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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2) 사회주의 경제건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구호로 든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가 8일(5~12)만에 폐회를 선언했다. 김정은 총비서의 개회사, 사업총화, 결론, 폐회사 등을 통해 당8차대회를 분석해 연재한다. [편집자]
(1) 7차에서 8차까지 - ‘선군 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로 바꿨나?
(2) 사회주의 경제 전략 - 사회주의 경제, '자력갱생'으로 성공할까?
(3)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 ‘필망론’ 버리고, ‘핵무력 완성’이 가져온 근본변화 읽어야
(4) 당규약 개정과 인선
(5) 김정은 총비서의 ‘결론’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은 지난 7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총화하고 새로운 5개년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했다. 과연 지난 5개년 계획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새로운 5개년계획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미진했으나 자신하는 이유
지난 5개년 계획에 대한 북의 평가는 간단하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은 “엄청나게 미달했다”이다. 그러나 평가를 조직하는 과정은 더 엄청나다. 8차 당대회를 준비할 때, 비상설 검열위원회를 조직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전당적으로 “빠개놓고 투시”보았다고 한다. 남측언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실패를 자인”했다고 요란을 떨고 있을 때, 북은 남을 탓하거나 조건을 탓하고 정치공방을 벌인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주체”에서 찾고 “주체의 힘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전당적, 전국가적 평가를 조직해서 7천 명이 집결한 당대회에서 공유했다.
경제건설에 대한 평가의 핵심은 <자강>으로 일관되어 있다.
원래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지난 5년동안 “자체의 힘으로 경제발전을 지속시켜나갈수 있는 소중한 밑천이 마련”되었고, “우리 식 사회주의의 존립의 물질적기초이고 생명선인 자립적민족경제, 사회주의경제의 기틀을 견지하고 그 명맥을 고수”했다고 평가한다.
자립적 민족경제, 사회주의 경제의 기틀을 유지한 정도가 뭐 그리 대단한 성과라는 것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만약 남측 경제가 아무 것도 수입할 수도, 수출할 수도 없는 조건에서 장기간 제재와 봉쇄에 시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사고실험을 해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사실 이쯤되면 북은 무슨 개혁개방이니, 외자유치니, 시장경제니 하면서 경제문제를 풀기 위하여 다른 경제전략으로 전향을 해도 몇 번은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지난 총결기간(7차 당대회 이후 5년 기간) 경제건설 평가를 보면 오히려 자력갱생 입장이 더욱 투철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지난 시기 경제성과들은 “자체의 힘을 부단히 증대시키기 위한 지난 5년간의 투쟁에서 이룩한 성과들”이고, “장기간의 극악한 제재봉쇄와 혹심한 재난속에서 자력으로 이루어낸 것”이며, “평온한 시기의 경제건설수자에 비할수 없는 몇십배의 강력한 분발력, 발전력의 결실”로서, “난관을 뚫고 축적한 자강의 억센 힘”이 가져온 성과라고 자평하고 있다.
▲ 평양의 야경
실제로 북은 제재와 봉쇄속에서도 5년 총결기간 동안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지난 2018년 방북했던 인사들은 “평양이 천지개혁”하였다고 전했다. 사업총화보고서도 건설부문에서 큰 성과들이 나오고 “나라의 면모가 일신”되었다고 평가한다. 남측에서도 이미 보도로 많이 알려진 여명거리, 마식령 스키장, 삼지연시, 증평남새농장 등 엄청난 성과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농업부문에서 “알곡생산령이 전례없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휴대폰을 들고 대형마트를 찾는 평양시민을 보는 것은 이제 낯익은 풍경에 속한다.
그럼에도 북은 이번 당대회에서 지난 5개년 경제건설을 매우 엄정하게 평가했는데 그 지점은 3가지이다.
첫째는 지난 5개년 계획을 과학적 타산없이 주관적으로 너무 높게 잡았다고 비판했다. 목표달성 미진에는 원래 달성할 수 있었던 것보다 너무 과하게 높게 잡은 계획에도 원인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북미협상이 노딜로 끝나고 제재가 지속되는 조건, 연이은 수해, 코로나 상황 등을 감안하면, 수치적 목표달성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세계경제도 장기저성장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편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과학기술이 실제로 경제건설을 견인하는 기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보지식경제가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선행 과학기술연구가 중요하고, 이를 생산에 도입하는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군수공업의 과학기술적 성과를 민수로 돌리는 과정도 단순하지는 않다. 또한 부족한데 수입할 수도 없는 장비와 시설, 원재료 등을 모두 자체 과학기술력으로 자립화, 국산화해서 경제성장으로 연결하는 공정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8차 당대회는 바로 이 지점에 대한 시행착오와 부족점을 포착하고 평가지점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정비보강하는 사업에서 진척이 더디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이러한 낡은 관점과 무책임, 무능을 그대로 두고서는 전진할 수 없다는 강력한 질타가 나오고 있다. 결국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전체 경제사상사업, 경제지도사업, 경제사업체계, 방식, 작풍 등에서 발생한 결함들로 인하여 무궁무진한 내부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이렇게 조선노동당은 지난 5개년 목표에는 수치적으로 미진했다고 평가하고는 있지만 자신들이 처한 조건, 내부의 결함 등에 대해서는 매우 확신성 있게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문제를 잘 던지면 문제 속에 이미 해답이 있다는 것처럼 이번 경제건설평가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조선노동당이 경제문제설정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가짜뉴스를 양산하게 된다.
▲ 순천비날론 공장
금속과 화학에 집중
8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경제전선의 주타격방향을 바로 정하고 여기에 힘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중심과업은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관건적고리로 틀어쥐고 기간공업부문들사이의 유기적련계를 강화하여 실제적인 경제활성화를 추동하며 농업부문의 물질기술적토대를 향상시키고 경공업부문에서 원료의 국산화비중을 높여 인민생활을 한계단 올려세우는것입니다”
이 한 문장에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무엇보다 금속과 화학에 집중한다.
그 이유는 이른 바 주체철, 주체비료, 주체섬유 비날론, 즉 주체경제의 중핵이 바로 금속과 화학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전력, 석탄, 철도운수 등 선행부문이 경제발전의 전초선으로 정비되어야 경제의 쌍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금속과 화학이 힘을 쓸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경제 선행부문의 정비가 일정하게 된 조건에서도 경제발전의 잠재력이 극대화되지 못하는 것은 금속과 화학이 약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속분야에서는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된 주체철의 양산체제를 더욱 확대정비하는 문제이고, 화학공업의 국산촉매개발과 화학제품생산의 양질적 확대가 경공업 원자재 국산화의 성패로 연결되는 문제이다.
다음으로 기간공업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한다.
사회주의 경제법칙에는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높은 경제발전속도의 법칙과 더불어 경제부문사이의 통일적 균형의 법칙이 있다. 이것은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의 통일적 지도를 통해 달성된다. 그래서 전체 경제에서 기계장비는 원만한데 철강재가 부족하다거나 하는 양적 불균형이나 통신기계부문은 강한데 통신설비는 약하다거나 하는 식의 질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경제의 균형과 연관을 잡아가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기간공업부문의 유기적 연계문제는 자립적 민족경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활성화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농업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강화하고 경공업 원료자재의 국산화, 재자원화하여 인민생활을 향상한다.
새로운 5개년 계획은 향후 5년 안에 알곡생산목표를 무조건 수행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식량문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끔 하겠다는 결심으로 보인다. 국가의무수매계획도 2019년도수준을 보장하겠다고 하였다. 국가차원에서 식량공급을 정상적으로 하겠다는 자신감의 반영이다.
경공업에서는 원료, 자재의 국산화, 재자원화가 중심고리이다. 재자원화가 국산화와 동급으로 취급된다. 코로나19이후 곡물파동징후나 비대면배달산업으로 인한 생필품 쓰레기가 중요한 환경문제로 등장하는 조건이다. 향후 5년 안에 식량자급과 생필품원료의 국산화와 재자원화가 상당수준에서 달성된다면 북의 인민생활에서는 다시 한 번 커다란 전환이 올 것이고 그 파장도 클 것이다.
▲ 2020년 북 수해복구 마을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주요 특징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의 <성격>은 정비전략, 보강전략이다. 이러한 성격은 ”어떤 외부적영향에도 흔들림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정상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이라는 5개년 계획의 <목적>과 연결된다.
다시 말해 금속, 화학을 중심으로 기간산업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정비, 보강전략이라고 한 것이고, 이러한 토대가 갖추어지면 어떤 외부적 영향하에서도 흔들림없이 경제가 돌아가며, 새로운 고도성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타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새로운 5개년 계획의 <목표>가 <지속적인 경제상승>과 <인민생활의 뚜렷한 개선향상>에 두고 있다는 점과도 부합된다.
이번 새로운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시,군,농촌 균형발전계획이다. 특히 지난번 수해복구과정에서 검덕지구 광산도시 건설과정이 크게 영향을 주고 최도지도자의 미룰 수 없는 중대결심으로 확정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건설, 시군 농촌건설에서 중요한 것은 자체발전에 국가적 지원을 결합시키고, 특색있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5개년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5개년계획은 현실적 달성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고려하고, 국가경제의 자립적구조를 완비하고 수입의존도를 낮추며 인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요구를 반영하여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계획자체만 놓고 보아도 실현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더 깊이 따져볼 것은 어떤 힘으로 밀고 나가려고 하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는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다. 그리고 그 자력갱생은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 ‘과학적인 자력갱생’이라고 주창하였다.
흔히 자력갱생하면 생산력이 매우 취약한 고립적인 농촌경제를 상상하며, 현대경제에는 적용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자력갱생하면 내핍경제, 버티기경제에 불과하지 흥하는 경제, 부국번영의 경제전략으로는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몇 가지 점에서 자력갱생 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우선 그 의미 면에서 보면 표현이 좀 낯설어서 그렇지 사실 거품을 제거하고 내실이 튼튼한 경제를 하자는 것이고, 일부 가정경제나 지방경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계획을 가지고 현대지식경제수준에서 자립경제를 실현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부국번영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력갱생을 국가적, 계획적, 과학적으로 진행한다면, 그리고 일방적으로 강요된 경제와 달리 자체의 주동적인 전략으로 밀고나간다면 그 실현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고 할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에는 오히려 자립경제노선이 재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고난의 길을 걸어왔던 자력갱생 경제노선이 이제는 빛을 보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8차 당대회는 새로운 경제계획 성공의 전제로 내각이 나라의 경제사령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경제관리를 결정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산정상화와 개건현대화, 원료, 자재의 국산화를 적극 추동하면서 대외경제활동을 자립경제의 토대와 잠재력을 보완, 보강하는데로 지향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8차 당대회 마지막날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대 정신을 강조했다.
결국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제1국력이라고 말하는 일심단결의 힘으로 자력갱생전략에 입각하여 인민생활 향상을 지향하며 완강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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