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윤배 조선대 교수
현재 국내 대학에서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는 모두 7만2000여명으로 전국 4년제 대학 전체 강의의 절반이 넘는 55%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시간당 받는 강사료는 3만5000원에서 6만4000원 수준이다. 이번에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시간강사도 교양 영어를 주당 10시간 가르치고 언어교육원 강의까지 맡았지만 한달 수입은 150여만원에 불과했다.
시간강사들에 대한 법적 지위 개선, 처우 개선은 대학의 재정 형편 등을 이유로 늘 유보되거나 무시되어 왔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을 최대한 이용하면서도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변명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시간강사들은 교원(敎員)이 아니라고 내치고 있다.
지난 3월 안병만 교과부장관은 "대학 강사들이 강의만으로는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며 "강사들이 기간제 교수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강사들이 기간제 교수로 전환되더라도 법적 지위가 교원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 처우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간제 교수는 비정규직이어서 안정적인 직장도 아니다. 기간제 교수는 정해진 기간만 강의하는 계약직으로 대학측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고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강사들의 교원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정년 보장 교수와 비정년 보장 교수로 구분할 뿐 교원 지위는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학 교육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학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간 강사료를 현실화해야 한다. 강사들이 교원 지위를 갖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고 4대 보험 보장 같은 실질적인 처우 개선책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대학의 법정 교수 확보율 기준을 높여 전임 교수 자리를 늘리고 시간강사들이 전임으로 임용될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전임교수 임용을 가급적 억제한 채 초빙교수나 겸임교수 제도를 확대하며 악용하고 있다.
지금 당장 대학들이 교수 확보율을 올린다거나 시간강사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 문제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간강사들의 강사료 일정 부분을 국가 예산에서 맡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공공성(公共性)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번에 자살한 시간강사는 '교수가 되려면 1억원이 든다'라고 대학 비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겼다. 모든 대학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교수 채용 비리 수법이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교수를 뽑을 때 돈을 주고받거나 등록금을 횡령하는 등 부정 비리를 저지른 대학은 법적 책임을 묻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대학이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제 역할을 못한다면 사회와 나라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