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농구계에 따르면 프로농구연맹(KBL)은 오는 31일 10개 구단과 총회를 열고 데이원스포츠 선수단 임금 체납 사태와 차기 시즌 운영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챔피언결정전 종료 직후 개장한 FA 시장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데이원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31일 열릴 첫 모임은 주로 KBL과 나머지 9개 구단이 데이원 측 입장을 청취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곧바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보단 현재 추진 중인 연고지 이전을 비롯해 구체적인 계획을 먼저 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KBL 관계자는 “(데이원 측에) 이달 말까진 계획을 들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바로 제명을 결정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근시일 내에 후속 논의가 이뤄질 거라 본다”고 말했다.
데이원은 지난 시즌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부실한 재정 탓에 가입금을 밀렸고, 선수단을 비롯한 프런트 등 관계자들의 임금도 제때 못 줬다. 급기야 시즌 도중 네이밍 스폰서 캐롯손해보험이 계약을 파기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특유의 양궁 농구를 앞세워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들고도 가입금 미납 탓에 막판까지 출전 여부를 놓고 마음 졸이기도 했다.
정규리그 도중인 지난 2월부터 띄운 연고 이전은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 경북 포항시와 연결됐고 한동안 논의를 진행했지만 막상 운영 자금을 부담할 기업을 붙잡지 못했다. 최근엔 부산시로 상대를 바꿨다. 이 와중에 FA 김민욱·함준후를 영입하기도 했다.
구성원 보호 차원에서 가장 먼저 매조지어야 할 문제는 임금 체납이다. 농구계에 따르면 데이원은 여전히 일부 선수 등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남자농구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 제23조에 따르면 구단 측이 3개월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연봉을 지급하지 않을 시 선수가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설령 임금을 완납하고 연고지 이전까지 성공하더라도 다음 시즌을 어떻게 치를지는 별개의 문제다. 절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했던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자격을 쥐여 줬다 사달이 난 만큼 새 주인에 대한 검증을 허투루 할 수 없다.
구단 해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이 경우 새 둥지를 찾아야 하는 데이원 선수들의 거취가 다음 시즌 판세까지 뒤흔들 주요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3일 프로농구 한 관계자는 “2일 이사회에서 캐롯과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왔다. KBL 이사회가 5월말까지 데이원의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지만, 우려의 시각은 지워지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챔피언결정전 종료 직후 열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데이원이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KBL은 데이원이 현금이 포함된 선수 트레이드를 실시할 경우 승인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상 데이원이 선수를 타 구단으로 보내고 현금을 확보하는 트레이드는 불허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데이원이 현금 트레이드를 시도한다는 소문은 현재로선 없다. 당장 트레이드가 가능한 시점도 아니다. 그러나 데이원이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선수를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KBL 이사회가 사전에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데이원은 출범 직후 현금 확보 차원의 트레이드를 단행한 적이 있다. 이대성을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보내며 현금 6억 원을 받았다. 케이스는 다소 다르지만, 지난 FA 시장에선 전주 KCC로 이적한 이승현에 대한 보상을 선수가 아닌 현금으로 택했다. KCC는 데이원에 이승현 영입에 따른 보상금으로 12억 원을 지불했다. 출범 직후부터 선수 이적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적이 있는 데이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