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한시간을 들여야 갈 수 있는 덕적도
예전에는 똑딱선을 타고 6시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그곳이었는데
이제는 쾌속선이 한시간여를 달리면 닿는 곳이다.
이곳에서 다시 덕적군도를 도는 나래호를 타고 날자를 잘 맞추면 30분
짝수날이면 2시간이 걸려야 도착하는 곳이 굴업도다.
덕적군도를 이루고 있는 문갑도, 선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 굴업도를 도는 도선인 나래호는
짝수날은 문갑도를 선두로 굴업도를 마지막으로 홀수날은 굴업도를 선두로 문갑도를 마지막으로 들른다.
인천연안부두를 떠난 여객선이 제일 먼저 만나는 관문은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인천대교이다.
인천대교를 지나면 인천의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한국 최초의 서양식 등대가 설치된 팔미도를 지난다.
멀리 덕적에서 보면 섬 한가운데 이정표처럼 서 있는 팔미도
등대를 설치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팔미도와 무의도 사이로 여객선이 지나 자월도 쯤을 갈 때 동쪽으로 영흥도 남동발전의 화력발전소에서 하연 연기가 솟아난다.
아침 햇살과 어우러져 피어나는 연기에서
누가 미세먼지의 끔직함울 떠 올리겠는가?
악마의 마음도 숨겨버릴만큼 아름다운 미소처럼 남동발전 영흥화력에선
연간 500여톤의 초미세먼지가 공기를 타고 수도권으로 퍼지고 있다.
승봉과 이작을 오른쪽으로 두고 배는 계속 나아가 덕적군도의 한 섬 소야도에 닿는다.
소야도와 덕적도를 잇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두 섬의 거리는 배로 5분거리 충분히 이을 필요성이 있지만
바다를 흉물스럽게 가르는 다리 지주를 보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제 나래호를 타야하는데 4월부터 10월까지 성수기의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한 편만 운행하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있다.
대부도 방아다리 부두에서 떠나는 카페리 도착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빈 자투리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여행의 재미
부둣가 찻집을 들른다.
찻집에서 오랫만에 고누놀이를 한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일 것 같기도 하고 아들 키울 때 함께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한 기억의 끝을 잡고 선배와 함께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
말 하나를 옮길 때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는 척 하니
어른이 된 느낌이다.
나래호 뱃시간에 맞춰 승선을 하고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사 온
회와
일행 중 한 분이 어제 백령도에서 가져 온 굴로 빈 속을 달랜다.
다행히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씨가 덕적군도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낸다.
문갑도를 먼저 들르고 이어서 선갑도를 지난다.
개인 소유의 무인도이지만 덕적군도의 진산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를 간직하고 있는 선갑도
바위와 소사나무가 어우러져 인왕산 같은 느낌을 주는 섬이다.
이 섬이 있어 덕적군도의 풍경은 든든하다.
그런데 이 섬을 채석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빼어남으로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바위로 아름다운 섬이 그 바위때문에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바다와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겠다는 인천시장의 정책이 몇년 동안 수조원의 예산을 쏟겠다는 정책이
겨우 섬 하나를 지키지 못하는 헛공약이 될 지경이라면
그래서 아름다운 덕적군도의 든든한 배경이자 정신적 지주를 잃어버린다면
앞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선갑도를 바라보는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선갑도
선갑도를 지나고 만난 무인도
에너지 자립섬인 지도를 들러 도착한 울도
새로 쌓은 방파제와 선착장 때문에 느낌이 새롭다.
울도 등대에서 조망하는 덕적군도의 풍광이 멋졌던 기억이 새롭다.
백아도와 울도 앞에 펼쳐진 장구도
1990년대에 이곳 덕적군도에는 염소를 방목해서 길렀었다.
특히 이 섬은 무인도로 한 가구만이 살면서 염소를 길렀었다.
온 섬을 누비던 염소떼가 장관이었지만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어
모두 이곳 섬에서 �i겨 갔다.
하지만 아직 몇몇 섬에는 야생화된 염소떼가 무리를 지어 인간이
놓은 올무를 피해 절벽에 서식하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선갑도
이렇게 선갑도는 덕적군도 어디에서나 보이고 모든 섬의 든든한 뒷배가 된다.
굴업도의 관문처럼 서 있는 선단여
선단여를 뒤로 하고 이제 굴업도로
굴업도는 한때 민어파시가 섰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때도 있었다.
업드려 일�� 하고 있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이름 붙은 굴업도
두 개의 섬이 오랜 시간동안 해풍과 조류에 밀려 온 모래로 인해
하나의 섬이 되어버렸다.
두 개의 섬을 이은 목기미 해안은 한쪽은 긴 백사장과 한쪽은 뻘이었으나 바람을 타고 넘어 온 고운 모래로 덮여 이제 뻘은 흔적처럼 남아 있다.
굴업도는 동쪽은 연평산과 덕물산(해발 138미터 덕평산이라고 부른다)이 서쪽은 마을과 발전소가 있고 서해낙조를 즐길 수 있는 개머리능선, 선착장 인근 동뿌리 조수간만이 크게 차이나는날 썰물이면 연결되는 토끼섬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시 20분 쯤 굴업도에서 내린 사람은 우리 일행과 한 부부 뿐이었다. 그런데 그 분들도 우리랑 같은 집 손님이다.
굴업도에 도착했으니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
오늘 묵기로 했던 전 이장댁이 차려준 밥상을 받는다.
굴과 박하지 게무침과 냉이무침, 가시리 등 굴업도에서 채취한 것으로 꾸린 밥상은 이 곳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진수성찬이다.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싹싹 비워내니 이제야 섬을 즐길 준비가 된다.
오늘 물때로는 토끼섬을 갈 수 없다는 이장님댁 사모님의 말을 뒤로하고
혹사나 하면서 굴업해수욕장 끝 동뿌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굴업해숙욕장 저 멀리 선단여가 보인다.
토끼섬이 보이는데 아직 육지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바닷가로는 아직 물이 덜 빠져 산으로 우회해 간다.
토끼섬과 본섬 사이에는 바다가 냇물처럼 흐른다.
동뿌리 가는 길에 산에서 마주친 엄나무 굵기가 대단하다.
굴업해수욕장 전경
일행 중 두 분이 산 위로 올라갔는데 결국 그 끝 절벽에서 토끼섬만 내려다 보고 되돌아 나왔다.
아쉬운 마음만 토끼섬에 두고 돌아나오는 길
이제 개머리능선을 향해 올라간다.
개머리 능선 초입에 내려다 본 굴업해수욕장과 토끼섬
개머리 능선 아니 굴업도의 주인은 사슴이다.
가는 길에서 본 사슴만 스무마리 남짓이다.
섬 전체로는 1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얼마전 난 산불로 능선의 일부가 불에 탔다.
바람이 많이 불어 능선을 타고 넘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일부러 태우기도 하는 곳도 많으니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산불 난 곳에 피어날 들꽃의 향연을 기대해본다.
우물터엔 사슴 발자국만 어지럽다.
이런 우물이 있으니 사슴도 살아갈 수 있다.
선갑도가 무인도를 감싸듯 서있다. (뒤에 보이는 큰 섬이 선갑도)
능선 뒤로 보이는 토끼섬
오늘 온 이유 중에 하나
백패킹의 유행으로 수많은 야영팀이 싸질러 놓고 가는 인간의 똥
똥보다 더한 것은 썩지도 녹지도 않는 물휴지
가지고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플랭카드
개머리능선에서 기대한 일몰은 점점 더 짙어지는 해무와 구름으로
기대를 저버린다.
이 정도 일몰풍경이 오늘의 끝
더 이상 해도 노을도 힘을 잃고
구름에 가려 사라져버렸다.
해거름에 내려와 저녁 식사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첫댓글 무슨일인지 몰라도 조으네.
멋진풍광과 마치그곳을 간듯한 친절한 글재미도 뛰어나는군.
조으다니 조으네
댓글 단 당신 새해 복 있으라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