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구속사 강해
이스라엘 군대의 승리에 담긴 구속사적 의미
하나님은 애굽에 내리신 9차례의 재앙을 통해 이스라엘의 진정한 주인임을 증거하셨고 반면에 바로는 재앙이 거듭될 때마다 패색이 짙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자신의 권세와 이권을 지키기 위해 애굽을 파탄으로 몰고 갔다.
1. 이스라엘 군대의 승리
이즈음에 하나님은 마지막 재앙을 애굽에게 내리시겠다고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이제 한 가지 재앙을 바로와 애굽에 내린 후에야 그가 너희를 여기서 보낼지라 내가 너희를 보낼 때에는 여기서 정녕 다 쫓아내리니 백성에게 말하여 남녀로 각기 이웃들에게 은, 금 패물을 구하게 하라"(출 1:1-2). 말씀을 마치신 후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애굽 사람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게 하셨고 또한 모세는 애굽에서 바로의 신하와 백성에게 크게 보이게 해주셨다(출 1:3).
이로써 이스라엘은 애굽에서 빈손으로 나오지 않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애굽 사람들로부터 은, 금 패물을 구하게 하셨는데 이것은 전쟁에서 승리한 군대가 전리품을 얻는 것을 상징한다. 이는 하나님과 바로와의 전쟁이 전리품을 얻고 있는 하나님의 승리로 끝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군대로서 이 전쟁에 참여했지만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하나님께서 바로와 그 세력을 어떻게 제압하시는가를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하나님의 군대로 세움을 받은 바 있다(출 7:4). 따라서 승리한 군대의 군사로 전리품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스라엘이 애굽으로부터 나올 때 많은 재물을 이끌고 나온다는 것은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정녕히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 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게 하리니 그 섬기는 나라를 내가 징치할지며 그 후에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창 15:13-14)고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언약이 성취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은 언약을 성취하는 여호와인 것을 증명하실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준행하는 분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신 것이다.
여러 차례의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는 이스라엘을 여전히 자신의 소유로 삼기 위해 하나님을 거역해왔지만 처음부터 바로는 하나님의 상대가 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모세는 바로에게 찾아가 최후 통첩을 고하기에 이르렀다(출 11:4-8). 모세는 하나님께서 바로와 애굽 사람들의 모든 장자와 모든 생축의 처음 난 것들을 죽이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모세가 바로에게 경고한 9차례의 재앙이 하나도 어긋남 없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바로였으나 모세의 마지막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최후 결전의 대상으로 바로와 그 백성들의 장자를 죽이시는 것으로 결정한 것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장자는 한 가문의 기력(氣力)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바로의 장자는 애굽의 기력을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자를 치신다는 것은 애굽의 기력을 치심을 의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애굽의 근본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다. 애굽의 장자들이 죽는다는 것은 애굽의 결정적인 패배를 상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 전쟁은 사탄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상 나라와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하나님 나라와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제 장자를 치시는 것은 처음 지팡이로 뱀을 만드는 이적의 최종적인 결정판인 것이다. 이것은 사탄의 세력이 철저하게 하나님 앞에서 무너짐을 의미한다. 사탄은 결코 하나님과 동등한 세력이 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백성을 자기의 수하에 가두어 두기 위해 바로로 상징되는 애굽이라고 하는 세력으로 그들을 가두어 두고자 했다. 사탄의 목적은 하나님의 백성이 가나안에 돌아가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을 방해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사탄은 자신의 근본 세력이 하나님의 심판으로 말미암아 무너지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유월절은 하나님의 말씀에 거역하고 반역한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진행된 재앙 역시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점차 그 농도가 짖어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탄이 끝까지 승복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일을 늦추기 위한 소모전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러한 사탄의 저항은 하나님의 군대인 이스라엘로 하여금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군대로서 마침내 승리하고 그 전리품을 얻기에 이른 것이다.
2. 아브라함 언약 안에 있는 이스라엘 군대
여기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군대로서 자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구속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나님께서 쉽게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불러내시지 않고 그들의 정체성(identity)을 확인할 수 있도록 10가지의 재앙을 내리신 것은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군대를 성숙하게 하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애굽에 내려진 재앙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각성을 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하나님의 군대로서 거룩한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장차 가나안에 들어가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을 재확인할 뿐 아니다 아브라함의 언약이 자기들의 손에 의에 성취된다는 시대적인 요청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언약을 체결하시면서 "너는 정녕히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 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게 하리니 그 섬기는 나라를 내가 징치할지며 그 후에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창 15:13-14)라고 약속해 주셨다. 이제 그 약속이 성취된다는 것은 하나님의 군대로서 이스라엘이 충분히 성숙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들이 아브라함의 언약에 친히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증표가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이스라엘의 장자들은 마지막 재앙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다. 그들이 모든 사람과 생축의 처음 난 것들이 죽임을 당하는 그 상황에서 죽지 않고 살리움을 받는 근거는 이제 유월절 사건에서 명확하게 제시된다(출 12장). 이것은 사탄과 그 추종자들인 세상 나라의 심판에서 하나님의 백성은 그 심판을 면한다는 외형적인 증표로 나타나는데 그 근거로 제시된 것이 유월절 양의 피였다.
유월절 양의 피를 예표하는 사건은 이삭을 제물로 바친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이삭은 아브라함의 유업을 이을 실질적인 장자였으며 하나님은 이삭을 대신해 모리아 산에서 양을 제물로 받으셨다(창 22:13). 당시 자식을 신에게 제사로 드리는 관행에 익숙해 있는 아브라함으로써는 이삭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시는 하나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고 이삭을 언약의 계승자로 세우시기 위해 이삭 대신 양을 받으시는 대속의 의미를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이제 이스라엘의 장자들이 죽임을 당하지 않고 유월절 양으로 대신하는 신학적 근거가 된다. 나아가 유월절 사건은 언약에 참여하는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을 위해 대신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에 대한 신학적 근거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 기독신학공동체 원문보기 글쓴이: 송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