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들은 얼마나 사시다 가셨나
*. 나는 얼마나 지구를 살다 갈 것인가
금년 들어 나이 80 이 내일 모래라는 것이 사실로 다가오니 새해를 맞는 것이 두렵다. 오늘과 올해는 내일보다, 내년보다 내가 가장 건강하고 활기 있는 날이며 해임을 깨달아서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 이 지구상에 머물다 갈 것인가.'가 지금의 나의 화두(話頭)가 되었다.
창녕성씨 족보를 찾아보니 우리 고조부모가 73세/ 53세, 증조부모가 56세/37세, 조부모가 54세 /89세, 부모가 64세 /62세를 살다 가셨으니 가장 오래 사신 고조 할아버지보다 5살이나 나는 더 오래 살고 있고, 현재 한국 남정네 평균수명인 78세를 살고 있으니 말을 방정 맞게 먼저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노인들과 산이나 관광을 다니다 보면 두 부류의 늙다리들을 만나게 된다.
'이 나이에 무엇하러 정상 아니면 힘든 그 곳까지 고생하며 가느냐'는 측과 '요번에 안 가면 다시는 또 올 수 없고 갈 수없는 곳이니까 가야 한다.'는 측이다.
나는 후자의 편에 서고 싶다. 늙다리가 돼서 부여 받은 그 많은 시간을 새로운 도전의 세계로 책찍질하여 몰아 가며 쓰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노인들의 최고의 병폐는 '이 나이에~'하며 모든 것을 귀찮아 하는 습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오늘은 선인들의 장수(長壽)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말해 보려 한다.
건강수명의 장수는 인간이면 누구나 바라는 제1순위의 소원일 테니까.
*. 조선 27대 왕 중에 장수한 왕들
한국을 대표하는 위인들을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화폐에 나온 분들에서 찾아서 돌아가신 나이 순서별로 살펴보았다.
그 나이는 만(滿)으로가 아니라 당시의 조선 시대 사람들이 쓰던 당(當)으로 따진 개념이다.
-1,00원 권 퇴계 이황(70세), 5,000원 권 율곡 이이(49세), 1만원 권 신사임당(48세), 500원 동전 이순신 43세 전사)
로 이황 선생을 빼면 모두가 다 70세 이하로, 이분들에 비하여 나는 장수하는 편이다.
조선 27대 왕들은 얼마나 사시다가 승하(昇遐)하셨을까 하고 조사해 보았더니
-가장 장수한 왕 영조는 83세, 다음 태조 74세, 고종 68세, 광해군 67세, 정종 62세, 숙종 60세
로 80 대, 70대 각각 1명씩, 60대 3명으로 회갑 나이 60 살 이상 사신 왕이 여섯 분 뿐으로 22%에 불과하니 현재의 나보다 오래 사신 분은 오직 영조 한 분 뿐이다.
이렇듯 당시 조선 왕 27명의 평균 수명은 46.1세였다.
*. 운동 부족한 왕들
조선 왕들이 조선 최고의 의료시설과 당대 최고의 명의(名醫)라는 어의(御醫)를 두고도 이렇게 단명(短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조선 3대 태종(太宗)과 명의(名醫) 양홍달(楊弘達)과의 주고 받은 이야기가 있다.
" '나는 지금 나이 서른 여섯이다. 이전에는 종기(腫氣)를 앓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는 종기가 열 번이나 났다.' 하고 어의(御醫) 양홍달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상감마마께서는 깊은 궁중에만 머물러 있고 외출하지 아니하여 기운이 막혀 그런 것입니다. 이런 증상에는 운동을 겸한 온천욕(溫泉浴)이 좋습니다'라고 하였다." - -'태종실록' 권4,
어의 양홍달은 왕의 물음에 정확히 진단하여 답변한 것이다.
그래서인가, 태종, 세종, 세조, 선조 등 역대 왕들은 눈병이나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혈액 순환과 피부 질환에 좋다는 온천행을 즐겨 하였다. 경거망동(輕擧妄動)할 수 없는 왕들에게는 온천욕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루한 유학자인 신하들은 왕의 행차로 인한 백성들에게 끼치는 피해와 막대한 비용을 들어 극구 만류하였다. 온천욕이 피부질환에 해롭다는 그릇된 편견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 대신 독서, 저술활동이나 화살 같은 막대기를 병에 던져 넣는 투호(投壺)나 격구(擊毬) 등을 권하였다.
*,.조선 왕들의 호색(好色)과 수명
혹자는 왕들의 지나친 호색(好色)에 그 탓을 돌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조선시대 왕들은 조선 8도에서 진상하는 산해진미의 진수성찬(珍羞盛饌)을 먹으며, 화려하고 장엄한 궁궐에 살면서 조선 최고의 미녀인 왕비, 후궁, 궁녀 등을 거느리고 하고자 하는 바는 하지 못할 것이 없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절대 권력자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왕들은 걸어가야 할 곳도 가마를 타고 다니면서 반듯이 해야 할 운동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조선 역대 왕 중에서 3대 태종( 56세 졸)과 9대 성종( 60세 졸)은 왕비와 후궁을 12명이나 거느거 살았는데도 당시로는 다른 왕보다도 장수한 편이었다.
왕비(王妃)들의 평균수명도 50세였다는 것은 조선 왕의 평균수명인 46.1세에 비해서 보면 꼭 왕의 수명을 호색(好色)으로만 매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호색이 사망원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왕들도 있긴 하였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27대 왕중에는 지나친 방사로 사망한 왕이 4 ~ 5명으로 그중에는 복상사(腹上死) 한 왕, 성병인 매독(梅毒)으로 죽은 왕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가장 많은 왕들의 사인(死因)은 첫째가 운동부족이요, 그 다음이 등창과 같은 피부병이었다.
그 중에서도 태종, 세종, 문종, 세조, 성종, 영조, 정조, 숙종 등이 종기가 등창(-瘡)으로 번져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했다. 등창이란 등에난 큰 종기를 말한다.
피부명은 잘 씻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다. 세수나 목욕은 물론 변(便)의 뒤처리까지 모두를 궁녀나 상궁이 도와주는 것이 왕의 사생활이었다. 아무리 왕이라 하더라도 남녀유별의 유교사회에서, 왕의 몸을 함부로 할 수 없는 법도 하에서 왕의 몸을 자기 몸처럼 함부로 손을 델 수 없는 일이었다. 목욕에서도 은밀한 부분까지 자기 몸 씻듯이 깨끗이 씻을 수는 없었던 것이 피부병의 원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평균 수명이 중국 황제는 39세, 로마제국의 황제는 37세였듯이 조선왕도 평균수명이 수명은 46.1세였다던 것 같다.
조선 왕을 말하다 보니 금년의 나보다 오래산 사람은 27대 왕 중에 83세의 영조밖에 없다.
그러니 위에서 말한 우리 친할머니 같이 나도 89세까지는 살다 갔으면 소망해 본다.
그렇게 산다 해도 나의 여생은 11년 밖에 남지 않았다. 11년 전인 67세 때 나는 홀로 30kg의 배낭을 메고 단독으로 성삼재서 대원사까지 지리산 종주를 한 기억이 새롭게 그리워 진다.
내가 그동안 즐기던 산행이 힘든 나이라서 나는 만 2년 전부터 매일 헬스장에 나가고 있다.
거기에다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_가 낫다."고 하는 동의보감의 글귀처럼 나도 새해에는 내 나이에 맞는 걷기(行補)에 더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