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조형래 칼럼] ‘미스터 에브리싱’ 빈 살만이 준 충격과 선물
조형래 기자
입력 2023.12.26. 03:20업데이트 2023.12.26. 07:24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12/26/I64GDMCM3VABXPCDGTYNGKM3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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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스포츠워싱
엑스포에서 참패 안겼지만
한국 스포츠 산업에 큰 기회
네옴시티·원자력 건설 등
사우디 대개조 사업에도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
이제는 實利 챙겨야 할 때
지난 5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 힐랄과 알 웨다 간의 킹스컵 결승전에 참석한 빈 살만 왕세자./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초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날두가 사우디로 이적하자, 많은 사람이 사우디가 돈으로 축구 실력을 키우려다 실패한 ‘제2의 중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사우디의 선수 영입을 보면, 한물간 유명 선수들을 데려간 중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네이마르와 발롱도르(최우수 선수상)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 영국 축구 리그(EPL) 득점왕 사디오 마네, 스페인의 젊은 스타 후벵 네베스 등 월드 클래스 선수들과 함께, 영국인의 자존심인 스티븐 제라드까지 감독으로 영입해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엑스포 결정전에서 가장 많은 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를 위주로 영국·프랑스·스페인·브라질·세르비아·크로아티아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을 안배해 데려간 것도 눈길을 끌었다.
사우디는 또 11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엑스포 마지막 PT 영상에서는 인스타그램 팔로어(추종자) 6.1억명의 호날두를 내세웠고, 투표 전(前) 파티에는 코트디부아르의 국민 영웅 디디에 드로그바를 깜짝 등장시켰다.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일주일 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해 한 달간 휴전과 이후 내전(內戰) 종식을 이끌었다.
사우디가 엑스포 유치전에서 압승을 거둔 데에는 ‘오일 머니’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빈 살만 왕세자의 말대로 “가장 글로벌화한 스포츠”인 축구를 활용한 국제 여론전도 주효했으리라 생각된다. 자국(自國)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선수들이 사우디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사우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반전(反轉)이 있다. ‘미스터 에브리싱(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 빈 살만의 스포츠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이 우리에게 뜻밖의 기회를 제공한다. 당장 중동이 주도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내년 시즌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상위 프로팀 대항전인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상금을 지금의 3배인 1200만달러(약 160억원)로 올린다. 여기에 경기당 승리 수당, 중계권료 등을 합치면, 우승팀은 국내 프로팀 1년 예산의 2배 이상을 벌 수 있다. 지금은 대기업이나 지자체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내 프로팀을 지원하고 있지만, 빈 살만의 가세로 스포츠 관광 등 축구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덤으로 프로팀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수천억원 가치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빈 살만은 지난 9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스포츠 관광으로 사우디의 GDP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을 하든 말든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인구 대국(大國) 중국·인도, 그리고 중동·동남아 국가들의 빠른 경제 성장을 감안하면 아시아에서도 축구가 거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유럽은 축구 시장 규모가 40조원에 달한다. 올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무려 4억명이 시청했으며, 우승팀인 영국 맨체스터 시티는 이 대회에서만 8000만유로(1140억원)를 벌었다.
축구뿐이 아니다. 사우디는 2030년 엑스포와 2034년 월드컵을 목표로 1조달러(약 1300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사우디 대개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빈 살만의 브랜드인 네옴시티를 비롯해 원자력발전소 16기 건설, 리야드 레저타운 건설, 홍해 리조트 개발 등 단일 국가로는 21세기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들의 현실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과거 많은 권위주의 리더들이 그랬듯이 빈 살만도 성과로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쏟을 것이다. 게다가 그에겐 매년 순이익만 200조원을 내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와 700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가 있다.
한국은 사우디에 건설부터 친환경 에너지, 소비재·철강·자동차·반도체 등 제조 산업, IT 를 접목한 도시 인프라까지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한국 기업이 건설한 네옴시티의 첨단 경기장에서 한국 프로팀이 수억명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라. 리더는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참전해 패했다면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해 실리(實利)를 챙겨야 한다.
조형래 기자 부국장 겸 에디터
구월산77
2023.12.26 03:34:33
꿩 대신 닭이다. 닭을 더 크게 키우는거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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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안
2023.12.26 06:22:24
우리가 원자력과 전기차로 화석연료 사용 제로 국가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실제 이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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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cwleelee
2023.12.26 03:29:52
사우디가 호날두를데려가도 그나라스포츠 키우려는 빌살만의계획이다 우리가 관여할건 아닌거같다 우리는 사우디와 교역을키우면 우리목적달성이 더중요하거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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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ttK
2023.12.26 06:43:03
사우디 재정 유지하려면 유가 70불 이상에서 유지되어야하는데. 지금 쉽지 않습니다. 며칠전 앙골라 opec 탈퇴 는 사우디 현 위상을 보여주는 치명적인 사건이었죠. 사우디는 중국에 더 가까워졌으며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건 수주 도 수주겠지만 리스크 관리입니다. 이 기사는 현 사우디 상황을 겉으로만 보이는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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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은 싫어요
2023.12.26 07:49:33
미스터 에브리싱의 네옴시티 성공 할 것인가? 상상이 현실이 될까? 일반인으로 써는 상상이 가질 않는다!! 온실? 우리나라에서는 한동훈이 에브리싱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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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할머니
2023.12.26 07:28:46
엑스포 유치전에서119의 숫자를보고 참으로 놀라웠다.오일머니가 위대하다해도 그래도 폐쇄되어있는 많은것을 가진 사우디가 동조를받은 나라숫자가 이렇게 많다니 생각했다.동남아가 유럽과 버금가는 발전하는것에 딴지를 걸 필요는없다.우린 사우디에서 많은것을 때내서 이나라 경제발전에 또한번의 획을 그어주어야한다 생각하기에 빈살만의 만용이라고 생각지앓고 우리도 많은 득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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