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이야기(첫회)

[TOTO]

ⓛ 

*  지금 흐르는 곡은 보첼리의 Time to say goodbye 입니다. 맨 아래 부분에서 볼륨을 조절하시고요~

모처럼 전철을 타기로 했다.
신도림 환승역 퇴근길이어서 많은 승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서자 마침 대기하고 있던 전철에 올라탔다
약간 흔들거리는 복도를 걸어가 빈자리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혹시 졸면 목적지를 지나칠까 알람을 진동으로 맞추고 요즘 읽고 있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책을 손전화기 아래 포개 놓고 눈을 감았다.

요즘 운동으로 좀 피곤하고 부족한 잠을 채울 요량으로 잠시

눈을 붙였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들었다.

노동을 한 후 누리는 안식(?)이라 할까......

잠시 후 아마 전철이 당산 대교를 지나고 있나 보다 흔들림과 철길을

지나는 소리가 한결 경쾌하다.

약간 몽롱한 상태였으나 정신은 점점 또렷해졌다.

작년 여름 8월 중순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자동차로 달렸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 그 날은 안개가 좀 드리운 날이어서 안내를 맡을 데이빗이

"이제 두 분은 새로운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라고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기대감과 동시에 안개로 인해 시야가

좋지 않은 날씨에 대해 우리를 위로(?)하는 듯 했다.
 
하긴 너무 화창한 날씨는 모든 사물을 건조하게 보이게도 하니까 
나 스스로에게 안개 낀 날씨에 대해  자족하기로 했다.

(데이빗은 이 태평양 연안 하이웨이(P.C.H)를 수도 없이 많이 경유해본 이력이 있었다)

문득 최인호의 "깊고 푸른 밤"에 나오는 두 명의 대책 없는 무대v

들을 기억해 내며~ 그 작품에서 묘사된 (비록 방향은 반대 이지만)

그 도로를 이제 달린다는 현장의 기대감이 온 전신에 몰려왔다.

넓은 하이웨이에서 1번 도로로 접어들어 설 때

마치 어두운 터널을 터져 나와 거대한 푸르름을 정면으로 맞닥트린 광경이다.

우리는 2차선으로 급격히 좁아지고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뱀처럼

구부러진 이 웨스트 1번 도로에서 광활하고 검푸른 끝도 없는

블루를 만났을 때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와~바다!" 일제히

소리쳤다. 

이 도로는 강원도 동해안 안인에서 정동진을 지나 옥계에

이르는 황금 해안 길과 비슷하지만 그 규모나 웅대함은 가히

비교가 되지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짧은 코스이긴 하지만 영덕 해안 도로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우린 지금 캘리포니아 서쪽 끝자락에 붙어있는 1번 도로를

따라 일단 밴쿠버까지 북상하는 중이다.

물론 최종 목적지는 캐나다 록키이지만.......

내가 앉은 조수석에서 보아도 좌측 각아 진 절벽이 아찔하고

커브를 돌때엔 차가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이는 마치 영화 "페트라"의 마지막 장면, 절벽 아래로 자동차와

함께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형국이라 할까.......
 
비행기로 태평양을 지나오면서 상공에서 본 해질녘 바다는

황혼을 띤 채~ 빽빽한 새 틀 구름 아래로 잔잔한 넓은 호수의

정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 태평양의 가장자리에서 보는 광경도 그 거대한 실체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태평양의 마지막 물결도 여느 바다처럼 하얀 파도를 이루며

군데군데 있는 암벽들을 질타하듯 두드리고 있었다.
그 해안은 절경과 아래로 뻗은 도로 옆 작은 언덕들의 완만한

등선들과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주 드문드문 그 절경에 붙어 있는 하얀 저택들이 나무 사이로

보이곤 하였다.

산 능선을 잘라 내어 만든 이 도로의 우측은 사막 모래언덕

(마사토)으로 그 중간 허리 부분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로 군락을

이루어 마치 모자이크처럼 장식된 드라이플라워의 천국이었다.

데이빗이 "저기 산딸기 보이죠!"
창을 열고 천천히 차창을 통해 다가가며 보니 산딸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풍요로운 나라라고 들어왔지만 산딸기를 보면서 그 풍요로운

한 모퉁이를 확인한 듯 느껴졌다.

아담한 모래 언덕들은 굽이굽이 우리를 반겨주고 웃으며

자동차 뒤로 영상물들처럼 물러가곤 했다.

"겨울이면 토사가 눈과 함께 이 길을 덮쳐 몇일 동안 통행을 할

수 없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데이빗이 말해주었다.

다시 좌측 펼쳐진 넓디넓은 바다, 태평양이 볼록렌즈처럼 한

눈에 들어왔다.

수평선은 하늘을 침범하기라고 하려는 듯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탁 트인 시야 멀리 날고 있는 갈매기는 종이학 같이 여유롭다.
우린 간간히 드리워진 안개 지역 사이를 숨바꼭질 하듯 계속해서

달렸다.

데이빗은 운전을 퍽이나 즐기는 편이었다.
하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에서 직접 차를 몰며 눈앞에 전개되

는 경관을 즐기는 일은 신나는 일이겠지.

데이빗의 오른 쪽 컵 받이에는 한국에서 가져간 중국 자스민

꽃을 우려낸 차를 연신 마시면서 장관이 연출 될 때마다 하이 톤의

여우소리로 "아~우!!"를 질러댔다.
나도 조수석에서 장단을 맞추느라 함께 거의 동시에 괴성으로

맞장구를 쳤다.

차안 우리 함성의 하모니는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훈훈하게

하여 장거리 레이스 팀 동료들처럼 느끼게 해주었다.

(하긴 앞으로 남은 일정이 많음으로 마음을 함께 하는것이 중요

하다고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전망이 좋은곳에 간혹 차를 세워두고 휴식과 촬영을

하기도 했다.

(태평양 연안 도로 중간지점 아담한 카페에서 데이빗과 함께 차 한잔)

다시 2차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차 뒤에 보이는 광경도 이채로운듯 뒷좌석에 앉은 J가

"뒤를 보세요"
우린 백밀러와 고개를 돌려보며 "와~~우"를 연발하며 화답했다.

조수석 앞 cd보관함을 뒤져 안드레아 보첼리 곡을 걸었다.
첫곡은 부드럽고 편안함을 동시에 주는 전주곡에 이어 보첼리

특유의 슬픈(?) 바이브레이션의 음색의 타임 투 세이 굿바이

(Time to say goodbye)곡이 흘러나왔다.

사랑하는 여인과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곳으로 가기를 소원하는

가사의 애절하고도 비장한 노래가 오케스트라 반주 특히 호른의

베이스음의 낮은 선율이 너무나 신비롭고 황홀감을 주었다.

이 곡은 원래 그 가사가 주는 이미지와 달리 나에게는 마치 비장한

행진곡처럼 들려왔다.
중간 부분에 팀파니를 반주음으로 처리했기 때문일까?
아마 계속해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주위 경치와

달리는 차안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

왠지 그 노래는 정상적인 일상을 거부하려는 의지로

나에게 들려 지고 있었다.

걸어 놓은 보첼리의 처음 곡이 거의 끝나갈 즘에

J가 혼자 말 처럼 말했다.

"이 길을 언제 다시 와 보나요~~"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언젠가 다시 당신과 둘만이 이 곳에 다시 올 기회가 있겠지~~"

데이빗도 "다음 여행 때에는 두 분만 차 랜트해서

이 코스를 즐겨보세요"하고 거든다.

아직 이 해안 도로를 벗어 나려면 거의 반나절이나 소요되는데...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여행을 막 시작했고 이 캘리포니아 주를

벗어나는데 만도 자동차로 쉬지 않고 꼬박 3일이 걸리는데......

벌써 J는 추억의 가방에 이 순간들을 구겨 넣고 있는 것일까.

우린 달리면서 간간히 파바로티를 비롯한 클래식,째즈에서 뽕짝까지

넘나드는 곡들을 듣기도 하고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달렸다.

달리며 가까운 해변에는 간혹 돌출된 검을 돌들과 가로줄을

하고 있는 검푸는 띠를 발견하곤 했다.

데이빗은 그것이 다시마 양식 지역이라 설명했다.
그 해초류는 식용과 화장품 원료로도 쓰이고 석유대체 에너지로

개발되고 양질의 아교질을 추출할 수 있음도 설명했다.

말을 끝낸 데이빗은 나를 힐끔 쳐다보며 물에는 절대 들어 가서는

안된다고 다짐조로 말했다.
(평소 나는 물을 워낙 좋아해서 땅보다 물속이 더 자유롭다.

별명 물개,타잔....ㅎㅎ)

4/21-TOTO

(계속이어집니다~감사합니다)

[TOTO]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해~~토토 이야기로 올립니다.하나님의 은혜로 생각지도 않은 미 서부와 캐나다를 여행했던 이야기를 기행문(?)으로 올리려 합니다. 많은 격려와 함께 여행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cjmkim]

아름다운 기행문을 좋은 음악과 함께 읽을 수 있어 즐겁고 또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TOTO]

부족한 글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글을 쓰면서 제 자신에 대해 스스로 돌아 볼 수 있는 은혜를 주신 것도 감사가 되어집니다~~고맙습니다.

[바다새]

사진과 함께 이야기가 더욱 정겹고 좋네요. 여행은 많은것을 선물 해주지요.깨닫음과 나를 돌아볼수 있는 시간들 그 속에서 내 자아를 버릴수 있는 여유들.그리고 더욱 감사함으로 나아가는것이지요 너무 좋은 글 사진..음악 보고 갑니다.

[TOTO]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