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혼영 혼행
1인가구 증가와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려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
면서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에
이어 혼행(혼자 여행가기)을 즐기
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
타났다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외
식업을 비롯한 여행 관련 산업 등
서비스업 전반에 혼자만을 위한 소
비 이른바
'솔로이코노미 (Solo Economy)'
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월기준
전국 1인 가구 수는 864만가구로
전체 가구 수 2,266만 대비 38%에
달한다
이에 따른 외식업계와 유통업계의
대기업 대형마트와 온라인 오픈마
켓에서는 1인용 포장 신선식품 매
출이 늘고 있다
또 혼자 밥먹기(혼밥), 혼자 술마
시기(혼술)용 도시락이 출시되는
가 하면 여행도 1인 여행객을 위
한 자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혼자 먹는 밥
/ 송수권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되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 계간 『詩向』 2006, 봄
송수권의 '혼자 먹는 밥'이다
우리 생애에서 숟가락 하나 젓가락
두개만큼 절실하게 함께 하는 기구
들이 있을까 가장 입과 밀착해 있는
기구도 그것들이다
입이 무엇인가 진실만이 부딪치는
섬세한 육신의 부분이라고 하지 않
는가 그릇과 무덤이 닮아 있는 것도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하다
밥그릇을 몇 번이나 뒤집으면 생이
다하나 어둠 속에 깨진 접시같은
현실 앞에서 어찌 우리가 하느님을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설-신달자 (시인)
▶음악 / 북한강에서-정태춘
▶편집 / 송 운(松韻)
혼자 먹는 밥
/ 임영조
외딴 섬에 홀로 앉아 밥을 먹는다
동태찌개 백반 일인분에 삼천오백 원
호박나물 도라지무침 김치 몇 조각
깻잎장아찌 몇 장을 곁들인 오찬이다
먹기 위해 사는가, 묻지 마라
누구나 때가 되면 먹는다
살기 위해 먹는가, 어쨌거나
밥은 산 자의 몫이므로 먹는다
빈둥빈둥 한나절을 보내도
나는 또 욕먹듯 밥을 먹는다
은행에서 명퇴한 동창생은 말한다
(위로인지 조롱인지 부럽다는 듯)
시 쓰는 너는 밥값한다고
생산적인 일을 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이 세상 누구를 위해
뜨끈한 밥이 돼본 적 없다
누구의 가슴을 덥혀줄 숟갈은커녕
밥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
시 한 줄도 못 쓰고 밥을 먹다니!
유일한 친구 보세란(報歲蘭) 한 분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서 먹는 밥은 왜
거저먹는 잿밥처럼 목이 메는가
먹어도 우울하고 배가 고픈가
반추하며 혼자 먹는 밥
-임영조 시전집
『그대에게 가는 길 2(제5시집)』
(천년의 시작, 2008)
혼자 먹는 밥
/ 오인태
찬밥 한 덩어리도
뻘건 희망 한 조각씩
척척 걸쳐 뜨겁게
나눠먹던 때가 있었다
채 채워지기도 전에
짐짓 부른 체 서로 먼저
숟가락을 양보하며
남의 입에 들어가는 밥에
내 배가 불러지며
힘이 솟던 때가 있었다
밥을 같이 한다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이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누구도 삶을 같이 하려 하지 않는다
나눌 희망도, 서로
힘 돋워 함께 할 삶도 없이
단지 배만 채우기 위해
혼자 밥 먹는 세상
밥맛 없다
참, 살맛 없다
-시집『혼자 먹는 밥』
(살림터, 1998)
거룩한 식사
/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넣어 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7)>
북한강에서
(작사,작곡.노래 / 정태춘)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첫댓글 그옛날대가족시대에밥먹을때추억이떠오르내요형제지간에밥한숫갈더먹으려고싸우기도했지요혼자사는것이편하긴한데배려가좀아쉬워요좋은글감사해요
고맙습니다 건강한 나날 되세요
차츰...1인 가구가 늘어가니...혼밥, 혼술, 혼영, 혼행을 이해부터 해얄 듯요
내가 형제 많던 노인이기 혼자 먹는 밥(송수권, 임영조, 오인태)을 이해하는데만 한참이 걸린...
감사합니다^^*
현대인의 핵가족화와 가족 구성원 간 생활
시간대의 차이로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도 혼자인 사람은
마냥 쓸쓸하기만 해야 할까요
이것을 긍정적으로 이겨내는게 혼밥 혼술
혼영 혼행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시대에 따라 변천은 하는 거지만..
아직까지는 좀 그래요 ~~~
혼자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할텐데..ㅎ
차츰차츰.
그러케 되겠지요 ~~~
그렇습니다
자의로 혼자인 사람보다 타의로
혼자인 경우도 많습니다
세상은 그래서 변하고 변하나 봅니다
아름다운 봄날 맞으십시요
Thank U
혼자란건 생각만 해도 우울~ 힘 없고 별로 내 세울것 없는
늙은이끼리 티격 태격 하면서 살아도 이 생활이 이 세상에서 누리는 가장 행복한 생활인것을...!
고맙습니다 행복하신 나날 되세요
수년전. 송 수권님의 시집을 몽땅 구입하고
동료 들에게도 권 하여 서로 읽고 가슴아팠던
일이. 생각 납니다.
사모님의 병 으로 애절한 맘은 모두 눈물로
간절히 기도하자고.
당시 어려운 질환이란 걸 아는 의료인 이었으니까요.
제가 일했던 병원에서도. 입원. 하신것을
뒤늦게 시집에서 봤습니다
수혈을 하셔야 한데 경찰관들이 해주어
고마워 하심도.
시를. 쓰게 하시려고 사모님이 해수욕장을
맨발로 수박을 팔기위해??
송 시인님의 혼밥에서 사모님을 떠. 올 립니다.
저도 아픔으로 몇년째 투병 중. 입니다.
부디 고운 작품 이어가시길?
고맙습니다 행복하신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