.
고구마도 쩌서 같이 드시면 좋아요.
첫댓글 어머니께선 늘 보리쌀 삶은 물과 칼국수 국물을 보관했다가 섞어서 김치를 담으셨습니다. 집에서 저는 각종 가루를 섞어서 냉동실에..보관했다가
조금씩 죽을 쑤어서 사용합니다. 무우를 강판에 갈아야 즙을 내기가 좋습니다.
아직 김치를 담가본적이없어요~~~
정말....맛있어보여요^^
이곳에 계시다보면 김치는 간단히 담으실 수 있을거에요
고맙습니다.
어머니 생각 하시면서 담그신 열무김치 맛보고 싶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장소녀님의 활발한 카페 활동을 여기저기서 항상 발견하네요
부지런하신 모습에 저의 귀감이 되십니다. 감사합니다
글도 어쩜 그리 맛깔나게 쓰셨는지요. 글만 읽어도 쌉쌀봉한 김치 국물 맛이 느껴집니다. 국수삶은 물 조차도 아껴 쓰시던 어머님의 손끝 맵시가 이정숙님에게로 고스란히 내려온 듯 하네요.
어머니...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더욱 감사함을 알게 되는 미련한 딸입니다.
저에게 저렇게 열무김치 담가 주시며 키워주신 어머님께서 지금 병원에 계세요.보리쌀 삶아서 열무김치 담가서 가져가면 입맛 없으신 어머님께서 식사를 하실지 모르겠네요.제 고향 대전에서도 부뚜막과 우물물로 온도를 맞추셨지요.아련한 추억이네요.,
지난 가을에 아버지까지 잃고나니 울타리가 모두 무너진 황량함에 마음이 허허롭습니다.
어머니 편 찮으시니 얼마나 힘드세요. 쾌차를 빕니다 지영님...힘내세요
아련한추억의 어머님손맛김치 맛있겠습니다. ^^
가능하다면 이번 정모에는 한번 참여하고 싶은데...소망해봅니다.
오랫만에 엄마표김치를 보내요
콩가루 사용하는것은 알았지만 칼국수 국물과 보리쌀 물사용하는것은 처음알았네요.. 주말에 얼갈이와 열무섞에 김치 담으려는데 저도 한번 칼국수 국물과 보리쌀물을 사용해보아야겠네요
ㅎㅎ 칼국수집 것절이는 칼 국수 육수로 해요
제가 아는분 같은데요
혹 뮤ㅇㅇ 모르시나요?
이름과 글 솜씨..
울 원에 오식?..
혹 아닌가?
그래도 방가워요
저도 고향은 충북..
잘 배웠네요
반가워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