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초등학교 선생님을 만나다
2023.4.14
며칠 전(4월 10일) 지금은 현직에서 은퇴하신 신부님이신
초등학교 선생님의 8순 잔치가 있었습니다.
동창대표 4명이 직접 참석하여 만남을 가졌지만
나는 사정이 여의치 못해 참석치 못한 아쉬움이 많았지요.
그런데 다음 날 선생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신학원 졸업생들과 2박 3일 제주를 방문하는데
시간이 되면 한 번 만나 차라도 하며 이야기를 하자는 말씀과 함께~
그 전화를 받는 순간 가슴이 벌렁거리며 잠시 옛 추억에 잠겼습니다.
신부님은 전화를 가지고 계시지 않기에
동행하는 분에게 내 전번을 알려주어 전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째인 14일 오후 3시까지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묵고계신 이시돌 피정의 집에 전화해서
숙박하고 계신 신학원 졸업생 중에 예약하신 분의 전번을 받았습니다.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가 되지않아
1시간 후 다시 전화해서 통화할 수가 있었습니다.
신부님과 직접 통하하여 저녁식사가 예정된 곳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일찍 서둘러 출발하여 약속시간보다 30분 전에 도착해서 기다렸지요.
기다리는 동안 옛날 4학년 시절을 다시 되새김질 하면서~~
오늘 몸이 불편한 아내와 내일 부활2주 제대꽃꽂이 꽃을 사러 시내에 다녀왔지요.
꽃을 사고나서 동문시장에 잠시 들리자 하여 들렸는데
아내가 신부님 선물용과 일행들이 먹을 오메기떡을 샀습니다.
신부님 만나면 드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해 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나는 용돈 좀 드리고 집에 열려있는 하귤을 드리려고 했는데
선물이 풍성해졌습니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자 신부님이 타신 차가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시는 신부님을 발견하고 다가가 인사를 하자
바로 알아보셨습니다. 축하 동영상에서 보셨기에 그렇겠지요.
신부님과 손을 맞잡자 길에서 만나면 몰라보겠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만나자 마자 저에게 주실 책을 들고 계셨습니다.
'주님의 하루'라는 책입니다.
8순 기념으로 사제생활 하시면서 쓰신 성서영성강의 글 모음입니다.
신부님의 삶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안쪽에서 신부님이 친필로 쓴 글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이름을 몰라 저보고 적어넣으라는 메시지와 함께~
음식점 들어가기 전에 앞에서 신부님과 사진을 찍고
예약된 테이블로 가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신학원 졸업생 모임 회장님이 내 자리를 신부님 바로 앞에
앉도록 배려해 주셔서 신부님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바로 제 소개를 하시고 나서
저에게 한 마디 인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현재 임플란트 하기위해 이가 하나 없는 상태라
웃으면 영구처럼 웃길 수 있어 미리 말씀드리고
가능한 입을 벌리지 않고 말하려니 어색했습니다.
선생님과 일행들이 괜찮다고하여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일행들은 어떻게 60년 전 일을 기억하느냐며 놀라워했고
1년 가르친 선생님과의 만남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술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차를 운전해야 하기도 하고
신부님도 술을 자제하고 계셔서 음료수로 대신했습니다.
2시간이 넘도록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부님은 고향이 용인(서리) 이라고 합니다.
본적은 용인이지만 성장하기는 수원에서 했다는 이야기~
사범학교시절 공부를 잘 해 시험을 쳐서 서울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었지만
사범학교 성적이 좋아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었고
교편경력이 몇 년되면 바로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함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 때 어느 신부님의 권유로 사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
동창들에 대한 이야기
선생님으로 계시던 때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이 제일 보고싶고 궁금한 동창인지, 선배인지 확실치 않지만
적동부근에 살던 친구 집을 방문하시고는 가족모두가 건강상태가 좋지않았는데
특히 그 친구(이름을 기억 못하심)가 위태로워 자전거에 태워서
30킬로가 넘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 몇 번을 넘어지면서
수원도립병원에 갔던 일을 말씀하셨습니다.
도착해 보호자가 20세도 안된 청년이라 사유를 물어보아
학교선생이라며 그 학생가정에 대해 말하자
치료비도 받지않고 학생 영양관리하라며 돈도 주었답니다.
선생님이 떠난신 후 그 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해 하셨습니다.
신부님에게 용돈을 드리자 무척 고마워하시며
식사자리에서 봉투를 보이시며 자랑하셨는데
그 모습이 동심으로 돌아가신듯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같이 참석하신 신학원 졸업생들과 신부님의 모습이
흡사 오래고 친한 친구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이었습니다.
여행 중에도 매일 신부님과 미사를 드리는데
신부님이 짧게 강론을 마치면 미사참례한 분들이
몇 분 나름의 강론을 한다고 합니다.
복음나누기 하듯이 생활체험 등을 나누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풍성한 말씀전례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신부님이 많은 분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의 자리가 마무리 되어갈 때 저는 먼저 일어났고
일행중 대표자에게 가지고 간 하귤과 오메기떡을 건네면서
보관방법 등을 설명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오메기떡을 드시는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최고의 오메기떡을 주셔서 하나씩 먹으면서
감사인사를 드린다는 메시지와 함께~
집에 도착해 잘 왔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신부님께 잘 도착했다는 전언을 했으며
신부님은 사진도 잘 나왔다고 흐뭇해 하셨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주님과 함께 한 기쁜 날이었습니다.
선생님 아니 신부님 영육간에 건강하시고
오랫동안 저희와 함께 해주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