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아시아컵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큰 비중을 갖지 않는 대회였다. 농구 단일 종목 중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위상을 갖는 농구 월드컵조차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컵과 아시안게임이 연이어 벌어지는 해에는 아시안게임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춰서 대표팀을 운영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아시아컵이 올림픽 예선을 겸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컵에서 성적을 내야 16개 팀이 다투는 올림픽 최종 예선에 진출할 수 있다. 게다가 아시아컵에는 오세아니아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참가한다.
쉽지 않은 경쟁이다. 선수 대부분이 쉬다가 들어와서 몸을 만드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 반면, 소집 기간은 예년보다 길지 않아 시간적으로 촉박한 것도 사실이다.
정선민 한국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 대부분이 시즌을 마치고 휴가 중에 소집이 된 상황이라 몸 상태가 걱정이다. 일단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서두르고 싶지만 아직은 몸이 만들어지는 단계이니 부상 없이 선수들이 올라오는 게 필요하다. 포커스는 아시아컵에 맞추고 있고, 전체적인 부분은 6월 초 라트비아 평가전을 다녀오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진이 빠진 가드 포지션에 대해서는 "박지현과 이소희가 조금 더 해주고, 중요할 때는 이경은이 조율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안혜지도 있고, 신지현은 1-2번을 모두 봐야 한다. 적절하게 시간 분배를 하면서 선수들을 활용하는 게 내 몫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평균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훈련 분위기는 활기가 넘친다.
정 감독은 "아무래도 안정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젊다보니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차다.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눈치 보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하는 의지들이 좋다. 그렇다보니 분위기가 밝고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졌다. 그는 "이소희는 2-3번 자리에서 강이슬의 백업, 혹은 강이슬과 함께 활약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이해란도 4번이나 3번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가져가면서 뛰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2명의 선수 전원이 함께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베테랑인 이경은과 주장 김단비는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고 있다.
정선민 감독은 "이경은은 고질적으로 무릎에 부상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김단비는 시즌을 마친 후 휴가 중이다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몸이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다. 특별히 어디가 안 좋거나 아픈 건 아니지만, 갑자기 훈련을 시작했기 때문에 버거운 부분이 있다. 본인 스스로 아시아컵에 포커스를 맞춰서 몸을 만들겠다고 해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면 과제는 아시아컵 4강이다. 내년 7월에 열리는 제33회 파리 올림픽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강호에 호주, 뉴질랜드 등이 참여하는 이번 아시아컵에서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정 감독은 "아무래도 뉴질랜드와의 경기가 가장 관건이다. 뉴질랜드도 세대교체 시기에 있다고는 하는 데,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에 나오지 않고 있어 자료나 경기 영상을 구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 이미 호주에서 전지훈련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팀 중 선수 명단이 발표된 나라는 아직 우리나라 뿐이라, 당장은 다른 팀을 연구하기 보다는 우리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의 아시안게임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정선민 감독은 "아시안게임 준비는 8월 중순부터 진행될 것이다. 일단 아시아컵을 마치고 소속팀에서 훈련을 하다가 소집되는 만큼 선수들의 몸 상태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태일 것이다. 이번에는 박신자컵이 국제대회로 조금 더 경쟁력 있게 진행되는 만큼 대표선수들도 그 기간에는 소속팀에 복귀했다가 돌아온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시안게임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아시아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