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sports/basketball/article/022/0003817158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농구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스포츠 중 하나였다. 1994년 농구를 주제로 만들어진 청춘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최고 시청률 40%를 넘길 정도로 흥행했고, 명작으로 꼽히는 만화 ‘슬램덩크’까지 대유행하면서 농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으로 구성된 ‘슈퍼팀’ 시카고 불스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시기도 이때였다.
당시 중앙대 돌풍을 일으킨 허재를 보기 위해 실업팀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구름관중이 몰렸다. 대학팀은 인기는 더 했다. 전희철이나 현주엽, 김병철이 버티는 고려대나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이 활약하는 연세대가 특히 그랬다. 대학팀 선수들은 실업팀 형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과시하면서 톱스타 대접을 받았다.
실업농구의 폭발적인 인기는 자연스럽게 프로리그 출범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초반부터 논의됐지만 지지부진했던 프로화가 팬덤에 힘입어 일사천리로 추진된 것이다.
◆막 오른 프로농구 ‘승승장구’
1997시즌을 시작으로 프로농구가 개막했다. 리그에 참여한 건 △부산 기아 △안양 SBS △원주 나래 △대구 동양 △광주 나산 △인천 대우증권 △대전 현대 △수원 삼성 모두 8팀이었다. 그 해 2월1일 방송국을 모기업으로 둔 SBS와 스타군단 대우증권의 첫 경기로 막이 오른 프로농구는 팀당 21경기로 첫 시즌을 마쳤다. 이 때 농구장을 찾은 관중만 40만명에 달했고, 새 시즌을 앞두고 2팀이 추가로 창단했다. 1997~1998시즌에는 모두 10개 구단이 팀당 45경기를 치르는 일정으로 대폭 확대됐다.
프로농구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출범 6년차를 맞은 2001~2002시즌에는 100만 관중을 넘어설 정도였다. 농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국제대회 성적도 따라오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2002년 서장훈과 김주성, 문경은, 전희철, 현주엽, 이상민 등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을 102-10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은 이란을 79-77로 물리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주성이 건재한 가운데 오세근과 김종규, 문태종, 양희종, 양동근, 김선형 등 세대교체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면서 한국농구의 미래를 밝혔다. 농구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프로야구 개막 일정을 짜기 위해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일정을 확인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프로농구와 길 잃은 행정
하지만 이후 농구 인기는 식어가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게 문제였다. 여기에 KBL의 행정적 문제까지 겹쳤다. KBL은 외국인 선수상을 따로 마련했다. 덕분에 리그 최우수선수(MVP)는 자연스럽게 국내선수가 받아왔다. 그러다보니 MVP 가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결국 KBL은 2011~2012시즌엔 외국인 선수상을 없앴다. 하지만 MVP는 늘 국내 선수 몫이었다. 2014~2015시즌엔 리카르도 라틀리프(라건아) 수상이 유력해지자 외국인 선수상을 돌연 부활시켰고, 이후부터 KBL은 ‘가장 가치 있는’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에게 각각 MVP를 안겨주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자 KBL은 외국인 선수 신장을 2m로 제한해 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2009~2010시즌엔 귀화혼혈선수 제도를 운용하며 계약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제한하다가도 2012~2013시즌엔 이 제도를 폐지하며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농구를 접하는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미디어의 발달로 코비 브라이언트나 르브론 제임스가 활약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올림픽 문턱도 넘지 못할 정도로 부진한 국제대회 성적도 아쉽다. 한 국내 프로농구팀 감독은 “NBA의 경우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앞세워 여기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짜기 때문에 한국농구와는 다른 종목으로 봐야 할 정도”라며 “국내 선수들은 체격적인 부분에서 이미 밀리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아직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할까요
잦은 연고지 변경도 문제로 꼽힌다. 예컨대 대구 동양이 대구를 떠나 고양 오리온이 됐는데 어느 날 인천을 연고로 뒀던 팀이 모기업을 바꿔 대구에 창단한다면, 대구 동양을 응원했던 팬으로서 어떤 팀에 마음을 둬야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프로스포츠협회가 발표한 2022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성향조사)에 따르면 응원하는 구단의 유니폼을 보유한 ‘고관여팬’의 비율은 연고지 이전이 없었던 안양 KGC인삼공사나 원주DB는 각각 50.7%와 44.0%였지만, 부산에서 수원으로 옮긴 KT나 대구에 둥지를 튼 한국가스공사, 또 새롭게 창단한 고양 캐롯의 고관여팬 비율은 20%대로 낮은 수준이었다.
(연고지 이전이 없었던 KGC인삼공사와 LG가 팬 충성도 1,2위를 차지했다.)
연고지는 충성팬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남자농구를 응원하는 구단이 있기 때문에 본다는 응답은 전체의 10.1%에 불과했다. 반면 연고지가 확실한 프로축구의 경우 구단에 대한 충성도 때문에 현장을 찾는다는 응답이 34.7%로 나타났다. 프로야구 역시 26.4%로 프로농구를 웃돌았다.
◆특유의 속도·현장감 매력적… 슈퍼스타 인기 ‘건재’
농구의 인기가 주춤하긴 하지만, 프로농구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특유의 속도감과 화려함, 현장감은 여전하고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도 건재하다. 국내 농구에 담긴 감동적인 스토리 라인까지 놓칠 수 없는 흥미 포인트다.
26일 ‘2022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농구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선수 등을 직접 볼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3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응답이 13.1%, 중계방송으로 느끼기 어려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답은 12.5%로 뒤를 이었다.
농구인기는 전성기 시절에 비해 식었지만 농구스타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농구대통령’ 허재 데이원스포츠 대표의 아들이자 예능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전주 KCC 허웅(30)과 상무 허훈(28) 형제는 물론 상무 변준형(27)과 고양 데이원 전성현(32) 등 기량과 외모를 갖춘 스타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허웅은 지난 올스타 팬투표에서 14만2475표를 얻으면서 대세 스타임을 입증했다. 프로농구 인기가 절정을 향해가던 2002~2009시즌 이상민이 올스타투표에서 기록한 12만356표를 넘어선다. 이 밖에도 빅맨이 아닌 선수로는 처음으로 NBA에 도전하고 있는 G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 이현중(23)과 미 곤자가대 여준석(21) 역시 한국 농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다. 이들의 미국 진출의 성공 등에 따라 국내 농구에 대한 인기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양KGC인삼공사 포워드 문성곤은 2023년 FA선수들 중 가장 높은 보수총액인 7억8천만원에 수원KT와 계약하며 팀을 옮겼다. 계약기간은 5년)
다음시즌 프로농구를 기다려지게 만드는 요소 중 또 하나는 ‘스토리 라인’이다. 2022~2023시즌을 마치고 대형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요동쳤다. KCC는 최준용이 합류했고, 송교창이 전역하게되면 ‘KBL판 드림팀’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한 팀을 완성하게 된다.
김선형과 오세근이 서울 SK에서 12년만에 다시 합을 맞추게 됐다는 점도 관전포인트다. 대학, 프로 드래프트 동기인 두 선수는 2006년부터 2008년 11월까지 중앙대의 52연승 전설을 함께 쓴 명콤비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통합우승 이후 주력 전력을 잃어버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울 삼성, 또 모기업 경영위기로 새 스폰서를 찾고 있는 데이원의 행보 등엔 새 시즌 농구를 기다리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남자프로농구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잘 설명해준 베스트 기사라고 생각하여 발췌했습니다.
그동안 그냥 한국농구라면 무지성으로 까는 이상한 기사도 참 많았고
그렇지만 KBL 이사회를 통해 나온 정책들이 칭찬만 받을 것도 아니였기에
자기 객관화가 잘된 기사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좋은 기사가 나왔네요.
저는 절대로 대한민국 농구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서서히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팬심이 이탈할 만한 상황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간 농구까는 기사들은 까기위한 기사라고 생각하여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세계일보 정필재 기자님의 대한민국 농구와 KBL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아주 날카로운 기사를 보게되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상만 바라볼 필요도 없고 비관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KBL을 사랑하는 팬들, 한국농구를 사랑하는 팬들만 생각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정말 좋은 기사를 써주신 세계일보 정필재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14~15 시즌부터 관중 수가 급감하네요
그때부터 무료표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76다마 오호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와 진짜 잘 역사적인 흐름과 지역별 구단 변천사까지 잘 정리된 좋은 기사네요
주요 내용을 붉게 표시해주셔서 가독성 좋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연고지 이전이 너무많고 구단명칭이 너무 자주바뀌어서 흥미가 많이 떨어졌어요
13-14시즌 이후 무료표를 확줄이고 객단가를 새로운 지표로 내세웠죠.(관중 급감) 그리고 지난 시즌 객단가 12,500원, 입장수익 86억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흥행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에 아쉬운점은 기사에서 언급한대로 연속성이 자꾸 떨어진다는 부분입니다. 특히 제도 및 연고지의 잦은 변경은 팬들을 단속하는데 좋을게 하나도 없죠. 데이원의 이슈 속에 고양 팬들은 완벽히 배제되어 있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스포츠는 연고지심이다 그만좀 옮기자
부산kt 부산에서 수원으로런할때 경인신문은축제고 부산지역신문은 암울한거보면서 많이느꼈습니다
누구는 짜증나죽겠는데 환영한다고하고 팬따윈 필요없는거죠
나중에 똑같이 런당하길빌게요
원주랑 안양은 그래도 한번도 안옮겼네요. 다른팀들도 더이상은 안옮겼으면 좋겠어요
창원은요?
@수원KT소닉붐 제가 실수로 창원을 빼먹었네요. 창원도 이대로 쭉갔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냥 서울에 2팀 연고이전 하면서 암울해지기 시작 차라리 중립경기하던 시절이 그립기까지 했네요
청주sk 수원삼성
그러고 보니 초대 우승팀 이었던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떠나고는 거의 안봤네요..
저도 원주사람으로 원년부터 원주팬입니다. 타종목 선수출신으로 스포츠매니아이시긴하지만 농구를 전혀 안보시는 저희 아버지도 가끔 채널돌리다가 원주경기하고 있으면 아직까지도 멈춰서 보십니다. 아마 원주분들은 다들 잠재적 db팬일겁니다 오죽하면 당시 김시장이 3연임 한게 원주 농구팀 데리고와서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겠습니까ㅎㅎ연고지는정말중요합니다.
그런 저희아버지가 유일하게 프로농구관심가지셨던적이있는데 단테존스시절입니다. 엄청난포스를 뿜기도 했고 당시 스포츠뉴스에서도 항상 나오니 관심을 마니 보이시더군요.
연고지, 스타플레이어 두 가지는 정말 중요합니다
연고지가 정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