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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3시..
"죽여....ㅈ..주...여..ㅆ."
소녀의 얼굴이 점점 클로즈업되면서..같은 소리를 새된목소리로 반복적으로 내뱉고 있었다.
얼굴은 점점 다가와....소녀의 입이 바로 내 시야를 가득채운 순간...소녀의 혓바닥에 꽃혀있는 면도날이 보였다..소녀의 혀는 처참하게 찢어져 있었다...그리고 입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선혈..
소녀는 피가 가득 고인 입으로 마지막 숨을 껄떡껄떡 고르며.....같은 말을 내 뱉을 뿐이었다.
"주...죽..였...어....나..를..."
소녀는 힘겹게 한마디 한마디를 내 뱉는다..소녀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흐르며 고개가 그대로 꺾어진다.
휘릭.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밧줄이 소녀의 목을 칭칭 감는다.
천장에 소녀의 몸이 걸리고 바둥대던 소녀의 몸은 그대로 축 늘어진다.
'헉!'
잠에서 깨어난 나는 시계를 본다.
새벽 3시가 조금 지난 시간..
온몸에 비오듯 땀이 흐른다.
며칠전, 아이들 야간 자율학습을 감독하며 소녀의 환영을 본 뒤로, 꿈속에 매일 나타나는 소녀의 모습때문에
정말 미칠 지경이다.
더군다나 오빠도 요즘 뭐때문에 그리 바쁜지 며칠째 외근에 야근이라 제대로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어..이 끔찍한 고통을 혼자 겪어 내고 있다.
이럴때 , 남자친구라도 있었다면..좀 나았으련만...
젠장.
이놈의 팔자는....
더이상 잠이 올것 같지 않다.
또,
이대로 이 환영에 계속 시달리수도 없다.
게다가 꿈이든 환상이든 점점 더 선명해지고, 점점 더 잔혹해 지고 있어서..
정신상태가 이상해 지는 듯 싶다.
일년삼백육십오일...
생당근을 씹어도 맛있어서 미치겠는 이 입맛이..요즘엔 도통 작용하지 않는다.
뭘 먹어도 모래알 씹는 기분.
정말 , 말 그대로 살아도 사는게 아닌것 같다.
am 03 : 30
철컥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던 나를 불안과 공포가 짖누른다...
"탁"
문이 열리는 소리.
어쩌지...
나가봐야 하나...
"어이! 브라더 ! 자냐?"
오빠의 굵은 목소리.
뭐야?
저인간이엇어?
"오빠야?"
순간 방문이 활짝 열린다.
"그래. "
며칠간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지 수염이 듬성듬성 보기 싫게 자라 있고, 옷차림도 후즐근 그 자체지만..
정말 ,
이 순간 만큼 오래비가 반가웠던 적은 없었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눈물이 다 흐를 지경이었다.
"오빠!!!!"
그대로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오빠를 안았다.
"야! 왜이래! 미쳤냐?? 야!! 떨어져 !! 야, 야!! 징그러!!"
오빠는 기절 초풍하던 말던 나는 오빠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오빠에게 매달렸다.
Am 04:00
"아..씻었더니 살것 같네.."
샤워를 마치고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 쓴 오빠가 목이 다 늘어난 면티에 반바지를 걸치고 나오면서
말한다.
"오빠. 맥주한잔 해."
오빠가 샤워를 하는 사이에 스페셜하게 안주상을 봐 둔 나.
너겟을 튀기고, 오징어에 땅콩까지...
아, 내가 생각해도 센스 넘치는 술상이다.
"피식."
오빠는 웃으면서 식탁에 앉는다.
"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여간해선 집안일에 관심이 없는 나.
요리도 나보다는 항상 오빠가 하는 상황이었으니..오빠의 놀라움 섞인 빈정거림에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묵묵히 앉아 오징어나 찢어줘야지.
"학생 어머니가 보내주신 울릉도 오징어야. 먹어봐. 맛있다?"
나는 어울리지도 않는 친절한 미소를 띄며 뜨거운 느낌을 참으며 오징어를 잘게 찢는다.
" 쓸데 없는 짓 고만하고. "
오빠가 시원하게 맥주한잔을 들이키고 오징어를 질겅이며 말을 끊는다.
" 뭐. 나한테 바라는 거 있냐? "
" 당연한거 아니냐?"
" 뭘 바라는데? "
"최소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이런일들이 일어나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암튼 뭐라도 설명이 좀 있어야 할 것 아냐."
나는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 오징어를 던지며 묻는다.
"게다가, 오빠는 오빠가 겪어 봤으면 지금 내 심정이 얼마나 착잡하고,두려울지 알면서, 이렇게 나를 방치해 두냐. 오빠가 진짜 내 친 오빠 맞아???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나 진짜 무서워 죽는줄 알았다고! 오죽하면 휴직서 내고 엄마, 아빠 있는 대전집에 내려가서 몇달간 있을까 생각 했겠어!"
" 대전 가면 암것도 없냐? 또 나오지. 밥통아."
오빠는 계속 실실 웃으며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는다.
"밥통이든. 철동이든. 암튼 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도대체."
"동생아,"
오빠는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진지한 눈으로 날 응시한다.
"왜?"
"오빠가 이 이야긴 더 하고 싶지 않으니깐, 오늘 한번만 할거다. 그러니 잘 들어라."
"...무슨 말인데.."
" 우리 고조할아버지 말이야."
" 중국에서 건너오셨다는? "
"그래."
" 특별한 분이셨다."
"...그게 무슨? "
" 중국 최고의 퇴마사 가문의 장손이었대"
나는 순간 당황스럽기도 우습기도 해서..눈을 크게 뜨고 질문을 던진다.
"그런게 어딨어!"
"항. 얘가 아직도 정신 덜 차렸고만. 그럼 니가 보고 있는 것들은 다 뭔데?"
"....아니,,그건.."
"믿기 어려워도 확실한 사실이야. 고조할아버지가 조선으로 건너오신것도 엄청난 악령을 처리하기 위해
조선의 공식적인 요청에 의해 오신거니까."
" ...진짜?"
"그래. 진짜야. 임마. 그리고 그 와중에 고조 할머니를 만나셨고, 할머니를 깊이 사랑하신 할아버지께서
유서깊은 퇴마방식을 우리땅에 전수하기 위해 남아 평생을 바치신 거고."
"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맥주를 들이킨다.
"나도 몇해전에 처음 영혼들을 보게 되었을땐 당황하고 놀라기만 해서 그저 피하기만을 간절히 바랬는데,
그게 또, 뜻대로 안되더라고....우리 피에 퇴마사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그럼 아빠도 이런 사실을 다 알고 계셔?"
"물론이지. 알고 계시고, 나에게 퇴마에 필요한 도구와 책을 주신것도 아빠야. 직접 교육까지 시켜 주셨으니
말야."
'대전에서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오랫동안 한의원을 하고 있는 아빠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퇴마사와는 거리가 먼데..
일년에 한번 화를 낼까 말까한...
온화. 그 자체인 분인데..'
"아, 오해는 하지마. 아빠는 퇴마사는 아니야."
" 왜? 대를 이어 전수된다며? "
" 것도, 자질이 있어야 되는 거지...일단 아빠는 영혼을 못보셔. 다만 이론에 대한 교육만 할아버지에게
받으셨을 뿐이야."
"그럼...우리 할아버지도 퇴마사였단 말이야?"
항상 쾌활하고 즐거웠던 할아버지....
평생 수많은 환자를 돌보며 그 환자의 마음속 아픔까지 이해하려고 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 그래.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수도없이 많은 악령을 퇴치하고, 길잃은 영혼은 하늘로 올려 보내고,한이 많은 영혼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셨지..."
"근데 아빠는...왜? "
"그러게 말야...너도 알다시피 아빠가 좀 많이 둔하잖아...퇴마사 이미지에도 안맞지 뭐. "
오빠가 씨익 웃는다.
순간,
해맑게 웃으면서 걸어가다 전봇대를 못 보고 박아서 웃으면서 그대로 기절했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
내 입가에도 미소가 달린다.
"쿡"
"그런데,아빠를 건너 뛰어서 그런지...원래 한대에 한명에게만 전수되는 퇴마사의 자질이..우리대에는 최초로
두명에게 전수가 된듯 싶어."
"..? 그건 또 무슨말이야?"
"영혼을 볼 수 있어야 퇴마를 하잖아. 그런데 보고 싶다고 다 보는건 아니거든. 그런 특별한 자실은 한대에 한명에게만 전수되어 온게 우리 집안의 전통이야. 그리고 아들에게만 전수되어 내려왔지. 한대에 두명에게
전수된것도...또, 여자에게 전수된 것도 처음있는 일이라..나도 좀 당황스러워."
오빠는 술잔에 맥주를 가득채우며 말을 잇는다.
"왜인지..잘은 모르겠지만...암튼, 하나보단 둘이 나으니깐..뭐."
"그럼, 내게도 교육이란거..필요한거 아냐?"
"아~내가 아빠한테 그 교육이란걸 꼬박 1년을 받았는데 말야..거, 다 쓸모 없어. 그냥 실전에서 뛰는게 최고야.앞으로 나랑 다니면서 이런거 저런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테니 조바심 내지마."
"....그래도...쫌.."
"됐고, 더 질문있어?"
"그럼. 오빠는 나 모르게 이런 일을 계속 해결해 온거야?"
"그래, 전설에 의하면.."
"전설????"
"그래, 우리 집안은 천족의 혈통을 지녔다고 하니깐...뭐...믿을수야 없는 이야기 이겠지만...암튼..세상은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고, 그 균형을 맞추는 일을 위해 우리가 있다고 해야 하나...뭐..그런거지."
"말도 안된다...그게 뭐야."
"나도 첨엔 이게 무슨 환타지도 아니고...무협도 아니고...너무 말이 안된다. 생각했는데...영혼이 있다면,
또, 그 영혼을 우리가 본다면..그 이상의 세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 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결국 우리는 인간 세상의 균형을 잡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또, 그러하기에 인간의 세게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영혼들을 적절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그 황당무계한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지."
"참...네...."
뭐라 말을 해야 하나..
" 뭐,딱히 돈이 나오는 일도, 명예가 생기는 일도 아니지만, 한가지 사건을 해결해 낼때마다...그 어디서도
느낄수 없었던 보람을 느끼게 되니...해 볼만 할거야....
또, 그냥 내 생각이긴 한데...살아서 이렇게 좋은일 부지런히 하다보면..또 뭐 죽어서 좋은 곳에 가지 않겠어?"
터무니 없도록 낙천적인 오래비의 사고방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그래....최근 까지 악령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해 오던 카톨릭도 얼마전 부터 공식적으로 악령의 존재를 인정하고 퇴마사 양성학교까지 만들고 있다니깐...뭐..."
나도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말해본다.
" 아...그 학교.~연락왔었어~2~3년 전쯤에."
"에?"
"들어오라고~"
"오빠를 어찌알고??"
"말했잖아. 중국 최고의 퇴마사 가문이었다고. 나도 몰랐는데 전세계적으로 좀 유명하더라고. 우리집안."
" 좋게 유명해질 일이 얼마나 많은데..하필이면.."
"글게 말야..뭐. 암튼...그런 상황이니깐. 그냥 운명이라 생각해라 브라더야. 처음엔 닥치는 대로 보이는 영혼의일을 처리하곤 했는데..하다 보니..그렇게 하면 우리 스스로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견디질 못해. 그래서, 경중을 따져가면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배우는게 급선무야. 또,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 나가고 있는 우리 직업, 또, 우리가 접촉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 "
"오빠는 오빠일에 영향이 안미쳐? 그런 것들을 보는것이?"
"아예 안미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최소화 시키려는 노력은 늘상 하고 있지. 또 때로는 예기치 않게
영혼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할때도 있고."
"....나는 그냥 도움 안주고 안받고 싶은데..."
" 어짜피 안될 일이니깐 기왕 이렇게 된거...그 부분에 대한 미련은 빨리 버려. 그게 너 자신에게 젤
좋아. "
"......그럼..지금 나를 괴롭히는 그 소녀 귀신은 어떻게 해."
".....돕고 싶어? 아님 외면하고 싶어?"
".....외면...할수도 있어....?"
" 그래, 방법은 여러가지 있지. 혼백을 한 곳에 묶어 놓아서 네게 접근을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또, 네 몸에 방어막을 쳐서 혼백들이 널 못보게 할 수도 있고..물론, 영원히 가능한건 아니야.
길어봐야....1~2개월 정도니깐.."
".....글쎄.."
고민이 된다..사실, 이런일에 발 담그고 싶진 않지만, 그건 정말 싫지만..어짜피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일이라면....또, 그 소녀의 그 절박한 표정, 눈빛....
또, 매일 애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외면할 수 없는 아이의 절박함...
아..어쩌지...
"도와주고 싶어."
엥? 나도 모르게 말이 내 입을 빠져나간다.
"...그래?"
오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너겟을 우걱우걱 씹으며..묻는다.
"그럼 자세히 말해봐. "
소녀를 처음 만난 때부터 아까 꿨던 꿈까지 상세하게 오빠에게 말하자, 오빠의 표정이 다양하게 변화한다.
"오빠, 표정이 왜그래?"
말을 마친 나는 오빠에게 묻는다.
"...뭐..어짜피 꿈은 비유, 그리고 상징이야. 그 사실 그대로 봐서는 안되고...그 상징들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 그 소녀가 목 메달아지는 광경이 보였다는 것이나..혀가 난도질 당했다는 것이
현실로 일어난 일인지..아님 뭘 상징하는 건지도...알아야 하고.."
오빠는 생각에 잠긴듯 말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말이야."
"?응?"
"너네 학교 주차장에서 걜 처음보고, 두번째로 본건..야간자율학습 감독하면서..복도에서 봤다고 그랬지?"
"응.."
"그게 이상해."
"뭐가??"
"너희 학교 . 남 고 잖아."
"...!! !! 헉.."
이건 한번도 고려해 보지 않았던 생각..
" 너희 학교 공학이었다가 남고로 바뀐거야?"
"아니. 설립 당시부터 남고였어.."
"그럼 설립된지는 얼마나 되었는데?"
"올해로 50주년을 맞이 했지.."
"50주년이라..그럼...1959년에 설립이 되었다는 말이네.."
"응...."
"흠...한번도 공학인적이 없었다면.....어떻게 여고생이 나타나는 거지?"
"혹시 그냥 날 따라 왔다가 보인게 아닐까?"
"아니..그런 경우는 대표적인 지박령이야. 학교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고, 또 그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지. 그래서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네 꿈속에서만 계속 자신의 상념을 보내는거야."
"그럼, 걔는 어떻게 남고에서 죽게 된걸까? 그리고, 결코 우리학교 학생일리는 없는데."
"일단, 날이 밝는대로 50년동안 자살했거나, 혹은 타살되었거나, 사고사로 죽었거나..기타등등
학교를 다니던 당시 죽음을 맞게된 아이들에 대해 모조리 알아와. 사진과, 기본적인 생활기록부,
그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증거물들을 모을 수 있는대로 모아 와야해."
"....응.."
이렇게.....나의 퇴마사로서의 첫 길이 열리는 건가..
첫댓글 재밌네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