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일. 애정의 조건.
보르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쿠드가 부상을 당하던 시절 난 그 대체 공격형 미드필더로 프란시스를 기
용해 재미를 봤다. 문제는 너무나도 역할을 잘해준 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미쿠드가 다시 복귀하면 프
란시스보다 더 걸출한 활약을 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았다. 개인 기량의 문제도 있지만, 프란시스는
나이가 어려 팀이 지고 있을 때나 상대편 수비층들이 두터울 땐, 침착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러쉬를 하
는 경향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프란시스를 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었고, 팬들도 미쿠드 보다는 프란시스의 화려한 플레이
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난 미쿠드의 복귀와 동시에 프란시스를 서브로 돌려 보냈고, 이로써
난 감독 수행 중 처음으로 프란시스와 언쟁을 벌였다. 후에 난 프란시스와 화해를 했으며, 프란시스는
내가 맨유로 가는 날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은 팀에 대한 애정이 있어 열정적인 감독이라 팀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받을 수는 있겠지. 하지
만, 당신은 선수에 대한 애정이 없어. 팀을 위해 선수를 희생시키니까. 그래서 내가 볼 땐, 선수들은 당
신을 아주 싫어 할 걸."
애가 내가 너무 서브에만 앉혀 놓으니까, 살짝 삐졌나 보다 생각했지만, 그 고별 무대에서 선수단의 절
반 이상은 휴가의 이유로 불참한 것을 생각하면,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난 팀이 우승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선수가 득점왕이 되건 어시스트왕이 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다. 그건 팀이 우승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선수가 팀에 기여하기를 원하지만, 팀이 선수에게 기여해선
안된다는 방침이다. 능력이 없으면 후보고, 능력이 있으면 선발이다. 능력이 있는 선수가 부상을 당한다
면, 능력이 없는 선수는 능력이 있는 선발이 되어야 한다. 성장세에 있는 유망주가 선발 선수를 뛰어 넘
으면 선발 라인업에 포진되고, 아직 선발 선수가 나이가 많음에도 건재하다면 그 유망주는 선발이 될 수
없다. 나이 많은 선수를 중용하면 팀을 양로원으로 보지 말라는 질책을 자주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식
으로 팀을 꾸리는 사람들에게 AC 밀란의 선수 기용과 경기 기록을 보여 주면, 모두들 쉽게 반박하지 않
으리라 생각한다.
맨유에 와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영입 리스트다. 캡틴 게리의 대체자를 미리부터 조사할 필요
가 있다. 스카우터들을 미리 봐 본 유망주에게 파견 지시를 내렸다. 중원이 빅4에 어울리지 않게 선수층
이 얇다. 중원의 유망주들을 알아서 조사해 오라고 스카우터들을 파견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포워드는 루니다. 루니에 건재할 만한 리스트를 조사했다. 남은 스카우터 모두를 파견했다.
그리고 훈련 도중 나는 박지성의 열정에 한 번 감동했고, 박지성의 테크닉이 빅4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에 한 번 경악했으며, 긱스의 대체자로 박지성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퀘이로즈
에게 "이봐, 자네가 볼 때 지는 어때!?" 라고 말했다.
퀘이로즈는 내가 코치와의 상의 없이 스카우터들을 전부 파견 시킨 것을 서운해 해서인 지 아니면 아직
도 감독 욕심이 나서인 지, 자신이 짠 훈련 스케쥴을 따라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 것 이외에는 나와 대화
를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한 마디 했다.
"지는 퍼거슨 할배와 내가 데려 오자고 해서 데려 온 거야. 우린 그에게 아주 큰 애정이 있어. 자네가
볼 땐 별로인 가. 유망주 킬러!?"
유망주 킬러. 난 프란시스와 체마크를 중용하지 않은 지난 시즌. 어쩌다 보니 선발 라인업엔 젊은 선
수들이 제외되는 날이 많았다. 그 만큼 우리 팀의 노장 선수들은 출중 했으며 결국 우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선택은 시즌 후 유망주들을 전혀 보살피지 않고 성장하도록 기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많은 감독들에게 "유망주 킬러"로 불렸었다.
"유망주 킬러!? 나에 대한 조사가 꽤 많군. 이봐 퀘이로즈. 난 총을 소지 하지 않았어. 우리 보르도 유망
주들에게 칼을 들이 대지도 않았어. 하지만, 여기 그라운드는 전쟁터야. 우린 칼도 총도 없지만, 누가 강
하고 약한 지는 분명해. 우리 팀은 항상 강해야 할 필요가 있고, 적자생존에 따라 우린 강한 자를 걸러내
야 해. 거기에 나이가 적고 많고는 상관 없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
그러자 퀘이로즈는 콧방귀를 끼며 나에게 들이 댔다.
"물론, 강하고 약한 자는 걸러 내야지. 자네가 감독으로서 재능이 있는 지, 내가 감독으로서 재능이 있
는지도 걸러 내야 했어. 자네가 맨유 팀에 어울리는 지. 내가 맨유 수장에 어울리는 지도 걸러 내야 했
어. 자네가 칼이 없다고. 자네가 총이 없다고. 그럼 다행이군. 내가 강하다는 증거니까. 내 속엔 총도 있
고, 칼도 있어. 상대팀을 찌르고 총을 쏘아댈 마음이 가득하단 말이야. 칼을 들고 총을 쏘는 일을 지켜
보기만 하지는 않을 거란 말일 세."
퀘이로즈 이 친구 상당히 삐졌다. 그리고 훈련장을 빠져 나갔다. 퀘이로즈가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을
지도하지 않고 운동장을 빠져 나간 건 맨유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후에 난 긱스의 대체자 리스트를 작성해 오라고 각 코치들에게 숙제를 남긴 채 운동장을 빠져 나갔다.
훗날 들은 얘기로 감독이 선수가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운동장을 빠져 나간 건 맨유에서 처음 있는 일이
라고 한다.
"리차드슨, 지 모두 가능성 있는 선수라는 건 동감하네. 하지만, 우린 더 강해져야만 해. 가능성이 있는
걸론 부족해. 지금 현 상태 자체가 최고 팀에 어울릴 수 있어야 해."
다른 코치들은 반론이 적었고, 퀘이로즈는 아예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팀 훈련 이외에
는 간섭하지 않았다. 난 그런 퀘이로즈에게 한 마디 쏘아 붙였다.
"이봐 퀘이로즈. 자넨 애정이 식었어. 맨유 감독으로서 당신이 더 어울린다고? 가당치도 않은 헛생각은
집어 춰. 지금 자네가 갖고 있는 열정은 어디로 갔나?"
퀘이로즈는 이번에도 지지 않으려고 용을 썼다.
"팀에 대한 애정? 선수에 대한 애정? 그리고 나의 열정? 아주 잘 짚었군. 난 이 팀을 이끌기를 원할 애
정이 있었고, 지금 가지고 있는 훌륭한 선수들을 성장시킬 애정이 있었고, 그리고 그 일에 대해 나의 모
든 열정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지. 아주 잘 짚었군. 허나 하나는 잘못 짚었어. 자넨 애정이 없어. 훈련
도중 빠져 나가는 것이 팀에 대한 애정인 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잘라내는 것이 선수에 대한 애정인
가. 그리고 나에게 반말 칙칙 내뱉는 데, 동양인은 예의지국 아닌 가. 이 노란 원숭이야."
동양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는 퀘이로즈는 다시 회의실을 떠나갔다. 누구든 애정에는 이기심이
있기 때문에 생긴다는 걸 왜 모를 까. 이기심이 있기 때문에 애정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녀가 나를 사랑
한다고 어거지로 사랑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지금 나에겐 이기심으로 가득차다. 누가 뭐래도 이 팀을
최고로 만들고 말겠다는 이기심.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이기심의 무서움이란,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
아도 어거지로 사랑하게금 만드는 것이다. 퀘이로즈가 맨유에 다시 열정을 가지도록 만들겠다.
첫댓글 이 노란 원숭이야!ㅋㅋ 건필요~
ㅋㅋ건필요//ㅋㅋ
ㄳㄳ ㅋㅋ ㅅㅅ
건필 ㅋ 감독하길 원하는 코치와 같이 일하다니 무서운데요 ㅋ 짤를줄 알았는데 ㅋ 코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