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의 좌우명은 ‘애지愛知’, 즉, ‘지혜사랑’이며, 나는 {애지}를 창간하면서 우리 한국인들의 백만 두뇌를 양성하고, 우리 한국인들을 사상가와 예술가의 민족, 즉, ‘고급문화인’으로 인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가 있다.
한국의 호머, 한국의 셰익스피어, 한국의 괴테, 한국의 보들레르, 한국의 랭보, 한국의 칸트, 한국의 니체, 한국의 마르크스, 한국의 뉴턴, 한국의 아인시타인, 한국의 막스 플랑크 등을 비롯하여 한국의 알렉산더 대왕과 한국의 나폴레옹 황제가 쏟아져 나온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전인류의 문화중심지로서 영원한 제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교육은 천재생산의 교육이며, 수많은 천재들을 생산해낸 국가는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 그리고 오늘날의 프랑스와 독일과 미국처럼 영원한 선진국가라고 할 수가 있다. 천재란 신이 창조해낸 존재이며, 그 예언자적인 지성으로 모든 사건과 현상들을 설명하고, 그 사상과 이론에 따라 우리 인간들을 인도해가는 전인류의 스승이라고 할 수가 있다. 플라톤의 이상국가, 데카르트의 사유의 제국, 칸트의 도덕국가, 마르크스의 공산국가 등이 바로 그것을 증명해준다.
천재는 풀이며, 풀꽃이고, 자기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며, 이 세상을 푸르고 푸른 초원으로 만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것은 나태주 시인의 인식의 방법이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것은 나태주 시인의 사유의 방법이다. 자세히 보아야 그것이 예쁜지, 아닌지 알 수가 있고, 오래오래 보아야 그 대상을 제대로 알고 사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임마뉴엘 칸트 식으로 말하자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것은 ‘인상의 수용성’에 해당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것은 ‘사유의 자발성’에 해당된다. 인상의 수용성이란 외부의 대상을 인식하는 것을 말하고, 사유의 자발성이란 그 대상을 수용하고 그 대상에 이름을 부여하는 ‘명명의 힘을 말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전국민의 애송시이며, 우리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단 삼 행의 시에 불과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의 성과이며, 특히 마지막 시구인 “너도 그렇다”는 이 [풀꽃]을 [풀꽃]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가 있다. ‘너’는 단순한 ‘너’가 아니고 무수한 ‘너’이며, 어느 누구 한 사람도 빠질 수 없는 전체 인류라고 할 수가 있다. 수많은 너는 풀이고, 풀꽃이며,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을 통해서, 더욱더 새롭고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나갈 ‘우리들 모두’이기도 한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너무 흔하디 흔한 존재이지만, 그 흔하디 흔한 만큼 가장 성스러운 존재라고 할 수가 있다. 오랜 가뭄에도 풀은 공부를 하고, 오랜 장마철에도 풀은 공부를 한다. 찬바람이 불고 된서리가 내려도 풀은 공부를 하고, 그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도 풀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으로 공부를 한다.
풀은 공부를 하고, 풀은 꽃을 피운다. 풀은 지혜를 사랑하고, 우리 한국인들도 지혜를 사랑한다. 풀꽃은 지혜의 꽃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꽃은 ‘지혜의 꽃’이라고 할 수가 있다.
나의 영원한 스승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우상의 황혼}에서 이렇게 역설한 바가 있다.
괴테는 내가 존경하는 최후의 독일인이다. (...) 사실 내 글이 내 조국에서보다 더 잘 못 읽히는 곳은 없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오늘날 읽혀지기만이라도 바라고 있는지 어떻게 아는가? 시간의 이빨에 견뎌내는 것들을 창조해내는 것, 형식과 실질에 있어 하나의 조그만 불멸성을 추구하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이하의 것을 요구할 만큼 겸손해 본적은 한 번도 없다. 그 아포리즘과 경구: 그 방면에서 나는 독일인 최초의 대가이거니와 그것들은 영원성의 형식이다. 나의 양심은 다른 사람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말하는 것을----다른 사람들이 한 권의 책으로도 말하지 못하는 것을----열 개의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인류에게 가장 심오한 책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제공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