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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39cyber 원문보기 글쓴이: 愚礎 이용수
선(仙)마을 촌장 된 이시형 박사의 한국 사회 진단 “우울한 시대 이기려면 씹고 걷고 심호흡하라” |
안기석│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
‘대한민국 정신건강 전도사’를 자임하며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이시형 정신과 전문의가‘세로토닌문화운동’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을 맡고 있는 이시형 박사를 만나 엔도르핀 중독상태에 빠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처방책을 들어보았다. |
21세기 들어 대한민국 민심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진출 드라마로 흥분의 정점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9월 이후 세계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으면서 대다수 국민은 심각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또 최고의 인기스타가 자살하는가 하면 급기야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까지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여러 전문가는 나름대로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인 진단과 함께 분석을 내놓았다. 민심이 방황하는 것은 일방통행식의 정치적 리더십과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 국민 ‘마음의 행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틀에서 진단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발독재 시절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화두로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인 이시형 박사를 7월4일 오전 11시경 그가 촌장으로 있는 ‘힐리언스(healience) 선(仙)마을’(강원 홍천군)에서 만나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산자락에 7개동 44개의 객실이 아담하게 자리 잡은 이곳에서 이 박사와 점심식사를 함께한 후 인터뷰에 들어가려고 하자 이 박사가 ‘제동’을 걸었다. 낮잠을 자고 나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낮잠은 정신건강에 중요한 ‘짧은 휴식’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기자는 승효상 건축가가 친환경적으로 설계했다는 선마을 시설물을 둘러본 후 오후 2시부터 선마을 촌장실에서 인터뷰에 들어갔다. ▼ 언제부터 선마을 촌장이 됐습니까. “1년 반 됐어요. 여기 계속 머무는 것은 아니고 주중에는 서울에 있다가 주말에 들어와 강의도 하고 여기에 머무는 사람들과 산책도 하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선마을에서 1박 하며 관찰한 결과 촌장은 방문객들의 모든 면을 배려하는 ‘다기능’ 역할을 맡고 있었다. 새벽에는 방문객들과 함께 뒷산을 산책하면서 자연의 소리를 깨닫게 해주는 ‘도사’가 되었다가 식사 때는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이나 와인을 대접하는 ‘호스트’로 변신하고, 강의 시간에는 ‘뇌과학자’로 학생을 가르치다 밤에는 인디언식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추장 할아버지’로 변했다. ▼ 주말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줄 알았는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활동하면 힘들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은 워낙 공기가 좋아 오히려 힘이 납니다. 그리고 평소에 10층 이하는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단련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 다리를 보고 축구선수 다리 같다고 해요. 제 바이오에이지(건강 나이)는 45세입니다.” 올해 75세인 이 박사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이 박사는 미소를 머금고 바지를 걷어 올려 탄탄한 근육질의 다리를 보여줬다. 세로토닌은 행복씨앗 ▼ 선마을은 공기 좋은 곳에 조용한 쉼터를 갖췄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가, 스트레칭 같은 프로그램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2,3일 동안 여기에 머물면서 무슨 특별한 변화가 생기겠습니까. 그러나 여기에 머물며 강의를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자신의 식생활에서 무엇이 잘못된 습관인지 깨닫게 됩니다.” ▼ 이곳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가 무엇입니까. “자연성 회복이지요. 여기에서 새소리 물소리 들으면 마음이 절로 편해지잖아요. 일상생활에서는 베란다에 꽃이 피어도 바빠서 볼 겨를이 없잖아요. 이곳에서 자연을 느낀다는 것 자체로 치유가 되고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이 생기는 겁니다. 세로토닌의 보고(寶庫)는 자연입니다. 명상이나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을 벽에 걸어놓는데 참 좋습니다. 마음이 편안하다는 게 바로 세로토닌 상태거든요.” 이 박사는 ‘세로토닌’이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는 기자의 궁금한 표정을 읽었는지 다음날 오전 세로토닌 강의를 들어보길 권했다. 그는 강의에서 ‘마음’은 막연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물질이며 에너지’라고 강조하면서 마음과 관련된 호르몬과 뇌신경전달물질 중 노르아드레날린, 엔도르핀, 세로토닌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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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仙)마을 촌장 된 이시형 박사의 한국 사회 진단 “우울한 시대 이기려면 씹고 걷고 심호흡하라” |
▼ 사회정서 상태 변화의 굴곡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조울증이 심합니다. 고저의 차이가 현격합니다. 조증기에는 잘하다가도 울증기에는 침체상태에 푹 빠져버리지요. 물론 또다시 일어서기도 잘합니다. 그러나 울증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차분하게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과격했잖아요. 정치권에서는 물리력을 동원해 싸우고 노사는 싸움이 붙었다 하면 유혈참극이 일어나고….” 우리 사회의 병리는 과격과 중독현상 ▼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모두 짧은 시기에 압축적으로 달성하려다 보니 그 후유증으로 생긴 현상이 아닐까요. “20세기 산업시대 후발국가로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선 뛰고 본 겁니다. 치밀한 계획이 없었죠. 그러니까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진 겁니다. 그뿐인가요. 우리 사회는 24시간 경쟁체제입니다. 뇌과학적으로 말하면 공격적인 성향의 노르아드레날린 상태였습니다. 지느냐 이기느냐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격정적이었지요. 이 때문에 고도성장도 할 수 있었지만 실패도 많았죠. 또한 경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술과 담배 중독, 도박 중독, 아이들의 인터넷게임 중독, 여자들의 쇼핑 중독 등 엔도르핀 중독 상태에 빠졌어요.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이 담배를 많이 피웁니다. 30대 남성들이 술을 많이 마십니다. 사회정신의학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이런 증상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20세기 한국 사회의 증상들인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정신병리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너무 과격하고 폭력적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중독현상이라는 것. 고도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빨리빨리’라는 구호를 외치다 보니 국민의 뇌에 노르아드레날린이 넘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엔도르핀이 넘치는 것을 찾는 사회적 시스템이 고착됐다는 것이다. ▼ 노르아드레날린 과잉 분비와 엔도르핀 중독이라는 악순환이 국민의 육체적 질병과도 직결됩니까. “그렇습니다. 고혈압과 위궤양으로 연결됩니다. 24시간 비상사태에서 공격적이고 경쟁적으로 살아야 하니까 만성스트레스에 시달리죠. 교감신경이 만성적으로 흥분해서 항상 싸울 준비를 해야 하니까 스트레스와 직결됩니다. 만성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배가 나오고 대사증후군에 걸립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해소하려면 술뿐입니다. 술로 풀려니 점점 심각해집니다.” ▼ 특히 어떤 세대가 가장 심각합니까. “40대 남자들이지요. 40대는 속으로 썩고 있습니다. 술, 담배, 과로,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 이 다섯 가지가 나라의 기둥인 한국의 40대 남자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사회가 보호해야 합니다. 예전에 술상무란 표현이 있었는데 지금도 쓰일 겁니다. 폭탄주 문화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음주습관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새벽 1, 2시까지 마시니 가정생활이 행복하겠습니까. 2007년도 세계비뇨기학회 공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성만족도가 세계에서 제일 낮습니다. 세계 평균이 60~70%인데 한국 남자는 9%, 여자는 7%입니다.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그러면 남자는 발기가 안 되고 여자는 액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성적 불만족이 그렇게 많은 겁니다.” 세로토닌문화와 엔도르핀문화 그는 세로토닌운동의 중요성을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설명했다. 일본의 심리학자 오다 신 교수는 엔도르핀문화가 스페인의 투우같이 격정적인 지중해문화라면 세로토닌문화는 동양의 다도(茶道) 같은 선적인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엔도르핀문화가 지배했어요. 바에 가서 광란의 밤을 보내야 논 것 같고…. 이런 놀이문화는 휴식이 아니라 중노동입니다. 그렇게 새벽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오면 얼마나 지치고 허탈합니까. 그 다음날은 피곤하지요. 지금까지는 스트레스를 풀려니 그런 문화도 필요했지요. 이제는 세로토닌문화도 적절하게 가미해야 합니다. 동적인 공연문화와 정적인 전시문화를 적절히 병행해야 합니다. 세로토닌문화가 너무 약하니까 인문학도 죽는 겁니다. 세로토닌문화가 있어야 나라의 품격도 올라갑니다. 나라의 품격이 올라가야 우리나라 상품이 제 가격을 받아서 외화를 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프랑스제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질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문화의 차이 때문입니다.” ▼ 우리 사회도 요즘 걷기여행 붐이 이는 등 세로토닌적으로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흐름이 빠름에서 느림으로, 동(動)에서 정(靜)으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 급하게 달리는 사람 보기 어려워요. 모두 걷잖아요. 달리기는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엔도르핀을 분비합니다. 마라톤은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도파민은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사이에 해당하는 물질입니다. 패스트푸드가 철퇴를 맞고 ‘대장금’이 심금을 울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대장금은 드라마도 잘 만들었지만 인간미가 묻어나 세계적인 흐름을 타는 겁니다. 물 한 그릇을 떠도 정성껏 뜨잖아요. 이런 모습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겁니다. 우리 사회도 엔도르핀에서 세로토닌으로 서서히 문화시프트가 일어나는 겁니다.” 그는 전혀 선정적이지 않은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흥행한 것이나 동적인 개신교 신자 수는 줄고 정적인 가톨릭 신자 수가 늘어나는 것도 세로토닌문화 확산의 한 예로 인정했다. ▼ 우리 사회에서 어떤 분야가 아직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평소에 선진국이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옛날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됐지요.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유권자의 표를 부정하게 모았다가 금배지 날리지 않습니까. 이제 노조가 과격한 투쟁을 하면 국민은 외면하고 외국자본은 철수합니다. 정치인집단과 노조 두 이익집단은 이것을 모르는 겁니다.” 이른바 ‘사회정서 상태’, 쉽게 말하면 민심의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 두 집단일 것이다. 우선 정치인들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仙)마을 촌장 된 이시형 박사의 한국 사회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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