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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랑의 딜레마
방송일: 20050817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김 지 선
씬1/ 녹음실(D)
미자, 올드미스 다이어리 녹음 중이고
현우, 지영 부스 밖에 있다.
미자 마지막 곡은 음... 서초동 사시는 자기가 쌍문동 사는 자기한테 보내는 곡이군요. 그룹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 지금까지 프로듀서 지현우 진행에 최미자였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음악 깔리면 흥얼거리며 밖으로 나오는 미자
지영 이거 앞에 자긴 지피디고 뒤에 자긴 최미자구만?
미/현 (머쓱한 미소)
지영 (얄미우면서도 부러운) 노래 제목 봐라... 아이고 유치해... 중학교 때 백날 신청곡 보내도 한번을 안나오는 이유가 이런데 있었네. 방송중에 이렇게 연애질을 해주나? (짐 챙겨서) 그럼 이만 먼저 빠져드립니다~ (나가려는데)
미자 (지영 쫓아나가며) 같이 가.
지영 응? 같이 안 있구?
미자 잠깐 만날 사람이 있어서. 현우씨~ 잠깐 쉬었다가 이따 회의 때 또 봐요~~
미자, 신나서 지영 팔짱 끼면
지영, 그럼 그렇지.. 눈꼴 사나운
현우, 픽 웃고
씬2/ 방송국 로비(ENG/D)
타방송국 피디와 마주 앉아있는 미자
대본을 넘기며 보고 있다.
피디 ...케이블로 보신 적 있으시죠?
미자 네. 저도 좋아하는 프로에요.
피디 공중파에선 이번에 처음 방송하는 건데... 올드미스 다이어리 듣다 보니까 여주인공 목소리로 최미자씨가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미자 (기분 좋다) 네...
피디 저희 방송국에선 최미자씨 목소리 좋아하는 피디들이 많은데, 의외로 이쪽에서는 라디오 말곤 별로 활동을 안하시더라구요. 어떠세요? 이번 기회에 활동 폭도 좀 넓혀보시는게...
미자의 표정에서
타이틀- 일과 사랑의 딜레마
씬3/ 회의실(D)
성우들과 특집 드라마 회의 중인 현우와 미자
현우 주인공 두명 빼고 나머지 분들은 다섯 개 정도씩 나눠서 맡아주시면 될 거 같아요. 주인공 장수 아빠 역할은 동균씨가 좋을 거 같고... 장수 엄마는 (슬쩍 미자 눈치 보고) 민지씨가 하기로 하죠.
현우 대사 위로 딴 생각에 빠져 있는 미자
피디 (E) 여주인공 목소리로 최미자씨가 딱이더라구요.. /이번 기회에 활동 폭도 좀 넓혀보시는게...
미자 (E) 드라마의 주인공에 내 목소리를 입히는 건, 성우 시작할 때부터 나의 꿈이었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현우의 얼굴
미자 (E) 하지만... 그걸 하게 되면 현우씨랑 보내는 시간은 줄어든다...
현우, 미자와 눈 마주치자 살짝 눈치 보는데
미자는 덤덤한 표정
씬4/ 주방(N)
영옥, 영숙, 혜옥, 부록, 우현
저녁 먹으면서 심각하게 대화중인
영옥 뭐 딱히 급할 건 없다 그래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는 게 좋긴 하지...
영숙 그래요... 기다린다고 더 좋은 자리 나올 나이도 지났구....
우현 근데... 남자 쪽이 그렇게 괜찮아요?
부록 어. 인물도 괜찮구.. 나이는 환갑인데... 재산도 좀 있나보더라구... 내일 어머님이 같이 가셔서 자세히 좀 봐 보세요.
혜옥 (살짝 흥분해서) 아니... 아무리 돈이 있대두.. 그런 노인네한테 우리 미자를... 절대 그럴 순 없어.. 지피디는? 우리 지피디는 어떡하라구?
영옥 니 얘기다 이년아~ (혜옥 쥐어박으며) 지금 니 얘기 하고 있다고 (또 때리며) 미자 말고 너! 너!
혜옥 (말갛게 웃으며) 아....
일동, 혜옥을 보는 표정
씬5/ 여자 원룸(N)
윤아, 지영, 정민 모여서 맥주 마시면서 TV보고 있다
윤아 (바람잡는) 오~ 우리 동직 오빠가... 드디어 상 타는 거야? 남우 조연상! 우리나라 조연들 중에 (엄지손가락) 이거 아냐 이거!
지영 (좋지만 안 그런 척) 에이... 큰 시상식도 아니고 그냥 작은 영화젠데 뭐...
윤아 하긴 뭐... 영화제 관객들이 투표해서 뽑는 상이면.. 그냥 인기상 같은 거긴 하지?
지영 (버럭) 그냥이라니? 그게 더 대단한 거지! 대중들한테 먹힌다는 얘긴데! 아니 근데 공중파에선 뭐하는 거야! 이런 거 중계도 안해주구..
정민 야. 케이블에서라도 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어? 나온다! 나온다!
//인서트-TV 화면에 동직 올라오는 장면//
지영, 감동에 벅차 거의 울먹이는 지경이다.
//인서트- 동직 수상 소감 밝힌다
동직 ...감사합니다. 우선 감독님, 스텝들 그리고 관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제 오랜 친구인 미자와 윤아. 사랑하는 부모님. 항상 제 곁에 있어주는 여자친구 지영이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동직 인사하고 사람들 박수치는//
지영, 윤아 꺅꺅 대며 껴안고 좋아하다가
문득 정민 쪽 보면
정민 !!!!! (굳어있는)
씬6/ 거리 일각(ENG/N)
현우와 걷고 있는 미자.
미자, 생각에 잠겨 있다.
현우 (지레 기분 풀어주려) 아까 특집극 말이야. 미자씨 목소리도 좋긴 한데, 역할이 40대 아줌마라....민지씨 목소리가 더 어울릴 거 같더라구..
미자 (덤덤) 맞아. 원래 그런 진지한 역할엔 민지가 나보다 더 어울려. (E) 통통 튀는 내 목소리는 정극 위주인 라디오에선 한계가 있다. 나도 이제...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
고개 들어 하늘 보는 미자.
씬7/ 미자 방(N)
미자, 책상에 앉아 지나간 일기장을 들춰보며
미자 (일기장 읽는 E) 남자나 잡아야 되나? (넘기고) 돈이나 죽어라 벌어야겠다. (넘기고) 이렇게 까지 하면서 먹고 살아야 되나? (넘기고) 잊지 말자. 잊어버리지 않으면 꿈 가까이로는 갈 수 있다.
한숨 푹.
미자 (NA) 잊지만 않으면 된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도.. (일기장 덮는) 슬며시 접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웠던 꿈이었는데... 서른 둘에 그 기회가 왔다.
미자, 결심의 표정.
씬8/ 남자 원룸(N)
쇼파에 앉아 무표정으로 TV 보고 있는 정민.
그런 정민 눈치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동직.
동직 ...미안하다..
정민 (덤덤) 괜찮아.
동직 (변명) 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런 자리가 생전 처음이잖니. 분명히 연습을 했는데도 딱 올라가니까 머릿속이 하얘지는게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거야... 내가 일부러 니 이름 안 말한 거 아니야. 알지?
정민 (쿨하게) 괜찮다니까. 이해해.
동직 역시 넌 내 베스트 프렌드야! (그제서야 가방에서 트로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정민, 트로피 보더니 표정 싹 굳는다.
정민 (정색) 너...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왜 그런 끔찍한 저주를 받게 됐는지.. 알아?
동직 ???
정민 (정색) 너 같은 놈이 그런 걸 알 리가 없지.
정민 일어나 가면서
트로피 툭 건드려 넘어뜨리고 들어가는
동직 이씨이... 정민아! 정민아아~~~~
트로피 안고 애타게 정민 부르는 동직.
씬/ 다음날(D)
씬9/ 전통찻집(ENG/D)
영옥을 사이에 두고
혜옥과 할아버지 마주 앉아있다.
두 사람 서로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
영옥이 보기에도 할아버지가 만족스럽다.
영옥 그럼 나는 먼저 갈테니... 둘이 얘기들 나눠요.
혜옥 저.. (이름 까먹었다) 죄송한데.. 아까 성함이.. 뭐라고 하셨었죠?
종호 예. 박종홉니다. 그런데... 성함이?
혜옥 김..혜옥이요.
종호 예. 김여사. 그럼 점심은... 날도 더운데 냉면이나 드시러 가시죠?
혜옥 그러시죠. 제가 맛있는 데를 알아요. 저쪽 교회 옆에 새로 생긴 건물 있죠? (중간에 무슨 말 하는지 잊어먹은) 아! 거기 일층에 새로 냉면집이 생겼다던데요?
종호 그러면 점심은... 날도 더운데 냉면이나 드시러 가시죠?
좋아하는 둘.
씬10/ 냉면집(ENG/D)
마주앉아있는 혜옥와 종호.
종호 (고민하다).....(생각났다!) 혜옥씨. (안도의 미소)
혜옥 네.. (고민하다).....(생각났다!) 종호씨. (안도의 미소) 왜요?
종호 ......(잊어먹었다)
혜옥 천천히 생각하세요. 그러고 보니...우린 참 비슷한 면이 많네요.
종호 정말 그런 거 같습니다.
혜옥 ...뭐가요?
종호 ....뭐였더라...
그래도 좋아서 웃는 둘
종호 아무튼... 이렇게 만나서 마음이 편한 분은 처음입니다... 내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혜옥 (수줍게 끄덕)
종호 (기분 좋아서) 아 근데 여기는 왜 이렇게 냉면이 늦게 나오나...
혜옥 여기요! 여기 냉면 안나오나요?
종업 아직 주문 안하셨는데.... 냉면 드려요?
뻘쭘한 둘.
씬11/ 회의실(D)
현우, 앉아서 대본 보고 있는데
미자, 들어와 앉으면
현우 (미자 기분 풀어주려) 자기 왔어? 일찍 왔네?
미자 현우씨. 나 좋은 일 있다?
현우 뭔데?
미자 나... TV 시리즈물 하고 싶어 했잖아. 근데 들어왔어.
현우 그래? 그런 거 새로 시작한다는 말 못들었는데?
미자 다른 방송국이야.
현우 (보면)
미자 배역도 주인공이구, 조건도 좋아. 그쪽에선 올드미스 다이어리 그만 두고 주말 영화랑 오락프로도 시작하자고 하는데, 그건 일단 안 될 것 같다고 그랬고. 우선 시리즈물만 하기로 했어.
현우 (미소) 잘됐네.. 그럼.. 이제 자기 바빠져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지는 거야?
미자 프로그램 자리잡을 때까지만 좀 바쁘겠지 뭐. 자기 괜찮지?
현우 (흔쾌히) 그럼.
살짝 현우 눈치 보는 듯한 미자의 표정.
씬12/ 화장실(D)
미자, 비장한 표정으로 거울 본다.
미자 (NA) 이제 난 냉정한 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는 사람도 챙겨주는 사람도 없다.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
민지 화장실 개인 공간에서 나와
민지 언니! 좋은 데 간다면서요? 이제 언니도 여기저기 넘나들면서 잘 나가는 성우 되는 거야?
미자 잘 나가기는... 머리 깨진다. 지금...
민지 하긴... 양쪽에서 뛰려면 마음 고생 좀 하겠다... 언니. 가서 잘되면 나도 좀 소개해주고? 알았지?
미자, 복잡한 표정.
씬13/ 할머니 방(D)
영옥, 영숙 대화중이다.
영숙 사람 괜찮아보인다니 그건 다행이지만, 혜옥이 그거 멀쩡하지도 않은데 시집 보내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수.
영옥 그러니까 더더욱 좋은 자리 찾아줘야 되는 거야. 우리 가고 나서 그거 짐 안 만들고, 따뜻하게 품어 줄만한 사람 만나게 해줘야지..
혜옥, 신나서 들어온다.
혜옥 (호들갑) 언니. 언니. 아까 그 사람 진짜 괜찮아. 나랑 진짜 비슷하다??
영숙 (농담삼아) 왜? 그 사람두 너처럼 깜빡깜빡하냐?
혜옥 어머? 어떻게 알았어?
영옥, 영숙 표정 굳는
혜옥 우리... 내일 또 만나기루 했다~
영옥 그래? 어디서?
혜옥 ....?
영옥 몇시에?
혜옥 ...?
영옥 아 빨리 전화해서 다시 물어봐!
혜옥 (전화기 잡은 채 침묵)
(E) 전화벨
혜옥 (받는) 여보세요? 네 박선생님. 어머? 약속장소요? 호호호 저도 까먹었는데! (좋아라) 네. 그럼 다시 정하죠. 내일 공원에서 세시에...
영숙 (전화하는 것 보며 기막힌 듯 혀 차는) 쯔쯔쯔...완전 남자 김혜옥이구만. 똑같아도 너무 똑같네...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 되는 영옥.
씬14/ 남자 원룸(N)
정민, 쇼파에 누워 TV 보고 있는데
동직, 정민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라면 쟁반 들고 다가와 옆에 앉는다.
동직 (애교) 싸랑하는 내 친구 김정민~~ 라면 먹어~~
정민 (앞 씬의 감정 연결모드) 됐어.
동직 야~ 내가 진짜 신경 써서 끓였어. 한 입만 먹어봐~ 한입만~~
정민 그래? (못이기는 척 한 젓가락 먹는다)
동직 맛있지? 맛있지?
정민 (기분 살짝 좋아진다) 어~ 맛있네. (먹다보니 기분 좋아진다) 야~ 이거 제대로 퍼졌네~ (신난) 우린 또 라면 덜 익은 거 쳐다도 안보잖아?
동직 (맞장구) 그럼. 나는 막 두시간 일부러 놔뒀다 먹고 그러잖아. 역시 우린 베스트 프렌드? 하이파이브 한번 하까? (동직 손 드는데)
연예가 중계에서 나는 소리
리포터 얼마전 열린 판타지 영화제 소식입니다.
동직의 수상소감 들리는
정민, 또 표정 싹 굳는다.
정민 (정색)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첫 돌이 되는 날이었어. 왕은 첫돌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요정들에게 초청장을 보냈지. (동직 쏘아보며) 난 지금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생각하면 잠이 안와.
정민, 젓가락 탁, 놓고 일어나 들어가면
동직 (낭패다) 야! 정민아~~ 도대체 뭔소리야?
씬/ 다음날(D)
씬15/ 타 방송국 회의실(D)
첫 더빙 온 미자.
다른 성우들과 인사하는
피디 이쪽은 최미자씨. 다들 처음이죠?
미자 (긴장) 잘 부탁드립니다.
다들 무덤덤하게 인사한다.
씬16/ 타 방송국 녹음실(D)
성우들과 함께 부스로 들어가는 미자.
다들 무표정이고
미자, 큐싸인 기다리면서
긴장해 대본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미자 (NA) 모두가 날 경계한다. 모두가 날 시험하고 있다. 난 오직 나 자신만을 믿는다. (E) 각오는 했지만... 자꾸 움추려든다.
피디 들어갑니다. 하이 큐! (손을 아래쪽으로)
미자, 화면 노려보고 있다가
눈에 힘 빡 주면서 첫 대사 하는
미자 오우~ 상쾌한 뉴욕의 아침~~ (점점 자신 붙어서 강하게 대사 친다) 어머머 지금 대체 몇시야? 샘~ 나 늦었다구요! (점점 업되며 NA) 내 목소리로 극이 시작된다. 내 목소리가 극을 끌어가고 있다! 난 지금 내가 꿈꾸던 일을 하고 있다! (ON) 화장실에 누구 있어? 당장 나오라구!
생기가 넘쳐 눈 반짝반짝한 미자.
씬17/ 공원(ENG/D)
혜옥과 할아버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솜사탕 먹으며 데이트 중인데
종호 만나면 만날 수록... 어느 누구보다 김여사님이 저를 가장 잘 이해해주실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혜옥 사실은 저도 그래요.
할아버지, 폴라로이드 사진기 꺼낸다.
함께 솜사탕 먹는 모습 셀프로 찍는 할아버지.
사진 나오면 싸인펜으로 날짜와 장소 등 적은 후
혜옥에게 건네준다.
혜옥 이게 뭐에요?
종호 김여사님과 저의 추억입니다. 이제 잊어버릴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게 있으니까요...
//인서트-폴라로이드 사진 밑에
2005년 8월 XX일. 중앙공원. 쓰여 있다//
혜옥 (감동) 어머...
종호 김여사님을... 계속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습니다. 허락하시는 걸로 알아도 될까요?
혜옥 (잠시 생각하다) ...저...
종호 (기대) 네.
혜옥 사실 저는 언니들하고 같이 살아왔거든요. 언니 둘 다 혼잔데... 제가 결혼하겠다고 하면 쓸쓸해들 할 거에요... 그래서...
종호 (아쉬운)
혜옥 언니들하고도 얘기해봐야 될 것 같아서... 내일 이 자리에서 다시 대답해드리면 안될까요.
종호, 섭섭하지만 일단 수긍하는 모습
씬18/ 할머니방(D)
혜옥, 사진 여러 장을 쭉 벽에 붙여놓고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인서트- 혜옥과 종호 데이트 하는 사진들
그 밑에는 날짜와 장소들 쓰여있다. //
혜옥 (감격) 폴라로이드 러브... 너무 멋지지 않아?
영옥 살맛 나냐? 살맛 나?
혜옥 언니.. 이 사람은 전에 만났던 사람들하구는 다른 거 같아. 나.. 좀 더 교제해보다가... 언니들한텐 미안하지만... (말 못잇는다)
영옥 혜옥아.
혜옥 (보면)
영옥 미안해 할 거 없다. 너 잘 보듬어줄 수 있는 짝 만나서, 니가 행복하게 살면 우린 그걸로 좋아.
혜옥 언니... 고마워....
영옥, 혜옥 등을 쓰다듬어 주는
씬19/ 헬쓰클럽(ENG/N)
정민, 무표정으로 운동하고 있는데
동직, 괜히 정민 옆으로 온다.
동직 (아부성) 정민아. 너 몸 진짜 예술이다! 지금 보기 딱 좋아! 아주 완벽해!
정민 (여전히 삐진) 완벽은...
동직 아냐.. 어떻게 맨날 몸관리 하는 나보다 몸이 더 좋냐...
정민 (기분 살짝 좋아져서) 그래? 근데... 나 살 쪼금만 태우면 진짜 그림 죽이지 않겠냐?
동직 맞아맞아. 야. 같이 태우러 갈까? 베스트 프렌드끼리? 일단 끝나고 맥주부터 한잔?
이때 헬쓰 강사 동직 보고 아는 척
강사 장동직씨! 어제 TV에서 봤어요. 상 타시던데요? 축하드려요.
동직 (난감) 고맙습니다 (겁먹은 표정으로 정민 보면)
정민 (정색하고 이미 물레 돌리는 포즈 하고 있는) 그런데 한 요정만은 초청장을 받지 못했어. 그래서 그 요정은 공주가 열 여섯이 되면 물레 바늘에 찔려 잠이 들게 되는 저주를 걸었지. (동직 쏘아보며) 난 그 요정을 이해해. 난 지금도 그 요정만 생각하면 잠이 안와!
정민, 차갑게 가버리면
괴로워 머리 헝클어뜨리는 동직.
씬20/ 미자네 동네 일각(ENG/N)
미자, 신나서 퇴근하는 중.
미자 (아까 했던 대사 하며 박자 맞춰 걷는) 오우~ 상쾌한 뉴욕의 아치임~~~샘~ 화장실에 누구 있어요~~~
현우, 골목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다.
미자 어머 자갸? 웬일이야?
현우 자기가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드니까 왔지...일은 잘했어?
현우 팔짱 끼고 걷기 시작하는 미자.
미자 그러엄. 내 대사가 제일 많잖아. 목 관리 좀 잘해야 되겠어. 내가 안 걸리는 씬이 없어요~~ 근데 거기 방송국 피디 진짜 웃긴 거 있지? 큐 싸인 줄 때 꼭 이렇게 준다? (제스츄어) 처음엔 긴장해서 몰랐는데 자꾸 보니까 너무너무 웃긴 거야..
정신없이 조잘대는 미자.
씬21/ 미자 집 앞(N)
현우와 팔짱 끼고 내려오는 미자
미자 그리고 그 방송국 밥! 진짜 맛있드라. 처음엔 배가 고파서 맛있나 했는데... 그게 아니드라구...
어느새 대문앞에 서면
현우 들어가. 피곤할 텐데 일찍 자구.
미자 ..어.
현우 웃으며 손 흔들고 가면
미자 (E) 내 얘기만 했네...
대문앞에 선 미자, 미안한 표정.
씬/ 다음날 전경(D)
씬22/ 타 방송국(D)
성우들과 미자, 녹음중
미자 어머 샘! 어딜 만져요!
피디 잠깐. 최미자씨. 그렇게 히스테릭하게 말고 좀 귀엽게 하면 안될까?
미자 (조심스럽게) 근데... 너무 귀엽게만 하는 것도 이 캐릭엔 안 맞지 않을까요?
피디 (곰곰 생각) 그런가? 일리가 있긴 한데... 그럼 그렇게 잘 살려봐요. 잠깐 쉴 테니까 연습 좀 하구.
미자 네. (NA) 내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준다.
미자, 심호흡 하는
미자 (NA) 대신,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 실력으로, 내 능력으로.. 오랜만에 긴장이 느껴진다.
이때 핸드폰 진동 울리고
미자 (숨죽여 받는) 어. 자ri!
현우 (F) 몇 시에 끝나?
미자 한참 남았지. 왜?
현우 (F) 왜는. 잠깐 얼굴 보려 그러지.. 자기야 근데..
미자 (OL) 자갸 나 지금 바쁘니까 중요한 거 아니면 이따 얘기하자. 끊을게. (끊고 여러 톤으로 연습해보는) 샘. 어딜 만져요~ 어딜, 어디일 만져요~
연습하면서도 전화 끊은게 마음에 걸리는 표정.
씬23/ 공원 일각(ENG/D)
벤치에 앉아서 할아버지 기다리고 있는 혜옥.
-화면 전환- (시간 경과 느낌)
혜옥, 여전히 울상으로 기다리고 있다.
혜옥 (한숨) 어제 그냥 좋다구 할걸... (하다) 그래... 나같은 걸 누가... (실망하는 표정)
쓸쓸히 일어나는 혜옥
씬24/ 여자 원룸(N)
쇼파에 앉아 초조해하는 동직
그 옆에서 한심하게 보고 있는 지영.
동직 (전화 한다) 여보세요? 네 박피디님! 저 장동직입니다. 네. 남우조연상.. 지난번 그 시상식이요. 연출 진짜 좋았거든요. 근데, 그거 못본 사람들이 많던데... 다시 한번 하시죠? (사이) 그죠? 돈이 많이 들죠? 그럴 거 같았어요.. 하하하 네. (끊는)
지영 (한심) 아씨~ 어린애들두 아니구 정민오빠는 뭘 그런 거 갖구 그러냐..
동직 (동조 구하는) 그치? 이름 좀 말 안했다구... 야. 너 같으면 내가 실수로 니 이름 좀 빼먹으면...
지영 (OL) 죽었지. 나한테.
동직 (말문 막히고) 그.. 그지! (한숨) 아.. 어떡하지?
지영 아우 그만하고 얼른 일어나. 나가서 장이나 보게.
울상으로 따라 나가는 동직.
씬25/ 거실(N)
영옥, 영숙, 부록, 우현 앉아있다.
우현 막내이모님이 늦으시네요. 데이트가 길어지시나...
영옥 (기특) 아범이 혜옥이한테 좋은 사람 소개해줘서... 내가 참 고맙네.
부록 (자랑스런) 고맙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이때 혜옥 쓸쓸하게 들어와 앉는다
일동 혜옥 눈치 본다.
(E) 전화벨
우현 (받는) 여보세요? (혜옥 바꿔주는) 전화...
혜옥 (침통한) 여보세요? ..박선생님.. (반색) 네? 까먹으신 거라구요? 아유 전 그것도 모르고... 그럼 내일 다시 만나죠.. 그 자리에서...
영옥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혜옥 기억 안나세요? 공원 두 번째 벤치요. 네.
영옥 얘. 나 좀 바꾸자.
혜옥 어? 어! 저희 큰언니가 잠깐 바꿔달래거든요?
영옥 안녕하셨어요? 저번에 ?던 혜옥이 언니에요. 뭐 다 아시다시피 우리 혜옥이가 자꾸 깜빡깜빡 합니다. 그런데 박선생님께서도 그러시니 저로선 영 마음이 편칠 않아요.
혜옥 놀라 수화기 뺏으려 하는데
영숙이 힘으로 혜옥 막는다
영옥 그럴수록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짝을 만나야되는 건데.. 아무래도 두 사람은 인연이 아닌 것 같네요. 그럼 더 이상 연락 안하실거로 알겠습니다.
혜옥 (끊으면) 언니! 왜 그래?
영숙 다른 사람 찾아보자.
혜옥 싫어! 언니가 뭔데 우리 사랑을 막아? 왜?
혜옥 울부짖다 방으로 들어가버리면
영숙 (혜옥) 괜찮겠수?
영옥 (한숨) 어쩌겠냐? 그럼.
부록 죄송합니다. 어머니...
영옥 그게 어디 사과할 일인가...
착잡한 일동의 표정
씬26/ 녹음실(N)
생방송 직전에 겨우 맞춰서 뛰어들어오는 미자.
미자 (꾸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본은 오면서 봤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현우 바로 들어갈게요.
미자, 부스에 뛰어 들어가 앉자마자
시그널 음악 나온다. 현우 큐 주면
미자 (미처 숨 다 고르지 못해 헉헉대다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제 숨소리 들리세요?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불안할 때는 저처럼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해보세요. 없어졌던 자신감을 다시 충전하는 것처럼요. 올드미스 다이어리 시작합니다.
음악 흐르고, 미자, 현우 보기 미안하다.
입모양으로 ‘미안’ 하곤 손으로 하트 만든다.
현우 웃어주고 미자 힘든 걸 애써 감추는 밝은 표정
씬27/ 현우 차 안(ENG/N)
현우, 운전하는 동안
미자, 내내 잠들어있었다.
현우 (조심스럽게 미자 흔든다) 자갸.
미자 (깬다) 어?
현우 다 왔어. 얼른 집에 가서 편하게 자.
미자 (일어나고 보니 미안하다. 현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현우씨. 나 거기 그만 둘까?
현우 왜?
미자 ....하고 싶었던 일 하게 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일한다고 자기 만나지도 못하구, 만나두 계속 피곤해만 하니까... 미안해서.
현우 (피식) 그게 왜 미안해?
미자 ??
현우 자주 같이 있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같이 녹음하는 그 잠깐도 더 간절해지고, 못 보니까 더 그립기도 하고, 이젠 나만 아는 미자씨가 아니란 생각에 더 긴장도 되고 그러던데?
미자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현우 대신 옆에서 자기 챙겨줄 수가 없어서 가져왔어. (봉투 준다) 일하면서 힘들 때 하나씩 열어봐.
미자 (받고 감동해 멍하게 있는데)
현우 그거 공짜 아닌데?
미자 (다 안다는 듯 살짝 째리곤 뽀뽀하려 다가가면)
현우 (장난스럽게) 이제 돈도 많이 버니까. 돈 나오면 술 한번 찐하게 사.
미자 (다가가다 뻘쭘. 뽀뽀 아니었어? 돌아오려는데)
현우, 그런 미자 귀엽다는 듯 보고
볼에 뽀뽀 해주는.
씬28/ 마트(ENG/N)
윤아, 정민과 카트 밀며 장 보고 있다.
윤아 와~ 요즘엔 밤에두 사람이 많네. (놀리듯 장난스럽게) 근데 정민씨. 동직오빠가 수상소감 말할 때 이름 안 말해서 아직도 삐졌대며?
정민, 바로 카트 돌려 가버리는
윤아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쫓아가는) 알았어. 안할게. 안할게~
다른 쪽에서 동직과 지영 쇼핑하고 있다.
마트 일각에 현수막 “또사마트 새단장기념 경품추첨”
사회 자... 드디어 고대하시던 또사 마트경품 추첨 시간입니다! 들어오실 때 받은 쿠폰 긁어주세요!
지영, 쿠폰 긁고 써 있는 번호와 대조해보는
지영 아씨... 꽝이네. 오빠꺼 봐봐. (동직 쿠폰 받아서 긁는데) 어! 1등! 1등이다! 앗싸~ 프라이팬 삼종 셋트!!! 오빠 빨리 받아와!
동직 야... 연예인이... 뭐 이런 걸...
지영 (무섭게 OL) 얼른 받아와.
동직, 바로 간다. 프라이팬 셋트 받는데
사회 (동직을 유심히 보고) 어? 유명한 분이신 거 같은데... 저희 마트 자주 이용하세요?
사람들 동직 조금씩 쳐다보며 모이는
동직 (민망한 표정으로) 예... (하는데 정민이 보인다)
정민, 동직 서먹한 눈 마주침.
동직 (결심. 썬글라스 벗는다) 저기...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사람들 웅성대며 주위로 몰려든다.
동직 (마이크 받고 둘러보며) 반갑습니다. 쾌적하게 바뀐 또사 마트! 오늘 장 많이 보고 가시구요... (갑자기 진지해지는) 저에겐 한 친구가 있습니다.
정민 표정(동직 이야기 하는 중간중간
컷컷으로 보여지며 점점 감동 표정으로 변한다)
동직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친구는 단 한 번도 저를 저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제게 가장 커다란 힘이 되어주고 있는 친구. 언제까지나 저의 든든한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 할 친구. 그 친구가 지금 여기 와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이 프라이팬 3종 셋트를 바칩니다. (멋진 그러나 느끼하게) 정민아!
동직, 프라이팬 높이 들면
정민, 감동이 가득한 눈빛으로 동직에게 다가온다
진하게 포옹 하는 둘. 사람들 어색하게 박수 치고
기막힌 지영, 윤아
지영 (한심) 야. 나 저 인간 계속 사겨야 되냐?
윤아 (한숨) 난 지금 살짝 후회된다.
부끄러워하는 지영, 윤아의 표정에서.
씬29/ 미자 방(N)
미자, 일기 쓰려고 책상 앞에 앉는데
책상 위에 현우가 준 봉투들 놓여있다.
미자 (흐뭇) 힘들때마다 하나씩.... 무슨 드라마냐고? 궁금해서 그렇게 못하지. (봉투 여는데)
첫 번째 봉투 열면 목 캔디와 쪽지 들어있다.
현우 (E)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 이거 먹고 목 좀 가라앉혀.
두 번째 봉투엔 현우 웃기는 표정의 사진들
현우 (E) 조금만 더 힘내. 좀 있으면 보잖아.
세 번째 봉투 열면 만원짜리 들어있다.
현우 (E) 그래도 정 힘들면 언제라도 택시 타고 나한테 와. 택시비야.
미자 (감동) 치... 우리 현우씨... 이뻐 죽겠네...
일기장 꺼내 일기 쓰는 미자.
미자 (NA) 지금 난 일과 사랑, 두 개의 문 앞에 서 있다. 두 개의 문중에서 굳이 하나만을 선택하진 않겠다. 난 일과 사랑 두 개의 열쇠를 다 찾아내고 싶다. 난 최미자고 내 사랑은 현우씨이기 때문이다.
미자, 졸린지 책상에 스르르 엎드리는데
(E) 전화벨
미자 여보세요?
피디 (F) 최미자씨. 밤늦게 미안한데요. 더빙 추가분이 갑자기 생겨서요.. 새벽 여섯시까지 나올 수 있어요?
미자 (정신 번쩍 차리고) 그럼요. 갈 수 있습니다. 그럼 제 더빙 부분 지금 이메일로 좀 넣어주실 수 있으세요? 읽으면서 가게요.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 켜는 미자의 모습에서.
씬30/ 할머니방 + 거실(D)-에필로그
영옥, 영숙 앉아있는데
(E) 전화벨
영옥 (받는) 여보세요? (지겹다) 어제 헤어지셨습니다! 예. 어디다 좀 적어놓으세요. 헤어졌다구. 미안하지만 다신 전화하지 마시구요.. 네..
영숙 누구에요?
영옥 박선생. 어제 혜옥이랑 헤어진 거 까먹었댄다.
영숙, 기막힌 표정
영옥, 거실로 나오면
혜옥, 가슴이 아픈 듯 부여잡고 앉아있다.
혜옥 언니.. 나... 가슴 한쪽이 짠하고... 자꾸 눈물이 나는데... 왜 이러지? 나 무슨 일 있었어?
영옥, 기막히다는 표정 짓는 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