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현 유럽 챔피언 프랑스.. 이 두 나라 사이에 4~6월 사이 3번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고, 오늘 새벽에 2번째 대결까지 마무리되었다. 1차-2차 대결은 자국 리그의 클럽 팀 대결이고, 3차 대결은 국가대표팀의 대결이다.
[PART 1] 3만이 800만을 이기다. 첫번째 대결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맞붙은 AS모나코와 첼시의 대결이었다. 프랑스 리그인 르샹피오나의 2위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2위팀 간 맞대결이었다. 각 리그의 1위팀인 리용과 아스날이 8강에서 각각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에 당연히 모나코와 첼시는 두 나라의 대표 클럽으로 이번 4강을 맞았다.
8강에서도 우승확률이 8개팀 중 최하위였고, 4강에서도 4개팀 중 우승확률이 가장 낮은 팀이었던 모나코와 막강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 여름 이후부터 이적에 대한 센세이션은 모두 그들과 연결되게 만든 첼시의 대결, 모든 전문가와 팬들은 첼시의 승리를 예상했다.
인구 3만의 모나코가 홈인 모나코와 인구 800만의 유럽 최대 도시 런던을 홈으로 사용하는 첼시의 대결, 첼시로서는 8강에서 아스날과의 대결이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모나코가 첼시를 꺾는다는 것은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8강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물리친 것이 결코 운이 아니였음을 모나코는 4강 첼시 전에서 확실히 보여주었다.
모나코의 Stade Louis II 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서 모나코는 선취골을 뽑았은 뒤 1-1 이던 상황에서 지코스가 퇴장을 당해 숫적 불리함 속에서도 연속골을 터뜨려 3-1의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고, 첼시의 Stamford Bridge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전반 0-2의 탈락 위기 속에서도 차분히 득점에 성공하며 2-2의 무승부를 연출하며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특히나 90년대 프랑스의 영웅이었던 데샹 감독의 전술은 상대팀에 따라 유효적절했다. 8강 레알 마드리드 전에서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일반적인 4백과 2명의 홀딩형 중앙미들, 2명의 측면 미들, 2톱이 포진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프랑스 대표팀에서 상티니 감독이 구사하는 전술과 흡사하다. 이 전술은 미들진을 다이아몬드식으로 운용하지 않기에 플레이 메이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거나 아예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선수들의 비중이 골고루 분포되어 조직력을 갖춘 팀이라면 효과가 배가되는 전술이다. 이 전술은 레알 마드리드 전에서 그 가치가 충분히 검증되었다.
그리고 4강에서는 데샹 감독은 이 포메이션에 다소간의 수정을 가한다. 스트라이커를 하나로 줄이고, 미들진을 강화한 것이다. 골 감각이 절정에 오른 모리엔테스에게 원톱을 맡기고, 5명의 미들진을 가동해 첼시의 빠른 템포의 공격 포인트에 압박을 가하고, 수비 시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었다. 크게는 4-5-1 포메이션으로 볼 수도 있고, 순간적으로 4-2-3-1, 4-3-2-1, 4-4-2 등으로 포메이션 변화가 심했고, 이는 첼시를 당황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모나코의 공격 방식은 카운트 어텍이었다. 순간적인 속공으로 한방에 적을 무너뜨리는 공격 전술을 사용했다. 1차전 모리엔테스의 골, 논다의 골이 모두 그러했다. 2차전에서도 2골 모두 빠른 속공에 의한 득점이었다. 비록 전체적인 경기 속도는 첼시가 훨씬 빨라 보였지만, 모나코는 그들의 공격시에는 중앙선만 넘어서면 폭발적인 속도로 첼시 수비진을 농락했다.
1경기에서 5~6번의 속공만 가능해도 3~40%대의 성공율을 자랑하면 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빠른 역습을 로텡을 비롯한 미들진에서 책임졌고, 그 마무리는 모리엔테스가 맡았다.
2차전 전반전의 모리엔테스는 빠른 속공의 절호의 찬스를 수차례 놓쳤다. 그러나 후반15분 모리엔테스는 멋진 동점골로 그 아쉬움을 단번에 만회한다. 후반전 모리엔테스의 동점골은 공격적 전술의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첼시는 최고의 수비형 미들인 마켈레레가 빠진 상태였고, 제레미도 혼자서 전반전에 고군분투하다 보니, 다소 지친 상태였다.
특히나 측면 돌파에 의한 속공을 모나코가 주로 추구하다 보니 첼시 수비 진영도 측면 봉쇄에 신경이 쏠려 있다는 것을 모리엔테스는 간파하고, 후반 15분 베르나르디와 환상적인 2-1 월패스로 경기를 모나코의 분위기로 만들어 버렸다. 자신들의 주 아이템이었던 후방의 롱패스에 의한 속공을 한 단계 진화시켜 빠른 월패스 전개에 의해 득점을 올린 것이었다.
프랑스-잉글랜드의 첫판은 프랑스의 승리로 끝나며, 챔피언스리그 4강에 통산 3번째 진출한 모나코가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한 첼시를 이기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루었다.
[PART 2] UEFA컵 무관의 프랑스, 다시 우승에 도전하다. 그 두번째 대결은 잉글랜드의 뉴캐슬과 프랑스의 마르세유의 UEFA컵 4강 대결이었다.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맞붙은 모나코와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록이 없듯이, UEFA컵 4강에 맞붙은 뉴캐슬과 마르세유도 UEFA컵 우승 기록이 없다. 모나코-첼시의 대결이 2위팀 끼리의 대결이라면 마르세유(7위)-뉴캐슬(6위)의 대결은 양 리그 중상위권 팀들의 대결이었다.
마르세유는 1999년 결승에 한번 올랐었지만, 이탈리아의 파르마에게 0-3으로 대패하며 준우승에 머문 기억이 있고, 뉴캐슬은 결승 진출이 역사상 한번도 없다. 4강팀이 결정나자, 그래도 전문가들은 활발한 공격력을 자랑한 뉴캐슬의 우세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양팀 감독들의 경험과 경력에서도 시즌 중반인 1월에 팀을 맞은 호세 아니고 감독보다는 뉴캐슬의 로비 롭슨 경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는 마르세유의 승리였다. 전통적인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2팀은 그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4강 진입에 성공했다. 8강에서 인터밀란을 꺽었던 마르세유는 1차전 뉴캐슬 홈 경기에서 색다른 포메이션으로 뉴캐슬을 맞았다.
아니고 감독은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4백을 버리고 3-4-3이라는 상당히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승부수를 뛰었다. 올시즌 UEFA컵에서 공격력이 강했던 뉴캐슬을 맞아 맞대응 전략으로 나선 것이었다. 1차전 승부는 0-0으로 끝났지만, 아니고 감독의 전술은 뉴캐슬을 당황케 했고, 자신들은 원정 무득점에 그쳤지만, 홈팀 뉴캐슬도 무득점으로 묶어버렸다.
1차전을 무승부로 마치고 홈으로 돌아온 마르세유는 상당히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가뿐히 뉴캐슬을 2-0으로 제압하고 결승 진출을 이루었다. 드로바 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의 맹활약도 있었지만, 마르세유라는 팀 전술 자체도 뉴캐슬보다는 한 수 위였다.
아니고 감독은 젊은 팀 분위기를 잘 활용해 선수들의 분위기를 잘 띄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1년생인 바르테즈가 마르세유 팀내에서 최고참 노장일 만큼 마르세유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용병술에 있어 재치를 발휘하는 등 마르세유의 또다른 전성시대를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연 이틀 프랑스 팀들이 잉글랜드를 격파한 탓에 적어도 리그 경쟁력에서 만큼은 한참 프랑스를 앞질러 있다고 자부하던 잉글랜드의 충격이 클 듯하다. 특히나 모나코와 마르세유가 시기 적절한 포메이션 변화로 그들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첼시와 뉴캐슬은 절대로 그들의 4-4-2를 버리지 않았고(물론 순간적인 포메이션 변화가 있었고, 포메이션만이 경기력의 전부는 아니지만..), 후반 막판 위기에 처해서 극도의 공격적인 전술로 맞섰지만, 한번 넘어간 분위기를 반전시키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듯 두 번째 대결도 프랑스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프랑스 클럽 중 UEFA컵 우승컵을 들어 본 클럽은 아무도 없다. 3번 모두 실패했다. 이번 결승전에서 발렌시아를 향한 마르세유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지, 프랑스 클럽의 3전 4기에 관심이 간다.
[PART 3] 6월 13일의 전쟁 이제 남은 대결은 바로 진짜 프랑스-잉글랜드의 대결이다. 유로2004 본선 B조에 편성된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6월 13일, 맞대결 한다. 두 팀 모두 첫 경기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최근 10년 간 전적에서는 1승1무1패로 두 팀의 팽팽한 대결이 벌어졌었다. 97년 6월 친선경기에서는 잉글랜드가 1-0으로 승리했고, 99년 2월 친선경기에서는 프랑스가 2-0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유로2000 이후 만난 2000년 9월 2일 파리 생드니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이상하게도 97년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원정 팀인 잉글랜드가 이겼고, 99년 런던 경기에서도 원정팀인 프랑스가 이겼었다. 그만큼 서로가 대결할 때는 선수들이 심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고, 오히려 원정에서 홀가분하게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결은 포르투갈이라는 중립 지역에서 대결한다. 중립 지역에서 대결한 가장 최근의 대결은 스웨덴에서 열린 유로92 본선 무대에서였다. 결과는 0-0. 역시나 박빙의 승부였다.
세계최고 이적료 기록의 지단과 세계최고의 축구 수입을 자랑하는 베컴이 두 팀을 대표한다. 수비수 부문 세계최고 이적료 1/2위도 양팀에 1명씩 존재한다. 특히나 프랑스 선수들이 잉글랜드에 많이 진출해 있어 맞대결에서 적이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아스날의 애슬리 콜-숄 캠벨은 앙리-피레-윌토르-비에이라를 막아내야 하는 입장으로 돌변하고, 첼시의 중앙수비진인 테리와 드사이-가야스도 적이 된다. 마켈레레와 램퍼드도 마찬가지다. 맨체스터 Utd에서는 네빌 형제-스콜스 등이 실베스트레-사하와 헤어진다. 무엇보다도 베컴과 지단이 동료에서 적이 된다.
그리고 또한 두 팀의 전력을 따져보면, 모든 부문에서 엇비슷하지만, 스트라이커진에서 다소 잉글랜드가 처지는 느낌이다. 2000년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앙리,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멋진 활약으로 맨유 요원이 된 사하, 유벤투스에서 점점 회복 중인 트레제게,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르샹피오나의 득점 선두 씨세, 그외에도 루잉뒬라-말레-아넬카(?) 등이 포진한 프랑스가 오웬-루니-헤스키-바셀 등의 잉글랜드보다 훨씬 무게감 있다.
그리고 골키퍼진에서 시먼 이후 확실히 그의 자리를 맡을 인물이 없다는 것도 다소간의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유럽의 주요리그에서는 그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클럽 3~4개 클럽에서 적어도 자국리그 골키퍼가 반 이상은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고, 그렇게 모두들 성장한다. 그러나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만큼은 그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
스페인의 4대 클럽인 레알마드리드-바르셀로나-발렌시아-데포르티보는 모두 자국 출신의 골키퍼들이 주전이다. 카시야스-발데스-카니자레스-몰리나가 바로 주인공들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유벤투스의 부폰과 인터밀란의 톨도는 이탈리아 핵심 골키퍼들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이에른 뮌헨의 칸, 레버쿠젠의 버트, 슈투트가르트의 힐데브란트 등이 그렇다. 프랑스-네덜란드-포르투갈-터키 등 어떤 나라를 둘러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대 클럽이라 볼 수 있는 클럽들 중에 잉글랜드 골키퍼가 주전인 팀은 없다. 맨체스터 Utd는 미국의 하워드, 아스날에는 독일의 레만, 첼시에는 이탈리아 출신인 쿠디치니와 암브로시오, 리버풀은 두덱, 뉴캐슬은 아일랜드의 기븐이 지키고 있다.
물론, 그 팀의 유망주들이 존재하고 성장하고 있지만, 시먼의 은퇴 이후부터 공백기가 너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의 골키퍼들의 실력을 폄하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리그와 구별되는 점이라 언급할 뿐이다. 프랑스가 마르세유의 바르테즈와 리용의 쿠페가 넘버원 자리를 다투는 실정과 비교해 보면 분명 잉글랜드 쪽이 열세처럼 보인다. 바르테즈가 마르세유 이적 후 점차 예전 기량을 되찾고 있다는 점이 눈에 뛴다.
그러나 잉글랜드에게도 장점은 충분히 있다. 우선 언급해야 할 부분은 프랑스의 수비의 축이 아직은 노장들에게 있는데 반해 잉글랜드는 수비수들이 상당히 젊고, 파워풀하다. 드사이-튀랑-리자라쥐가 버틴 프랑스 보다는 (물론 이들이 100% 주전은 아닐 지라도..) 캠벨이 노장 축에 들어가는 잉글랜드보다는 노쇄화되어 있다. 테리-애슬리 콜을 비롯해 글렌 존슨에 이러기까지 수비 자원은 넘쳐난다.
또한 미들진에서 제라드라는 존재는 이제 프랑스의 비에이라-마켈레레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첼시의 렘퍼드라는 존재 또한 올시즌을 통해 더욱 위력적으로 변하고 있어 유로2004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모든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랑스의 강점은 지단+아스날 선수들만 파악해도 정리될 정도인데, 올 시즌 르샹피오나 소속 클럽 들의 돌풍으로 더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말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하여간 잉글랜드-프랑스, 프랑스-잉글랜드의 제3차 대전이 6월 13일이 벌어진다. 이는 1/2차 대결과는 차원이 다른 대결이 될 것이며, 이 경기 결과가 유로2004에 대해서도 엄청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여간 1달 여 앞으로 다가온 이들의 대결, 상티니 감독과 에릭손 감독의 지략 대결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첫댓글 '지단+아스날 '이라는 말에 소름이 쫘악~
음... 프랑스도 멕세와 보움송등이 제대로만 커준다면 수비진의 세대교체는 잘될텐데..쩝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