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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새 명물 천사대교 유달산 해상케이블카
2019. 9. 금계
전라남도 신안군은 유인도 무인도 합쳐서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천사의 섬’이라 불리게 되었다.
지난 설 연휴 때 우리 가족은 임시 개통한 천사대교를 구경하기 위해 차를 몰았지만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면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하여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되돌아 와버렸다.
7월 말에 서울에서 윤 선생이 놀러왔다. 우리 둘은 한가로운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면 신석리 오도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그 선착장은 예전에 신안군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자은도 사람들이 배를 타고 목포로 왕래하던 곳이었다. 이제 천사대교가 놓였으니 배 대신 차를 몰고 시간을 단축하여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압해도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천사대교는 2019년 4월 4일 개통되었다. 공사비 5814억. 총연장 10.8km. 해상 연결구간 7.2km. 다리 폭 11.5m. 주탑 최고 높이 195m.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네 번째로 긴 해상 교량. 사장교(주탑에서 강선 가닥을 비스듬히 설치해서 당기는 방법)와 현수교(주탑끼리 빨랫줄처럼 케이블을 연결해서 케이블에서 다시 수직으로 줄을 늘어뜨려 당기는 방법) 공법 동시 적용.
다리 위에서는 60km로 속도제한. 구간 단속 시행중. 다리가 까마득하게 높아 마치 케이블카를 타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 심심찮고 재미있다. 눈 아래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여기저기 흩어진 섬들이 시원하고 장쾌하다. 웅장하게 솟은 주탑을 향하여 비스듬한 가풀막을 올라갈 적에는 마치 천국의 문에 들어서는 듯 아득하고 현란한 어지럼증이 밀려든다. 영종대교나 서해대교를 지나갈 때와는 사뭇 다른 허허로움과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나그네의 넋을 빼놓는다.
오도 선착장 정자에서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쉬고 있다.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지나 200m쯤 가면 오른쪽에 화장실 안내판이 보이고 우회전 또 우회전해서 내려가면 오도선착장이 나온다. 거기에는 화장실도 있고 여기저기에서 주전부리도 판다.
천사대교는 그냥 쉭 지나가버리면 별 감흥이 없고 반드시 이 오도 선착장으로 내려와야 다리의 전모가 보이고, 다리가 얼마나 웅장한지 얼마나 넋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암태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김환기 화백의 생가를 들렀다가 보랏빛 민가 지붕들이 반기는 퍼플교로 갔다.
길이 1462m의 나무다리를 지나니 박지도가 나왔다. 포장마차 천막 너머 질펀하게 드러누운 물 빠진 갯벌이 황량하고 허허롭다. 난생 처음 만나는 풍경, 낯선 허허로움과 외로움이 과객의 누선을 자극한다.
암태도 추포 해수욕장. 다른 해수욕장 같으면 성수기라 수영객들이 득시글거릴 때이지만 추포는 외딴 곳이라 그런지 모래사장을 거니는 피서객 몇이 보일 뿐 한산하기 그지없다. 나는 조금쯤 쓸쓸한 해수욕장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바닷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윤 선생 덕분이다. 개헤엄을 치다가 밖으로 나오니 윤 선생이 피부에 좋다면서 물속에서 한 움큼 퍼낸 개펄을 온몸에 처발라준다.
벌써 10여 년 지난 옛날이던가. 그 시절에는 이렇고 웅장하고 호화찬란한 천사대교가 없었다. 나와 윤 선생은 목포에서 몰고 온 승용차를 압해도 송공항에서 배에다 싣고 이곳 오도 선착장에서 내려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 네 섬을 구경했다.
자은도에는 해수욕장만 해도 열 곳이 넘는다. 우리는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분계해수욕장을 구경했다. 해수욕장 초입에는 드문드문 정자가 서 있는데 그 중 한 곳에 중년 남녀가 여남은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주고받으며 열 걸음쯤 나아갔는데, “아저씨들, 한 잔씩 허고 가이씨요.” 뒤통수로 기다리던 말이 날아왔다.
자은초등학교 동창생들이라 했다. 동창회를 마치고 뒤풀이 중이라 했다. 때는 바야흐로 5월, 병어 갑오징어 철이었다. 스티로폼 상자에 채운 얼음을 헤치고 새 손님이 왔다고 도톰한 병치와 갑오징어 한 마리씩을 꺼내 뭉텅뭉텅 썰었다. 소주에다 생선회에다 아주 그냥 맛이 죽여줬다. 그 뒤로 나는 자청해서 자은도 아저씨들 아짐씨들 인심이 지구상에서 가장 좋더라고 입이 닳도록 홍보대사가 되었다.
이제 천사대교 덕분에 찻길이 자은도까지 열렸으니 서울에 사시는 분들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꼭 한 번은 분계해수욕장에 들러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셔도 좋으리라. 또 요즘에는 자은도 서북쪽 둔장 해수욕장에 무한의 다리(1004m)가 생겼다니 해질녘에 산책을 즐겨도 좋으리라.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 안좌도 팔금도 자은도에 다다르면 관광명소가 어디어디인지 궁금하시면 오시기 전에 꼭 인터넷을 검색하시라.
또 천사섬 시티투어 버스도 있다. 매주 금토일요일에 목포역에서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천사대교, 퍼플교, 김환기 생가, 분계 여인송숲, 에로스 서각 박물관으로 돌아오는데 7시간 걸린다고 한다.
추석 연휴에 광주 일곡동 사는 둘째아들, 둘째며느리, 손자, 손녀가 내려왔다. 추석날 아침을 먹고 우리는 새로 개통한 유달산 케이블카를 타러 나섰다. 목포 해상케이블카 북항 스테이션 앞 주차장. 차들이 빼곡히 들이찼다. 북항이라 했지만 정확히 북항은 아니고 북항에서 유달산 어민동산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았다. 건너편 산 노란 지붕이 ‘리라 유치원’.
스테이션은 ‘정류장’, '승강장‘, 케이블카는 ‘밧줄차’ 또는 ‘줄차’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승강장 밖에 기다리는 줄이 그다지 길지 않아 냉큼 타기로 했다. 그것이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가만히 헤아려보니 어림짐작으로 1분에 한 대씩 출발한다고 가정해도 한 대에 열 명씩 타면 한 시간에 얼추 7-800명, 열 시간이면 8000명쯤 타겠다.
30분쯤 기다리면 탈 수 있겠지 했는데 탑승장이 있는 2층에 올라가보니까, 오메 오메, 겹겹이 동앗줄 사리듯 포개진 줄이 끝도 갓도 없다. 거기서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린 뒤에야 겨우 케이블카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 마나님과 손자.
밧줄차 창밖으로 목포 시가지가 보인다. 기다리다 지친 모양인지 낯빛들이 그리 좋지 못하다.
우리 아들, 며느리, 손녀.
밧줄차는 유달산을 향하여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한다. 다행히 날씨가 화끈하게 더울 정도로 화창하다. 그래도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산바람이 에어컨보다 시원해서 좋다.
밧줄차에서 내려다본 목포 시가지 모습. 여기가 바로 원도심이고, 산 너머 희미하게 하얀 아파트들이 하당, 남악 신시가지이다.
유달산 이등바위. 바위 너머 오른쪽에 보이는 바다가 북항 언저리.
유달산 일등바위 바로 아래의 마당바위. 어렸을 적 우리 아들들과 저 마당바위에 오르면 아이들이 무서워 벌벌 떨며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빡빡 기어 다녔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고소공포증이 심했다. 세상 오래 살다보니 겁 많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밧줄차는 흰색과 빨강색이 있는데 흰색은 바닥에 크리스탈이 깔려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빨강색은 22000원, 흰색은 27000원. 빨강색은 40대, 흰색은 15대, 도합 45대. 목포시민들은 18000원으로 깎아준단다.
앞에 보이는 바다가 목포항. 유달산 일등바위 왼쪽 능선에 세워진 건물이 밧줄차 중간 정류장. 기껏해야 일등바위가 해발 228m이지만 저 중간정류장에 내려서 올라가면 훨씬 땀을 덜 뺄 수 있다.
오늘은 탑승객들이 정신없이 많으니까 중간 정류장에서는 내리지 말고 그냥 통과하란다. 중간 정류장을 지나 각도를 꺾으니 능선 너머로 푸른 바다와 목포대교와 다도해 섬들이 확, 눈을 사로잡는다. 어허, 거참, 시원하고 웅장하도다. 자연의 대서사시가 거침없이 펼쳐지는구나.
목포항 바다 건너 왼쪽 조금 큰 산이 목포 팔경으로 꼽히는 아산춘우(牙山春雨). 아산 오른쪽이 용댕이 해역사령부. 밧줄차 탄 기분하고 패러글라이딩 타거나 낮게 나는 잠자리비행기 타는 기분이 엇비슷할 것이다.
여기가 삼학도. 뒤쪽이 대삼학도, 가운데가 중삼학도, 오른쪽 작은 곳이 소삼학도. 예전에는 제분공장, 식당, 주점이 즐비했는데 돈을 많이 들여 모두 철거하고 삼학도 공원, 난영공원을 조성하고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어린이 바다과학관, 요트 계류장, 보트 체험장 등이 들어섰다.
밧줄차가 서서히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져 내려간다. 가운데 기다란 섬이 고하도. 용의 등허리를 닮았다 해서 맨끝을 용두(용머리)라 부르며 목포팔경 용두귀범(龍頭歸帆)이라 한다.
드디어 밧줄차가 바다 위를 건넌다. 오메 존 거, 오메 존 거. 두 시간이나 고생 고생 기다린 게 전혀 억울하지 않다. 목포대교 위로는 자동차가 달리고 그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우리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통통배는 기운차게 하얀 물살을 가르며 먼 바다를 향하여 줄달음질치고, 왼쪽 용머리에서는 아주 작은 통통배가 희미한 물살을 뒤로하고 목포항 쪽으로 달려온다. 그야말로 누구 말마따나 뷰티풀하고(아름답고), 원더풀하고(놀랍고), 판타스틱했다(환상적이었다).
바다에서 바라본 아리랑고개. 찻길 왼쪽이 다순구미(온금동)이고, 오른쪽이 서산동이다. 온금동에는 영화 ‘1987년’을 찍었다는 ‘연희네 슈퍼’가 있고, 서산동에 보이는 건물은 서산초등학교.
밧줄차에서 바라본 유달산 일등바위와 왼쪽 이등바위. 아래 신안비치호텔.
고하도 승강장에서 내려 가족사진.
아이들은 번쩍번쩍 자란다. 10여 년 전에 내가 손수 우유 끓여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던 똘남이는 벌써 중학교 1학년이 되었고, 두 살 터울인 똘란이는 5학년이 되어서 추석이라고 할아비 할미를 보러 왔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이 자라도록 삶을 허여해주신 조물주한테 깊이 감사드린다.
밧줄차 고하도 승강장에서는 마술사의 고리 끼우기 마술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신기한 눈초리로 지켜보았다. 아무리 마술이 눈속임이라지만 도대체 단단한 쇠고리를 어떻게 끼우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겄다. 언젠가 전문가한테 단단히 캐물어봐야겄다.
고하도 승강장에서 또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야 북항으로 되돌아가는 밧줄차에 오를 수 있었다. 인내는 쓰디쓰고 열매는 달디 달았다.
우리의 귀로를 반겨주는 유달산 일등바위, 이등바위
배 세 척 있는 뒤쪽 건물들이 유달산 기슭 목포해양대학교.
손에 스칠 듯 가까운 일등바위.
내가 오르내리느라 땀깨나 쏟았던 이등바위.
압해도와 천사대교로 향하는 압해대교.
북항 승강장 가까이에서 건너다본 목포대교.
정작 밧줄차를 타는 데에는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그걸 타려고 다섯 시간이나 허비했다. 며느리는 케이블카에 질려서 앞으로는 ‘케이’라는 말이 들어간 ‘케이크’도 먹지 않겠노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요즘 견딜성이 부족한 아이들이다 보니 우리 똘남이 똘란이도 오늘을 교훈 삼아 인내심이나 많이 길러졌으면 그나마 다행이겄다.
작년에 돌아가신 목포 환경운동의 선구자 서한태 박사님께서는 228m밖에 되지 않는 유달산을 그냥 올라 다니지 뭘라고 빨랫줄 늘어놓은 것처럼 보기 싫게 쳐놓고 자연경관과 환경을 훼손시키느냐고 30년 동안이나 반대하셨고 나도 동조하였지만 설치해놓고 보니 영락없이 빨랫줄 같다. 그러나 막상 타보니 아주 환상적이었다. 기왕에 설치했으니 이제부터는 영업이 잘 되고 천사대교와 더불어 관광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나도 해남, 여수, 통영, 내장사, 설악산, 그리고 만리장성, 계림, 장가계, 그리고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등지에서 케이블카를 타봤지만 유달산 해상 케이블카는 그 현대적 시설이나 규모, 주위 경관 등으로 볼 때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목포 해상 케이블카에 감탄한 글들이 많이 올라와있었다.
천사대교나 목포해상케이블카 사진을 더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인터넷을 검색해보시기 바란다. 비싼 카메라로 찍은 선명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많이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다.
목포는 광복 직후에도 20만이었고 지금도 23만 명이다. 여러 이유로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목포가 숨겨진 땅, 약속의 땅, 미래와 희망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게다가 무안 국제공항, 서해안 고속도로, 순천 고속도로, 목포 신외항, 호남 고속철도가 갖춰져 있고 이제 또 보성으로 철로를 놓고 있다. 완도 진도 해남 영암 무안 신안 등 목포 광역권에도 수많은 관광 자원이 널려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잘만 꿴다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